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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추장과 고추냉이 간장, 생선회를 무엇에 찍어서 먹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선회를 먹을 때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고, 일본 사람들은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서 먹습니다.
 초고추장과 고추냉이 간장, 생선회를 무엇에 찍어서 먹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선회를 먹을 때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고, 일본 사람들은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서 먹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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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교토시 기타오지에 있는 한국 음식점 아산을 찾아 갔습니다. 이곳은 몇 년 전부터 한국 먹거리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서 파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최근 일본에서도 한류 붐에 힘입어 이곳저곳에 한국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그 맛은 어떨까요?

먹거리는 문화의 일부로서 사는 사람의 입맛을 지배하고, 자연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사람의 입맛은 먹거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매운 고추나 짭짤한 젓갈 맛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매운 고추 맛보다는 달달한 간장 맛이나 다시마 맛에 더 길들여져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 매운 마늘 맛 공기를 느낀다고 합니다. 이와 똑같이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도착하면 달달한 간장 맛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두 나라 사람들이 지닌 매운 마늘 맛과 달달한 간장 맛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각자 사는 곳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지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몸으로 익혀온 것입니다.

일본에서 파는 한국 먹거리 맛 역시 이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의 매운 마늘과 고추맛, 일본 사람들의 달달한 간장 맛 두 가지가 섞여있는 것이 일본에서 파는 한국 먹거리 맛입니다. 아무래도 일본의 달달한 간장 맛이 더 강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이곳의 문화이고 입맛이니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나물 모둠과 김치 모둠 그리고 고기전골입니다. 나물 모둠 한 접시에 오이, 무,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따위가 놓여있고, 김치 모둠에는 오이지, 깍두기, 배추김치가 한 접시에 놓여있습니다. 나물과 김치의 백화점입니다.
 나물 모둠과 김치 모둠 그리고 고기전골입니다. 나물 모둠 한 접시에 오이, 무,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따위가 놓여있고, 김치 모둠에는 오이지, 깍두기, 배추김치가 한 접시에 놓여있습니다. 나물과 김치의 백화점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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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본에서 먹는 한국 먹거리를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것 역시 개인 성향이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먹는 한국 맛에 대해서 부정적입니다. 한국을 여행하면서 먹었던 한국 맛도 아니고, 일본 맛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식당 주인을 나무랄 수도 없습니다. 어차피 일본에서 만든 한국 먹거리가 아무리 한국 맛을 찾아서 만든다고 해도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환경이 다르고, 그곳에서 자란 푸성귀 따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먹거리를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 선택에서 한국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을 쓴다는 점에서 뜻이 깊습니다.

한국에 사는 일본 사람들 역시 비슷한 말을 합니다. 일본의 초밥이나 우동 국수, 메밀국수가 먹고 싶어서 일본 식당에 가지만 일본에서 먹던 맛이 아니라고 합니다. 처음 몇 번은 일본에서 먹던 맛과 비슷하지만 먹다보면 언젠가 한국 맛으로 바뀌어 있다고 합니다.

          내장이 놓인 김밥과 돼지고기 푸성귀 샐러드입니다. 김밥의 담백함과 내장의 질긴 느낌이 조화롭습니다.
 내장이 놓인 김밥과 돼지고기 푸성귀 샐러드입니다. 김밥의 담백함과 내장의 질긴 느낌이 조화롭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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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는 자연환경과 그것을 먹고 자라온 문화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자란 환경의 기후가 다르고 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화강암이나 석회암지대로 오래된 흙이 많습니다. 흙 색깔 역시 대부분 붉은 황토 흙입니다. 일본은 화산 분화로 나라 온 화산재가 쌓여서 이루어진 흙이 많습니다. 흙 색깔이 대부분 검은 색에 가깝습니다.

기후 역시 한반도나 일본 열도나 최근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한반도는 대륙에 가까워 대륙의 차고 건조한 바람이나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열도는 뜨거운 남쪽에서 불어오는 습하고 따뜻한 남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먹거리 역시 이러한 자연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 한국과 일본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측면을 먹거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먹거리는 제 나라에서 맛보아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자들이 서로 상대 나라를 찾아나서는 것도 이런 맛을 보기 위해서인가 봅니다.  

          부침개와 식당 내부입니다. 이렇게 멋진 음식은 일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한국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한글학회 회장이신 권재일 교수님께서 초청강연을 위해서 오셔서 모인 장소였습니다.
 부침개와 식당 내부입니다. 이렇게 멋진 음식은 일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한국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한글학회 회장이신 권재일 교수님께서 초청강연을 위해서 오셔서 모인 장소였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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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식당, 牙山(アサン),韓国料理, 075-432-8416, 京都府京都市北区紫野雲林院町22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우리 먹거리, #아산 식당, #생선회, #고추냉이, #부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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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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