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을 앞두고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을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마침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있어 다녀 오던 중 독립기념관을 들를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다녀오고 다시 가는 길인데 그 사이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지 자못 기대와 궁금함이 교차했습니다.
그래서 시설 이용에 대한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다 보니 제가 몰랐던 뜻밖의 사실을 확인하고 괜히 기분도 좋았습니다. 과거에는 유료 입장이었던 독립기념관이 무료로 전환된 사실이었습니다. 2008년 1월 1일부터 무료 관람으로 전환되었다는데 이제야 이 사실을 알았다니 참 오랜만에 가는 길입니다.
그렇게 해서 주차료 2000원만 내고 독립기념관을 입장한 저는 적당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황급히 독립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햇볕이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8월 5일 금요일, 짧은 거리지만 제가 차를 세운 주차장에서 독립기념관 본관 입구까지 근 500여 미터는 족히 될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한 장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독립기념관이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주차장과 관련한 비 상시적 운영 체계와 또 이러한 주차 공간의 허점을 이용한 일부 사람들의 이기심이 한데 어우러진 '뒤틀린 비양심' 현장이 그것이었습니다.
독립기념관 내 장애인 주차장, 왜 저렇게 만들었나
독립기념관 본관을 향해 바삐 걸음을 옮기던 그때, 자연스럽게 장애인 주차장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 주차장 운영 실태가 참 묘했습니다. 장애인 주차장이 직사각형처럼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렇게 길게 되어있는 좌우측 면에만 주차 공간을 그려 놓고 반면 독립기념관 본관과 가장 가까운 노면에는 장애인 주차 그림이 없는 것 아닌가요?
장애인 주차 시설을 만든 원 목적은 이동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에게 조금이라도 편리를 제공할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용시설과 가장 인접한 위치에 장애인 주차 공간을 만드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곳은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좌우측으로 길쭉하게 조성되어 있는 장애인 주차장의 제일 끝면에 차를 주차할 경우 이용시설까지는 적어도 30여 미터 가량 더 이동을 해야 할 정도로 상당히 불편해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왜 가장 가까운 인접 노면은 놔두고 저렇게 운영하고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장애인 주차 표시가 없는 본관 인접 노면에 다름 아닌 비장애인 차량이 버젓이 주차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다른 장애인은 장애인 주차 공간에 세우고자 더 편한 그곳에 세우지 않는데 오히려 비장애인이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어이가 없고 황당했습니다. 처음 독립기념관에 도착했을 당시 그렇게 비장애인 차량 4대가 가지런히 그곳에 주차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더 황당한 것은 저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얌체 행위를 하는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나아가 일부 차량 이용자들은 차에서 음식물이 가득 든 바구니와 돗자리까지 꺼내 그늘진 잔디에 자리 펴고 앉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오토캠핑이라도 온 것 같았습니다. 잘못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 주차장에서 비장애인 일부가 해서는 안될 얌체짓을 하는 것이 어이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장애인 주차장의 잘못된 운영체계와 일부 비장애인 차량의 얌체 행위를 시정해 달라고 독립기념관 관련 부서를 찾고자 이리저리 알아 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부서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시설물을 관람한 후 다시 관련 부서를 찾기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2시간여 후. 저는 몇 가지 시설물을 견학한 후 다시 장애인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역시 장애인 주차장에서는 비장애인 차량이 노면 설치가 없는 빈 공간을 편법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좀 전에 봤던 차량도 그대로 있고 또 새로운 얌체 차량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들 차량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겼습니다. 크게 두가지 였습니다. 독립기념관은 왜 이런 식으로 장애인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지 여부와 또 하나는 비장애인이 이처럼 얌체 행위를 하는 것이 현행 법률상 단속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마침 장애인 주차장 공간을 표시하는 팻말에 해당 자치단체의 관련 부서 연락처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화했습니다. 과연 그 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얌체 짓이지만 법률상 문제없다? 이게 바로 문제."안녕하세요.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시민인데 문의가 있어 전화했습니다."독립기념관을 관할하는 자치단체 장애인 주차장 담당 직원은 친절했습니다. 그 분에게 저는 제가 본 사실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 두 가지 의문에 대해 문의하자 그 분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첫째, 독립기념관내 장애인 주차장 운영 실태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독립기념관 이용 시설과 가장 가까운 인접 지점에 장애인 주차 노면을 설치하지 않고 있는지 묻는 저에게 그 담당 공무원은 오히려 "그렇게 운영하고 있냐?"며 반문만 할 뿐이었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였습니다. 첫 번째 사안에 대해 "그것은 장애인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 독립기념관의 일이라 우리는 자세히 알 수 없다"며 답하던 담당 공무원은 "만약 장애인 주차공간에 이러한 허점을 이용하여 비장애인이 장애인 주차 공간에 불법으로 주차하고 있는 것은 문제 없냐?"는 나의 문의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는 '비장애인이 주차한 차로 인해 다른 차량이 방해를 받고 있는지' 여부만 거듭 묻더니 매우 실망스러운 답변을 내 놨습니다. 우리는 장애인 주차 노면에 주차한 비장애인 차량만 단속할 뿐 나머지에 대해서는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을 어쩌면 얌체 짓을 하는 그들도 알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1354대가 동시 주차 가능하다는 독립기념관에서 90% 이상이 텅텅 빈 평일, 이처럼 보통 사람은 하지 않는 얌체 짓을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이러한 잘못된 장애인 주차 공간 운영체계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양심이 있는 보통의 사람들이 하지 않는 행위를 소수의 이기주자의자들이 얌체 행위를 하도록 방치하는 것 역시 '사회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고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처음에는 법률상 문제가 없다며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던 담당 공무원이 거듭된 저의 지적에 "현장을 나가 확인하고 필요하면 독립기념관에 알려 시정하도록 하겠다"며 약속 했습니다. 과연 정말 그렇게 할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가장 아쉬운 일은 역시 이러한 장애인 주차 공간을 만든 독립기념관의 행태입니다. 장애인 주차장을 만들 때 조금이라도 장애인의 입장을 고려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비장애인다운 발상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보행이 불편하고 이동이 쉽지 않은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편리가 가능하다면 그것이 무엇일지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이 적어도 독립기념관의 장애인 주차장에서는 실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용 시설과 가장 인접한 노면을 놔두고 저렇게 보기에만 예쁘게 주차장을 만들었는지 아쉽고 아쉬운 마음 가득했습니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이익을 얻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 사회'가 저는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법률상 불법은 아니지만 장애인 주차 공간을 편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가능케 하는 현행 제도, 그리고 장애인이 시설 이용하는데 불편하게 만들어 놓은 독립기념관 내 장애인 주차장의 시스템 개선을 촉구합니다.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