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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2일로 789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 울산 동구 화정동 대학 정문앞에 있던 청소노동자들이 사진을 찍으려하자 모여들었다. 이들은 사회의 무관심이 무섭다고 했다
 8월 12일로 789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 울산 동구 화정동 대학 정문앞에 있던 청소노동자들이 사진을 찍으려하자 모여들었다. 이들은 사회의 무관심이 무섭다고 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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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오전 11시,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정문앞 농성장. 이날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아 농성장텐트 안은 한증막과 같았다.

더위를 피해 천막 밖으로 나온 이들은 2년째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동조합 울산과학대지부, 지부장 김순자). 이들은 2년 전인 2014년 6월 16일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임금"을 요구하며 캠퍼스 내에서 파업 농성을 시작한 후 법원의 가처분에 따라 대학 정문 밖으로 쫓겨나 789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대학측의 손배가처분을 받아들여 정문 앞에서 지난 1년간(5월 20일까지) 벌인 농성에 대해 하루 30만 원씩, 한 사람당 8200만 원의 강제이행금을 대학측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부분 60~70대인 이들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2년간 일을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데다 이제 거액의 강제이행금까지 물게돼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강제이행금보다 무서운 건 사회 무관심"

2년 전 파업농성을 시작할 때 20명이던 조합원은 현재 8명으로 줄었다. 이들 8명은 강제이행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앞서 이들은 교내에서의 농성으로 한 사람당 660만 원의 강제이행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두 가지를 더하면 전체 배상금은 8860만 원이 된다. 더 큰 문제는 대학측의 가처분 신청 여부에 따라 이날 농성까지도, 내일도, 모레도 강제이행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것.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활동가는 "당초 교내에서 진행되던 농성을 정문 밖에서 하라고 가처분 신청을 내린 곳이 법원이다"라며 "그런데 이제 대학 정문 앞에서 농성했다고 하루 30만 원씩 물어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울산 동구 화정에 있는 울산과학대 정문 앞. 청소노동자들이 789일째 농성을 이어가는 천막안은 한증막 같았다.
 울산 동구 화정에 있는 울산과학대 정문 앞. 청소노동자들이 789일째 농성을 이어가는 천막안은 한증막 같았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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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들은 거액의 강제이행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회의 무관심이라 했다. 초창기 제법 나오던 농성 관련 보도들을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인지 '청소노동자가 대학측에 8200만 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는 소식이 이슈가 될 만 한데도 언론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김순자 지부장은 "2년 전 파업농성을 시작할 때 '한달 108만 원 월급으로는 생활이 안 되니 시급 6000원, 월급 126만 원을 달라고 했다"면서 "청소노동자들이라고 반드시 저임금을 받으면서 빚만 지고 살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 였다"고 말했다.

이어 "2년이 지난 지금, 생활임금은 커녕 어느날보니 강제로 물어야할 돈이 1억 가까이나 됐다"면서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신념에 따라 농성을 이어온 조합원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청소노동자들이 강제이행금을 무릅쓰고 789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학교측과의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측이 "청소용역업체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일각에서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농성 사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몽준 전 이사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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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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