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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당권주자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
 지난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당권주자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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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8.27 전당대회 일정이 제주, 경남, 부산에서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예비경선에서 유력 후보였던 송영길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후보들의 경쟁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당초 추미애-송영길 후보의 양강 구도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무너지면서 김상곤, 이종걸 후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다.

투표함 열리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

각 후보의 전략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추미애 후보가 여전히 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내 주류를 적극 공략하는 가운데, 김상곤 후보는 자치단체장과 원외위원장을 기반으로 당내 주류와 비주류를 아우르는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이종걸 후보는 '야권통합론'을 바탕으로 호남과 당내 비주류를 결집시키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원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유력했던 '추미애 대세론'이 잠잠해진 가운데, 김상곤 후보의 약진을 점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두 후보를 놓고 당 주류가 갈라진다면 이종걸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세론으로 굳어질지, 예비경선처럼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사실상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

이번 당 대표 경선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이유는 무엇보다 과거와 비교해 계파구도가 흐릿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친노' 또는 '친문'과 '비노' 또는 '비문'의 대결 구도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 문재인 전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맞붙었던 2.8 전당대회와 비교한다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세력 간의 이해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친노'로 대변됐던 당 주류가 다양하게 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이 당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들이 통일된 의사를 가지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일부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이 내년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유불리로 후보들을 분류하고 있지만, 당 전반에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경선은 있을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더민주 대선 후보군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는 것은 세 후보가 모두 인정하고 있다. 또 세 후보 모두 '공정한 경선'을 강조한다. 실제로 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룰을 적용한다면 어느 쪽도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당내 주류 쪽에서는 문 전 대표가 후보가 될 가능성보다는 후보가 된 이후 파트너로서 당 대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추미애 "안정", 이종걸 "통합", 김상곤 "확장"

지난 11일 오후 울산MBC컨벤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추미애 당대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울산MBC컨벤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추미애 당대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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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울산MBC컨벤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종걸 당대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울산MBC컨벤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종걸 당대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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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울산MBC컨벤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김상곤 당대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울산MBC컨벤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김상곤 당대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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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후보들 역시 이 부분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추 후보는 합동연설회에서 "당원과 국민이 지지하는 1등 후보를 흠집내고, 상처내는 것은 공정도 아니고 혁신도 아니다"라며 "경선 후에는 후보를 끌어내리지 못하도록 경선불복방지위원회를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에게 확실한 안정감을 주겠다는 뜻으로, 가장 유력한 주자인 문 전 대표의 지지층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추 의원의 전략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당의 대선 후보를 비토했던 '후단협'(대통령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의 기억이 있는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을 자극한다. 특히 추 후보는 "3자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국민의당과 통합보다는 더민주의 대선 후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반면 이 후보는 야권의 단일 후보를 위한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합동연설에서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당의 주류와 비주류가 단합해 강해져야 한다"라며 "패권을 가진 집단이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뺄셈 정치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민주당 힐러리가 강력한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샌더스를 경선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라며 "치열히 싸웠지만 공정하게 경선해 승복하고 단합해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 후보의 발언은 문 전 대표의 지지층에게는 불편할 수 있지만, '문 전 대표가 무난하게 대선후보가 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 문 전 대표 지지층에서도 문 전 대표가 다른 유력 후보들과 경쟁해 승리해야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는 정치 경험이 적다는 자신의 약점을 계파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강점으로 거꾸로 활용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한 강력한 대선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친문-비문, 주류-비주류를 나누는 보수의 덫에 빠져 계파에 기대는 것은 유능한 대선후보를 감옥에 가두는 꼴"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를 직접 거명하면서도 계파주의적 사고를 비판한 것이다.

김 후보는 또 "당 대표가 되면 국가전략위원회를 구성해 대선 경선 이전에 국정운영과 집행프로그램을 만들겠다"라며 "6개월 전에 경선을 마치고, 대선 후보와 함께 예비내각을 구성해 국정운영전략을 내놓겠다"라고 말했다. 당대표가 단지 대선후보를 지원하는 보조 역할이 아닌, 사실상 선거를 주도하는 주체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 되더라도 경선 공정하지 못하면 치명상"

지난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환한 표정으로 박수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환한 표정으로 박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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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문 전 대표 지지 여부를 떠나 당 대표 경선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은 의원들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문 전 대표가 후보가 되더라도 경선이 공정하지 못했다면 치명상을 입는다, 반면 비주류라고 하는 분들도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무난하게 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 극단에 있는 지지층을 제외하고 절대 다수의 의원과 대의원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당 대표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상대적으로 대선 후보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추미애, 확장성이나 정책 쪽에 방점을 찍고 보면 김상곤, 야권통합 쪽에 비중을 두면 이종걸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만난 한 지역위원장은 "문 전 대표를 위해 누가 꼭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친노라는 벽을 허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문 전 대표만 생각하고 대선으로 가면 집권 가능성이 낮아진다, 문 전 대표를 위해서라도 보다 확장성 있는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추미애, #김상곤, #이종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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