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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이다. 법률전문가도 아니면서 수시로 헌법을 읽는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구조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한 법규범 체계상 가장 상위에 존재하는 근본이 되는 법이다.

헌법을 알아야 내가 대한민국의 주권자임을 알고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집단의 권한과 한계를 알 수 있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직장인, 자영업자, 학생, 무직자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대통령도 당연히 헌법을 준수해야 하며 취임식 때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면 탄핵 사유가 되며 정당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정치 행위를 하면 위헌 정당으로 해산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건립과 건국이념, 대통령과 정당의 헌법 준수 의무는 모두 헌법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또다시 불거진 건국절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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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건국 68주년"이라고 언급하며 또다시 이념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자 새누리당의 정갑윤, 심재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듯 연이어 건국절 법제화 주장을 하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에서 이 문제를 두고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건국절 논란은 이명박 정부 초기 쟁점이 되었다가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 잦아들었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8.15 광복절 축사에서 언급되며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포함한 일부 우익세력이 건국절 논란을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공식화함으로써 그 이전의 독립운동의 역사를 상당 부분 부정하고 현재까지 득세하고 있는 친일파의 친일행위를 대한민국의 건국과 상관없는 일로 만들기 위함이다.

진보와 보수의 역사논쟁으로 지난 총선과 사드 논쟁으로 수세에 몰려있는 정국을 타개하고 보수세력을 결집하여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비겁하고 저열한 정치 공세임이 분명하다.

건국절이 위험한 7가지 이유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건국절이 위험한 7가지 이유'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건국절 제정의 부당성을 이야기했다. (관련 기사 :  건국절이 위험한 7가지 이유)

첫째, 우리나라는 100년도 못 되는 신생국가가 된다. 둘째, 임시정부의 존재가 보잘것없는 '망명정부' 신세로 전락한다. 셋째,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사이에 존재할 미 군정 3년이 한국사에서 떨어져 미국사에 편입될지 모른다. 넷째, 대한민국에서 북한의 존재를 배제해 버림으로써 분단체제를 영구화하게 된다. 다섯째, 1910년 8월 29일부터 1948년 8월 14일까지 38년을 스스로 국권 상실 또 국맥 단절기로 만든다. 여섯째, 매국노 친일파의 죄상을 대한민국에서 제외시키게 된다. 일곱째,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포함한 보수세력 일부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제정하고 싶어 한다. 앞서 언급한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의 건국절의 반대 이유 가운데 앞의 여섯 가지 이유는 역사적 논쟁이 있는 문제라서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나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문제는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정신과 국가의 정통성에 반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헌법 전문(前文)에는 대한민국 건국을 분명히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상 대한민국의 건국은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1일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포함한 보수세력 일부가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제정하고 싶은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려면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행 헌법 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건국절을 언급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건국절을 법제화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헌법 위반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요구한다. 건국절을 법제화하고 싶으면 헌법개정 요구부터 하는 게 순리이다. 그리고 이정현 대표가 말한 국회에서의 대국민 공개토론회는 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헌법상 대한민국 건국의 법통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라고 명문화되어 있는데 위헌적인 건국절을 두고 토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다.

위헌 행위 방치, 더는 곤란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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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에 요구한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이어지는 헌법위반 행태를 더는 방치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변인의 반대논평이나 언론에 나와서 한 마디씩 던지는 발언에 대통령과 여당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건국절 발언은 분명 현행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로 탄핵 사유이다. 또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건국절 법제화 발언도 현행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로 정부에게 새누리당을 위헌정당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도록 요청하여야 한다. 탄핵안 통과 여부와 위헌 정당 제소 여부는 그 뒤의 문제이다. 어찌 보면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렇게 헌법을 부정하고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정치행위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능한 야당 탓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시로 준법정신을 강조하고 국론 통일을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동시에 수시로 헌법을 위반하는 건국절 발언을 해왔고 역사 교과서와 여러 이념적인 문제로 국론 분열의 단초를 제공해 왔다. 국민들은 이런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위헌적인 행태에 대해 무감각해져 오고 야당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보수세력이 원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인지도 모를 일이다.

헌법은 법의 최상위 규범이며 근본이다. 또한 대한민국은 그 헌법을 기초로 한 입헌 민주국가이다. 헌법 전문과 헌법 규정을 무시하고 위헌 행위를 반복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가진 나라는 입헌 민주국가가 아니다. 특정 세력의 정치 주도권을 위해서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통령에게 밉보였다고 정당이 해산되는 나라가 아닌 보란 듯이 헌법을 위반하는 대통령과 정당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 탄핵하고 정당 해산을 신청하는 나라가 입헌 민주국가이다. 나는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였으면 한다.


태그:#건국절, #헌법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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