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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들간의 간담회가 열리기 전 투쟁위원들과 국방부 관계자 등이 자리에 앉아 있다.
 지난 17일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들간의 간담회가 열리기 전 투쟁위원들과 국방부 관계자 등이 자리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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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와의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 제3후보지 검토 요청' 발언은 투쟁위원 한 명이 독단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언이 있었던 후, 대부분의 언론은 성주 주민들이 제3후보지에 대해 처음 거론했다며 침소봉대해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 앞서 투쟁위는 한 장관과 국방부에 성산포대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평가표와 시뮬레이션 결과표를 보여줄 것 등을 요구하고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로 결정했었다.

이후 한민구 장관이 성주군민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이재복 공동투쟁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비공개 간담회로 전환했다. 간담회에서는 국방부가 PPT자료를 들어 성산포대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계기 등을 설명했고 투쟁위원들과 국방부장관과의 일문일답이 진행됐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성주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와의 비공개 면담에 앞서 성주군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성주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와의 비공개 면담에 앞서 성주군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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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에서 투쟁위나 한 장관 누구도 제3후보지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의가 막바지로 치닫자 투쟁위원 중 한 명인 윤지훈 양봉협회 성주지부장이 한 장관에게 제3후보지를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윤 지부장은 "제 입장을 먼저 말씀드리겠다"며 "사드 문제는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이고 부지는 장관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사드 배치는 해야 한다"며 "장관님은 대통령님에게 재가를 받아서 다른 지역을 검토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을 만들어 와 달라"고 제3후보지를 요구했다.

윤 지부장이 계속 발언을 이어가자 간담회장에 있던 투쟁위원들은 "하지 마라"고 하거나 "앉아, 앉아"하면서 고함을 지르고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투쟁위원은 더 이상 말을 들을 수 없다며 간담회장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윤 지부장은 계속해서 "동북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사드 외에는 없다고 판단하시고 장관님, 꼭 부탁하건대 성주군민을 위해서..."라고 말하다가 주위에서 항의를 하자 앉았다.

윤 지부장의 말이 끝나자 한 장관은 "지역에서 그러한 의견을 모아주시면 검토하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후 이완영 의원이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은 성주이지 성산포대라고 하지 않았다"며 "성산포대가 아닌 제3의 후보지를 빨리 결정해 발표해 달라"고 요구했다.

제3후보지에 대한 발언이 나오자, 많은 투쟁위원들이 논점에서 비껴간 내용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정영길 공동위원장이 "제3후보지에 대한 발언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고 말하고 마무리 지었다.

국방부는 간담회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제3후보지와 관련하여 '국방부가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며 "이에 대해 국방부장관은 '지역 의견으로 말씀을 주시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체 간담회 내용 중 투쟁위원 한 사람의 질문과 한민구 장관의 짧은 답변, 이완영 의원의 발언이 전체 대화 내용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다. 이는 국방부가 이미 제3후보지에 대한 발언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7월 14일 성주군청에서 열린 사드 배치 철회 삭발식에서 윤지훈 양봉협회 성주지부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삭발을 하고 있다.
 지난달 7월 14일 성주군청에서 열린 사드 배치 철회 삭발식에서 윤지훈 양봉협회 성주지부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삭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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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오후 성주군청에서 15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삭발식을 가진 가운데 한 주민이 '사드 배치 한반도 절대 반대'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후 성주군청에서 15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삭발식을 가진 가운데 한 주민이 '사드 배치 한반도 절대 반대'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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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훈 양봉협회 성주지부장도 투쟁위가 제3후보지에 대해 거론하지 않기로 한 결의를 어기고 발언을 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윤 지부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나는 (투쟁위) 결의사항을 숙지하지 못했다"며 "전날 여러 가지 이야가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났다, 회의록 보자고 했는데 어쨌든 시행착오가 있었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지부장은 "북한 무력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대비해야 하니까 거기에 대비하는 것이 사드다"며 "철없는 사람이 투쟁위에 꽉 찼다, 나 말고 29명이 철이 없다"고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위원들을 비난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이야기 안 해주면 다음에 장관이 우리하고 대화하러 올 리가 없다"며 "어쨌든 나는 무조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냥 기다렸다. 결국 아무도 발언을 안 하길래 내가 답답해서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윤 지부장은 이어 "나는 죽어도 좋고 죽일 놈 돼도 좋은데 성주로 봐서는 성산포대에 오면 안 된다. 국가로 봐서는 와야 한다"며 "대통령께 재가를 받아 주십시오, 검토해 주십시오라고 당연히 부탁해야지"라고 말을 맺었다.

한편 윤 지부장은 지난달 14일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삭발을 하며 "전자파에 가장 민감한 생물체가 벌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집 벌들이 벌써 다 죽어가는 것 같다"며 "성주 참외는 꿀벌로 수정하는데 앞으로 참외는 어떻게 하느냐"고 사드 반대를 외쳤다.

결국 국방부와 일부 보수 언론이 성주군민들의 여론을 왜곡해 보도하면서 성산포대 대신 제3후보지를 찬성하는 것처럼 알려진 것이다.


태그:#성주 사드, #한민구, #제3후보지, #여론몰이,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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