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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발정기가 오는 봄이 지나면 일명 '아깽이(아기 고양이) 대란'이 일어난다. 곳곳에서 새끼 고양이들이 태어나는 것이다. 그 고양이들은 어미 품에서 독립할 때까지 무사히 자라기도 하지만 귀엽다고 만지는 사람들로 인해 납치 아닌 납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중간에 어미를 잃거나 감기, 전염병 등을 이기지 못해 죽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여름이 오면 3, 4개월령의 아기 고양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구조되어 입양전선에 오른다.

고양이로 태어나서 겪는 운명

성북구에 거주하고 있는 한 캣맘은 얼마 전 사료 그릇 옆에 쓰러지듯 누워 있는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고양이가 갑자기 어찌 된 일인지, 사람이 만져도 미동조차 없었다. 한쪽 귀가 피범벅에 구더기가 가득 차 있고, 눈 한쪽은 심각하게 다친 상태였다. 급히 병원에 데려가니 눈은 신경을 다쳐 회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며 안면 신경마비가 왔고, 사실상 생명이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발견되었을 당시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 한쪽 눈을 심각하게 다친 삼색 고양이 발견되었을 당시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 fanta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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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삼색 고양이는 병원 측에서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지만, 운이 좋게 그날 고비를 넘기고 퇴원해 캣맘의 집에서 임시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단순한 바이러스나 전염병만으로 단기간에 그렇게까지 상태가 악화될 리는 없었다.

이후 동네 주민의 목격담에 따르면, 누군가 그 삼색 고양이를 때려서 그렇게 다친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동네에서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캣맘들과의 갈등이 종종 발생했는데, 그 맥락에서 생긴 일이 아닌지 추측할 뿐이었다.

태어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길 위의 아기 고양이 운명은 그렇게 한순간 가혹해졌다. 사람의 폭력으로 다친 고양이는 길 위에서 살아가기도, 예쁜 고양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입양을 가기도 어려워진다.

그냥 모르는 척 해주면 안될까요 

그렇잖아도 캣맘과 다른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비단 어느 동네만의 문제도 아니고, 최근에만 있는 일도 아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니 계속 고양이가 모인다', '고양이 밥을 주면 비둘기가 먹으러 와 비둘기 똥이 많아진다' 등의 민원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캣맘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성북구의 한 캣맘은 "고양이 밥그릇 주변을 청소하고 배설물을 치워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청에서 개체 수 조절 차원에서 중성화수술(TNR)을 진행하긴 하지만 동네 주민들 사이에 길고양이로 인해 일어나는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까지 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고양이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고작 3kg가량의 작은 몸집에 폭력이 가해져도 마땅한 제제 조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양이 한 마리쯤' 아무려면 어떠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고양이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체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언제까지 묵인한다면 과연 사람에게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을까.

꼭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할 필요는 없다. 고된 길고양이의 삶을 위해서는 그냥 그곳에 고양이가 있다는 걸 모르는 척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들이 자연스러운 생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눈을 다친 채 구조된 어린 삼색 고양이는 현재 치료를 받으며 입양처를 기다리고 있다. 한 마리가 입양을 가야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것은 그래서 두 마리 고양이를 살리는 일이다.(입양 문의 : fanta8103@naver.com)


태그:#길고양이, #동물학대, #고양이, #동물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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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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