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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발전소.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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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3일 밤 11시 30분]

한국수력원자력이 12일 지진 발생 직후 원전의 안전 여부를 국가정보원 등에는 일찌감치 보고하면서도, 정작 불안에 떨었던 주변 주민들에게는 한참이 지나서야 늦장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가 밝힌 '지진발생관련 고리원전 조치사항 보고'를 보면, 한수원은 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 원전에서 약 51km 떨어진 곳에서 규모 5.1의 1차 지진이 발생하자 6분 만인 7시 50분 재난 대응 초동 상황반을 구성한 것으로 나온다.

고리원전은 상황반 구성과 함께 국가정보원과 한수원 본사, 경찰, 소방본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원전 가동에는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오후 8시 5분에는 재난비상 B급이 발령됐고 직원 절반에 대한 비상소집이 실시됐다. 이때를 즈음해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과 협조체계가 가동됐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강력한 지진이 연거푸 찾아온 오후 8시 33분 한수원은 재난 비상 A급을 발령했다. '심각 단계'에 해당하는 A급이 발령되면 전 직원 비상소집이 실시된다. 한수원은 이때 비상발령 사항을 국정원 등에 또 보고했다.

고리원전에는 지진 당시 4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었고, 일부 원전은 지진의 여파로 냉각수 수위가 출렁이는 이상 신호를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리원전에서 감지된 지진규모는 5.4로 진앙 규모의 65%의 강도가 전해져 최대 6.5~7.0까지 내진설계가 된 원전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까지는 주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원전 걱정에 노심초사한 주민들... 한수원 측 "모든 상황 알릴 필요 없어"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원전 내에 있는 지진 감지 장치. 고리원전은 리히터 규모 약 6.5~7.0까지 견디도록 내진 설계가 되어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원전 내에 있는 지진 감지 장치. 고리원전은 리히터 규모 약 6.5~7.0까지 견디도록 내진 설계가 되어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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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정원 등에 3차례 보고가 갈 동안 정작 담장 바로 넘어 주변 주민들은 원전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한수원이 지역주민과 언론사에 원전의 이상유무를 통보한 건 1차 지진 발생 이후 1시간 30분 가량이 지난 오후 9시 16분이었다.

이마저도 문자 통보를 받은 주민은 4300명에 불과했다. 부산 기장군은 인구가 15만 명, 울산 울주군은 인구가 22만 명이 넘는다는 점에서는 극히 일부 주민만 이 소식을 접했다는 말이다. 그나마 원전과 가까운 다른 지자체 주민들은 이조차도 받지 못 했다.

그 사이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고리원전 지척인 장안읍에 사는 김아무개(42)씨는 "지진을 느끼고 곧바로 원전의 안전이 걱정됐다"면서 "휴대전화도 불통인 상황에서 가뜩이나 불안한데 아무런 통보가 없어 언론 보도 전까지 조마조마하게 가족들과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수원 측은 "경주 지진 당시 고리본부 가동원전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었다"며 대처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발전소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는 것 못지않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했다"면서 "앞으로는 상황을 좀 더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13일 고리원전을 찾아 현장점검에 나선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남구을)은 "관계기관에는 3차례나 원전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보고하면서 주민들에게는 한참 뒤에 1번만 통보했다는 점은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방사능이 유출됐을 때 행동 요령이나 대피 대책도 너무 부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국회에서 이런 사안에 대해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태그:#지진,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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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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