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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동빈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조사하기 위해 소환했다. 신 회장은 기자들에게 “심려끼쳐드려 죄송하다. 검찰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라는 말만 반복한 채 검찰에 출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동빈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조사하기 위해 소환했다. 신 회장은 기자들에게 “심려끼쳐드려 죄송하다. 검찰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라는 말만 반복한 채 검찰에 출석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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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龍頭蛇尾)'.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를 일컫는 말이다. 말 그대로 머리는 용이지만, 꼬리는 뱀이다. 2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검찰 수사는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렀다. 롯데 계열사에 수백여 명의 수사관이 투입되고, 오너일가를 상대로 한 강도높은 소환조사도 이어졌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탈세와 회삿돈 유용 등이 밝혀졌다. 신씨 오너일가의 전근대적인 황제 경영도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당초 큰 관심을 모았던 롯데 비자금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둘러싸고, 지난 이명박 정부 인사 등의 연루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검찰은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용두사미'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의 요란스러운 롯데그룹 수사... 뻔한 오너일가의 횡령과 배임

지난 6월 10일, 검찰은 수사관 240여 명을 동원해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를 비롯해 신 회장 집무실, 집, 계열사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백여 명의 수사관이 대규모로 압수수색에 동원된 것도 이례적이었다. 검찰주변에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첨단범죄수사부 등 나름 '실력있는' 검사들이 대거 투입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롯데그룹은 당혹스러웠다. 1년여 전 신동주-신동빈 사이의 형제 경영권 분쟁 여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롯데가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1967년 이후 이런 수사도 처음이었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검찰이 저렇게 밀고 들어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청사에 새겨진 검찰 상징 로고
 서울중앙지검청사에 새겨진 검찰 상징 로고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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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빠르게 진행됐다. 그룹 계열사의 비리들도 속속 드러났다. 롯데케미칼은 일본 롯데물산을 통해 해외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만든 의혹이 나왔다. 롯데홈쇼핑도 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금품 로비의혹이 나왔고, 롯데건설도 300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터져나왔다.

신씨 오너일가의 황제경영도 드러났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큰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80억 원대의 뒷돈을 챙기고,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로 알려진 서미경씨도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막대한 이득을 올렸다. 게다가 신 이사장과 서씨 등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해외 조세회피지역을 이용해 편법으로 재산을 물려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해 서씨의 딸인 유미씨 역시 계열사에 이름만 올려놓고 그동안 수백억 원의 급여를 받아왔다. 신동빈 회장 역시 계열사끼리 부당거래 등으로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는 규모만 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 원의 비자금 사용처,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 로비 의혹은 어디로?

검찰이 롯데수사를 통해 드러낸 비자금 규모만 수백억 원에 달한다. 롯데건설이 최근 10년 동안 비자금으로 만든 돈만 300억 원대로 전해졌다. 또 롯데쇼핑을 비롯해 다른 계열사 역시 규모만 다를 뿐 비자금을 만든 정황도 나왔다.

핵심은 이들 돈이 그룹 총수일가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는지, 주요 사업 추진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는지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 등 유력인사에 금품 로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재계와 정치권에서 검찰의 롯데수사가 이명박 정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실제 검찰도 지난 7월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을 출국 금지하면서, 제2 롯데월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장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면서, 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비자금을 둘러싼 로비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주변에선 롯데 쪽의 대대적인 증거인멸과 일본 롯데의 비협조, 그룹 계열사 간 복잡한 지배구조 등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그룹 2인자였던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로 인해 총수일가의 비자금 수사가 난관에 부닥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3개월간 요란(?)을 떨었던 검찰의 롯데 수사도 뻔한 결론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씨 오너일가의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법원과 줄다리기 이후,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실형을 선고하지만 결국 집행을 일정기간 유예할수도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다는 이유로.



태그:#신동빈 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롯데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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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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