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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의 부위원장이 소관 기관 임원들을 동행하고 시장에 나타났다. 떡집, 과일 가게, 정육점 등을 돌며 상인들을 격려하고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같은 장소에 빨간 점퍼 차림의 국회의원이 나타나 선거 운동을 벌였다. 지난 2월 강동구 명일전통시장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20일 채이배 의원(국민의당·비례대표)은 "금융위원회(아래 금융위)가 20대 총선 예비선거운동기간에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에서 열린 전통시장 방문행사를 주관하면서 소관 공공기관과 금융유관협회 등에 공문을 발송해 참여를 독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채 의원은 "실제 이 계획에 따라 지난 2월 4일 금융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소관기관 임원들과 지방의원들이 당일 행사에 참여했고, 각 기관별로 배당된 수백만 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한 것은 물론 신 의원 지역구에 위치한 한 복지관에 해당 품목을 기부하기까지 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관권선거"라고 주장했다.

채이배 의원 "금융위의 명백한 관권선거"

채이배 의원이 20일 공개한 금융위의 '2016년 설맞이 전통시장 방문계획(안)' 중 일부. 2016년 강동구 명일전통시장이 신동우 당시 국회의원 지역구임을 적시하고 있다.
 채이배 의원이 20일 공개한 금융위의 '2016년 설맞이 전통시장 방문계획(안)' 중 일부. 2016년 강동구 명일전통시장이 신동우 당시 국회의원 지역구임을 적시하고 있다.
ⓒ 채이배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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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채 의원은 "행사에 참여한 금융위를 비롯한 금융공기관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기관이며, 금융권 민간협회 또한 금융위원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민간기관"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금융위원회의 '2016년 설맞이 전통시장 방문계획(안)' 등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을 보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금융위가 방문 장소를 명일전통시장이라고 명기하면서 "신동우 의원 지역구"라고 '굳이' 적시했다는 점이다. 명일전통시장이라고만 방문 장소를 명기한 예탁결제원(예탁원)의 '행사 참여계획'과는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채 의원에 따르면 금융위의 이 계획안은 예탁원, 금융투자협회(금투협), 생명보험협회(생보협), 손해보험협회(손보협) 등에 발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금융위는 이 계획안에서 유관기관들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구매할 물품까지 할당해 놓았다. 예탁원에게는 떡, 생보협은 오리 훈제, 금투협과 손보협의 경우는 각각 건어물과 정육 등의 품목이 점포 이름과 함께 지정됐으며, 실제 이 계획에 따라 예탁원은 온누리상품권으로 200만 원어치의 떡을 사서 그중 일부를 강동구 지역 복지관에 기부하는 안을 짰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가 부위원장, 예탁원 등 유관기관 임원, 시의원, 구의원 등과 함께 '최○○ 사무국장'을 주요 참석자 중 한 사람으로 올려놓은 점도 눈에 띈다. 채 의원은 이 사람을 신동우 전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국장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근거들을 바탕으로 "금융위가 정치중립을 명시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으며 또한 제3자 기부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도 위반했다"는 것이 채 의원의 주장이다.

금융위가 '날자'... 다음날 곧바로 방문해 선거운동

신동우 당시 국회의원은 금융위의 방문 행사가 있었던 다음날인 지난 2월 5일 명일전통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전 의원 뒤로 당시 명일전통시장 할인행사를 알리는 펼침막이 보인다.
 신동우 당시 국회의원은 금융위의 방문 행사가 있었던 다음날인 지난 2월 5일 명일전통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전 의원 뒤로 당시 명일전통시장 할인행사를 알리는 펼침막이 보인다.
ⓒ 신동우 전 국회의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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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금융위는 20일 해명 자료를 통해 "금융위원회와 금융유관기관들은 관례적으로 매년 설과 추석에 지역상권 활성화 및 취약시설 기부 등을 위해 전통시장 및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있다"며 "방문장소는 여·야 지역구에 관계없이 매년 상황에 따라 적절한 곳을 선정하여 방문하고 있으며, 선거에 개입하거나 개입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졌다는 식의 해명이다. 하지만 신동우 당시 국회의원은 금융위의 방문 행사가 있었던 다음날 곧바로 명일전통시장에 가서 선거운동을 했다. 신 전 국회의원의 블로그를 보면 "2016년 2월 5일, 암사, 명일시장 및 길동 순방"이란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의 해명과 달리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한편 신 전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득표율 41%로 43.8%를 얻은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밀려 낙선했다. 표 차이는 3468표였다.


태그:#금융위원회, #채이배, #신동우, #진선미, #명일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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