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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박근혜, 박원순 두 행정가의 순방을 비교했습니다.
▲ 박근혜, 박원순 순방비교 지난 9월 박근혜, 박원순 두 행정가의 순방을 비교했습니다.
ⓒ 홍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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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뀌면 가장 큰 변화를 겪는 부분은 남북관계와 대외정책이다. 실제 참여정부에서 MB정부로 바뀌며 남북관계가 크게 경색되었고, MB정부에서 박근혜정부로 바뀌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 등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기도 했다.

파병, 전작권 전환, 사드 배치 등 민감한 안보현안은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경제체질이나 복지체제 등의 사회적 시스템에 비해 한 국가의 대외정책은 대통령의 생각에 많이 좌우되는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야권의 여러 대선후보들 중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가장 비교하기 쉬운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다른 후보들은 행정가보다 정치가로서 면모가 더 크고, 행정 규모나 크기로 볼 때 서울시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일부터 9일 러시아(블라디보스톡)→중국(항정우)→라오스(비엔티안)을 해외순방을 갔다왔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7박 9일 동안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북미 순방을 갔다왔다. 미국(뉴욕)→캐나다(몬트리올)→미국(샌프란시스코)로 이어지는 이번 순방은 출발 전부터 주목받았다.

박 대통령의 외교... '대북제재' 중심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의 초점은 '대북제재'에 맞추어져 있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개성공단이 폐쇄 등 남북관계는 이미 파탄에 이르렀고 박 대통령의 순방은 당연히 대북제재에 초점을 맞춘 '안보외교'가 주를 이루었다. 실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상회담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이집트 등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대북제재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북제재 중심 외교로 인해 사회·경제적 외교의 기회비용을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로 유라시아 극동지역 사업 참여이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총 24건의 MOU를 체결하는 등 우리기업의 극동지역 프로젝트 참여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라시아의 가치를 활용하기 위한 중간지점에 위치한 북한과의 관계악화로 그 사업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이라는 끊어진 고리로 인해 극동의 엄청난 잠재적 에너지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그 고리가 이어진다면 극동 지역은 유라시아 대륙을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하나로 연결하는 번영과 평화의 가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스스로 유라시아를 평화의 가교라고 말하면서도 대북제재를 강조하는 모순 지점에 있는 셈이다.

즉 박 대통령은 북한을 제재하려다가 스스로 외교적 선택폭을 좁혀버리고 있다. 게다가 순방 중에 북한의 갑작스러운 5차 핵실험으로 남북의 강대강 치킨게임은 계속 될 전망이다. 이로인해 북한 수해 지원마저 거부한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대부분을 '대북제재' 중심의 대외정책에 집중한 채 끝낼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사회적경제'를 강조한 실용외교

박원순 시장 역시 샌프란시스코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를 통해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면서 북핵실험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시장이라는 직책의 특성상 비교적 외교·안보 현안에서 자유로운 박 시장의 순방은 '사회적경제'를 중심으로 한 '실리외교'였다는 평가다.

박 시장의 이번 순방의 실질적 목적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총회 참석이다. 2014년, 서울시 주도로 설립된 GSEF는 전 세계 사회적경제 리더들이 모여 만든 국제협의체다. 이번 총회에서 출범한 지 고작 2년 만에 62개국, 330개 도시·관계단체에서 1800여명이 참석하는 성과를 보였다.

또한 박 시장은 사회적 경제의 핵심 목표로 뽑히는 청년일자리 창출 사례를 집중적으로 찾았다. 폐업한 회사 부지를 노동자 주택단지로 개발한 '테크노폴 앵귀스(Technopol Angus)', 청년의 사회 복귀를 돕는 사회적기업 '인서테크(Insertech)' 심지어 <태양의 서커스>와 전문인력 양성소 '국립서커스학교'까지 방문했다.

박 시장은 이러한 사회적 경제의 흐름을 '정치'로 풀어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셉 스티글리츠와의 면담에서 "시장의 문제나 정치로 풀어내야 한다. 새로운 전환, 룰을 바꾸는 게 정치'라고 밝혀 사회적 경제의 방법이 정치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박 시장은 이번 순방을 통해 서울시가 창립을 주도한 GSEF의 확대·발전 통해 전 세계적인 의제인 양극화와 불평등의 경제적 문제를 풀기 위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이다.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정치를 제시하는 등 그 구체적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박 시장이 정부와 마찰를 빚고 있는 서울시 청년수당 등,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의 정책적 흐름과도 일치해 나가는 성과를 보였다.

이는 대북강경책으로 북한 제재 외교에 치중되었지만, 사드배치로 대 중국, 러시아 외교에서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며 경제적 실리와 다른 외교적 성과마저 스스로 축소한 박근혜 정부와 크게 비교된다.


태그:#박근혜, #박원순, #외교, #대외정책, #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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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바꿈세상을바꾸는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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