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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 백련암 가는 길입니다. 삶도 이렇게 돌아가야 익습니다.
 경남 고성 백련암 가는 길입니다. 삶도 이렇게 돌아가야 익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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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 문 앞에 종이 걸렸습니다. 바람이 오가다 종을 울리는 게지요. 댕~~~
 백련암 문 앞에 종이 걸렸습니다. 바람이 오가다 종을 울리는 게지요. 댕~~~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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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 연화산 옥천사 뒤쪽으로 약 200m 쯤 가면 연화산 자락에 백련암이 있습니다. 백련암은 "조선 숙종 4년(1678)에 묘욱선사가 초창한 작은 암자"입니다. 백련암 입구의 졸졸졸 흐르는 물로 목을 축입니다. 산 중 물이어선지, 목 넘김이 부드럽습니다.

"스님 계십니까?"

나그네가 먼저 여쭙기도 전에 벌써 알아보는 선생이 있습니다. 왈왈왈…. 견공, 시끄럽게 짖어댑니다. 속으로 '쯔쯔쯔쯔 성질머리 하곤' 하고 맙니다. 이 정도면 안에서 누가 왔나? 조용히 시킬 요량에 벌써 인기척 냈을 겁니다. 그럼에도 조용합니다. 암자에 임자가 없단 게지요. 천하가 임자인 것을!

아이들이 진정한 구도자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고성 옥천사 뒷길을 오르니 백련암입니다.
 고성 옥천사 뒷길을 오르니 백련암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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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 연화산 백련암 입구입니다.
 경남 고성 연화산 백련암 입구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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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암자를 떠올릴 때면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십 오륙년 전, 지리산 토굴에서 간혹 뵈었던 비구니입니다. 당시, 지리산서 녹차 제다법을 배우던 후배를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분이었지요. 여승은 놀러 갈 때면 산중에서 딴 홍시와 차 등을 내주시더 ㄴ인정 많은 비구니였습니다.

여승을 뵈면 그 얼굴 위로 또 한 분의 비구니가 오버랩 됩니다. 깨복쟁이 친구 누나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었던, 누나의 갑작스런 출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받았던 충격이 꽤 컸습니다. 이후 친구들은 누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아마, 충격에 자리에 누우신 친구 어머니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에서 하는 말이지만, 당시 왜 충격이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삶은 그 자체가 곧 진리 찾아가는 길이건만. 그래서였을까. 잠시, 딸과 아들이 각각 2세와 1세일 때, 부부 사이의 대화를 떠올렸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스님이나 비구니 혹은 신부나 수녀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당신도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인데. 웬일이래."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떤 종교건 간에 아이들이 진정한 구도자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생명이 태어난 후 인간 삶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 내지는 방향 탐구가 있었나 봅니다. 지금도 간혹 '아이들이 절에 들어간다 하면 아버지로서 내 반응은 어떨까?' 상상하곤 합니다. 오십이 넘은 입장에서도 OK입니다. 왜냐하면 삶, 별 거니까.

제 놈이 저지른 인과응보, 즉 윤회 속 업보

고성 백련암 약수와 법구경 글귀가 화두를 던져 주었습니다.
 고성 백련암 약수와 법구경 글귀가 화두를 던져 주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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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견공. 깨달음이었습니다. 이게 다 제 놈의 윤회요, 업보지요.
 갇힌 견공. 깨달음이었습니다. 이게 다 제 놈의 윤회요, 업보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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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신 상태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은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근원이다.
사람이 선한 마음으로 행동하거나 말하면 마치
사람을 따르는 그림자같이 그에게는 행복이 따른다." - 법구경-

백련암 약수 위, 돌탑에 새겨진 문구입니다. 이걸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모든 것의 근원은 마음이며, 선한 마음에는 행복이 따른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렇지만 이도 간단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가진 오만가지 마음 중, 예쁜 생각만 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선한 마음을 가지는 것 자체가 곧 수행인 셈입니다.

약수로 마음 다잡은 후, 암자 안으로 들어갑니다. 한 생명의 운명을 봅니다. 시끄럽게 짖어대던 강아지 한 마리 철망에 갇혀 있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행여나 사람 물까봐 스님께서 노심초사했던 게지요. 견공, 성질머리 죽이고 얌전하게 굴었다면 묶어둘지언정 갇히진 않았을 겁니다. 어째, 마음 한쪽이 짠합니다. 어쩌겠어요.

굳이 스님과 이야기 나누지 않더라도 견공을 보니, 알 듯합니다. 이게 다 성질 더러운 견공 제 놈의 인과응보, 즉 윤회 속 업보지요. 이는 암자를 비운 스님을 대신해 견공이 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백련암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옵니다. 어쩐 일일까. 끊임없이 목 아프게 짖어대던 견공, 한순간 조용합니다. 암자 밖에선 얼마든지 있어도 상관없다는 거죠. 고놈, 참 영악합니다. 이번에는 하늘에서 까마귀가 울어댑니다. 견공과 임무 교대한 듯합니다. 두 호위무사가 나그네를 반긴 것으로! 그러자, 지인이 보냈던 글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하늘에게 행복을 달라 했더니, 감사를 배우라고 했다!"

고성 백련암에서 우리네 삶을 봅니다.
 고성 백련암에서 우리네 삶을 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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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이 조용하자 까마귀가 나섰습니다. 두 호위무사가 삶을 일러 줍니다.
 견공이 조용하자 까마귀가 나섰습니다. 두 호위무사가 삶을 일러 줍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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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 연화산 백련암.
 경남 고성 연화산 백련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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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고성, #연화산 백련암, #견공, #깨우침,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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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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