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3월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대폭 바뀐 수능에 따른 대학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지난 3월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대폭 바뀐 수능에 따른 대학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제 고3 엄마인데…. 우리 뭐 해야 하는 거야?"

2014년, 첫째 친구 엄마가 내게 물었다. 고3 엄마? 첫째가 겨울방학만 지나면 고3에 올라가니 나는 고3 엄마 맞다. 고3 엄마라 듣기만 해도 가슴에 큰 바위를 얹은 거 같다. 답답하다. 그런데 고3 엄마가 되려면 내가 뭘 준비해야 하는 건가? 고3 엄마 처음이라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물었다.

"고3 엄마면 우리 뭐 해야 해?"
"자긴 등급 컷, 백분위, 원점수, 수능 최저, 적성고사, 이런 말 다 알아?"
"모르지."
"나도 내가 너무 아는 게 없어서 잠실체육관에서 하는 입시설명회를 다 신청했다니까?"

이 엄마는 설명회 다녀와서 배운 게 생기면 알려준다고 했다.

뭔지 통 알 수 없는 대입 언어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건 첫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치른 학부모 총회 때였다. 담임 선생님을 만나 볼 요량으로 참석했던 학부모 총회에서 선생님들은 듣도 보도 못한 단어를 막구 쏟아내며 대입을 설명했다.

등급 컷, 원점수, 백분위, 수능 최저, 학생부 종합전형, 논술전형, 적성고사... 뜻이 뭔지 알기 어려운 단어들이 머릿속에 뱅글뱅글 돌았다. 당장은 고3이 아니니 멀찍이 밀어두었던 단어들인데 이제는 고3이니 더는 미룰 수가 없겠다. 그 단어의 뜻을 알려고 고3 엄마였던 친정 언니에게 전화했다.

"언니, 원점수, 백분위 점수, 등급 컷 이런 게 무슨 말이야? 언니 알지?"
"정민아, 언니도 그런 거 잘 몰라. 그거 웬만한 사람들은 다 몰라. 너희 형부나 알까."

학교에 가기만 하면 맨날 선생님이 그 말만 하는데 고 3엄마 했던 사람이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지? 이상했다.

"그리고 정민아,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알려고 하면 머리 빠개져. 그냥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공부만 열심히 시켜. 그것밖에 없어."

물론 언니의 말이 맞다. 제도가 어떻든 결론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난 무언가를 하기 전에 전체를 이해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건 내가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나는 새로운 선생을 찾아야 했다. 바로 2년 전까지 대치동 학원에서 일했던 친구에게 전화했다. 친구는 확실히 달랐다.

"그 단어 뜻은 인터넷으로 검색해 봐. 그리고 서점에 가면 대입 관련 책이 있어. 그 책을 사서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야. 해마다 대입 제도가 많이 바뀌니까 계속 공부를 해야 이해가 돼.

우리도 마찬가지야. 벌써 우리가 알고 있는 거랑 달라진 게 많거든. 그리고 정민아, 큰애 문과면 수학을 잘 준비시켜야 해. 문과는 영어랑 국어에선 별 차이가 안 나. 수학이 당락을 결정해. 너 통계 배웠잖아. 그거랑 비슷해."

친구는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해줬다. 친구가 말한대로 인터넷에서 단어 뜻을 검색했지만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수학을 좋아하고 하는 편인데도 대입제도를 이해하긴 어렵다.

입학설명회를 다녀온 엄마랑 통화했다. 내가 알아낸 단어 몇 가지를 설명해 주고 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 언니 말은 그냥 공부나 열심히 시키래. 어려운 단어 알려고 애쓰지 말고."
"내가 그 단어 뜻을 알려고 하는 건 선생님하고 상담이라도 할 때 그게 무슨 알인지는 알아먹긴 해야 하니까 딱 그 수준이라도 알려는 거지."
"하긴 우린 그것도 안 되는 수준이다."
"아, 나도 설명회에서 배운 거 하나 있다. 수시에 붙으면 정시에 지원하지 못한다는 거. 그리고 수시는 여섯 번 지원할 수 있다나?"

그런 규칙이 있구나. 그런데 이 엄마 말끝을 흐리는 거 보니 자신이 없나 보다. 뭘 알지도 못하는 엄마 둘이 앉아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커다란 대입제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다.

사실 2015년은 좀 걱정이었다. 큰아이는 뭘 하나를 결정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떨 때 보면 진짜 요즘 아이답지 않게 답답하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결정을 뒤로 미루는 습관 때문에 엄마인 나는 옆에서 닦달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이유로 난 큰아이 일엔 좀 한 박자를 쉬고 아이가 먼저 고민할 여유를 주려고 애를 쓰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는 아직 고3이 아니고 나는 아직 고3 엄마가 멀기만 하다.

이렇게 넋 놓고 있다가 몰아치는 대입 일정에 아무 대책도 없이 휩쓸려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래서 언니한테 또 전화해 물었다.

"언니 나 내년에 수시 때문에 바쁘고 그래? 그거 돈도 많이 든다며 남편도 바쁠 텐데 그럼 내가 다 쫓아다녀야 하는 거야? 나 글쓰기 모임 회장도 해야 하는데 가능해?"
"야, 수시 그거 하지도 마. 인문계 애들은 잘 되지도 않아. 그거 여섯 번 하다 보면 돈이 얼마나 많이 깨지는데."

에효, 언니의 조언은 언제나 이렇다. 진짜 도움이 안 된다. 항상 결론만 말한다. 그러니 내년엔 내가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지 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수험생 고3 엄마가 한해를 어찌 보내는지 미리 알아야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있을 텐데…. 언니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될 이야기만 해줬다. 물론 빠듯한 우리 집 형편을 알기에 내가 고생하는 게 싫어서 하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고 3엄마 이렇게 준비 없이 맞아도 되는 걸까?

(* 나중에 알고 보니 대입원서 접수는 인터넷으로 아주 간단히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시 원서 접수가 간단하냐 하면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태그:#대입제도, #입시, #수능, #등급컷, #백분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