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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가 지난 10월 22일 오후 고인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종로구청앞 사거리와 인접한 서울 청계천 광통교 부근에서 열린 '살인정권 규탄! 고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경찰의 강제부검 시도를 규탄하며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 호소문 발표하는 백도라지씨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가 지난 10월 22일 오후 고인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종로구청앞 사거리와 인접한 서울 청계천 광통교 부근에서 열린 '살인정권 규탄! 고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경찰의 강제부검 시도를 규탄하며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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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이여!

굶주림과 가난의 땅에 씨앗 한 알 심어 생명을 살리고자 한 당신입니다.

당신의 손을 거쳐 혼을 담아 자라나는 밀알은 내일도 언 땅을 비집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입니다. 척박한 땅을 가르고 자라나는 생명의 힘을 믿습니다. 그 땅을 생명의 터전으로 지켜온 우리, 농민들이 있습니다.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만큼 무너져가는 척박한 농민의 현실을 갈아엎어 버릴 것입니다. 농민의 농업을 지키겠습니다. 기어이 농민들이 땀의 대가를 제대로 받고 살맛 나게 농사 지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차별과 폭력 없는 평화로운 날들도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모든 이들의 입에 고르게 나누어지는 먹거리, 전쟁 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는 당신이 바라던 세상이었습니다. 우리가 하겠습니다.

생전에 간절히 바라며 이웃과 나누었던 생명과 평화의 소망을 품고 고이 가소서.

당신이 가시는 길 그 곁을 수만의 시민들이 함께 걷고 있습니다. 백남기 농민을 알고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경찰의 강제 부검에 맞서기 위해 장례식장을 지켰던 시민들의 얼굴도 스쳐 지나갑니다. '백남기 농민을 지키겠다.'는 뜨거움이 전해져 추운 날씨에도 서로의 온기를 부비며 버텨온 이 땅의 진정한 양심이고 또 다른 백남기입니다.

백남기 농민이여! 우리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아직도 못다 이룬 요구가 너무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는 정의가 무너져 내렸고 거짓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유린되었고 국민의 권력은 농락 당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없는 국가는 국민을 죽였고, 폭력적인 그들만의 정치는 오늘도 횡행합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싸울 것입니다. 이 싸움을 멈출 수 없습니다. 당신이 가시는 길 뒤로 우리가 서 있습니다. 우리가 백남기입니다. 수만의 백남기가 당신의 곁에서 함께 걷고 있습니다.

쌓이고 쌓인 거짓말을 감당할 수 없어 이제는 무너지고 있는 부당한 권력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이 평생 살면서 그토록 애타게 바랐던 이 땅의 민주화, 평화와 통일을 위해 청춘을 바쳤던 정신을 우리들이 이어갑니다.

백남기 농민이여!

당신이 가는 길에 뿌린 연대와 따스함과 희망, 꿈으로 밝혀진 빛으로 이 땅에 민주주의와 정의를 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 입니다.



태그:#백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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