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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장 당진시장이 자유발언대에 올라 "촛불을 들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홍장 당진시장이 자유발언대에 올라 "촛불을 들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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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7만의 당진시가 연일 술렁이고 있다. 지난달에만 고 백남기 농민 추모 집회를 세 차례나 열었다. 이 달 들어 추모 집회는 자연스럽게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로 바뀌었다.

10일 오후 7시. 당진터미널 앞 광장에서 열린 2차 촛불집회에는 500여 개의 촛불이 켜졌다. 어린 가족의 손을 잡고 자리한 가족, 인근 현대제철 노동자, 교복을 입은 학생, 나이가 지긋한 농민 등 참여층도 다양했다.

호서고에 다니는 3학년 김아무개 여학생이 우선 눈에 띄었다. 이 학생은 "토요일(12일) 광화문에 가고 싶은데 수능이 코 앞이라 여기로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해군 장교가 꿈인데 나중에 이런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 충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후손들이 2016년 11월 그때 뭐했냐고 물으면 '촛불을 들었다'고 말해주고 싶어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 때 뭐했냐고 물으면 촛불 들었다고 말하겠다"

10일 오후 7시. 당진터미널 앞 광장에서 열린 2차 촛불집회에는 500여 개의 촛불이 켜졌다.
 10일 오후 7시. 당진터미널 앞 광장에서 열린 2차 촛불집회에는 500여 개의 촛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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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홍장 당진시장(더민주당 소속)도 촛불을 들고 자유 발언대에 섰다. 그는 시민들에게 '촛불을 들라"고 외쳤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권국가인데도 주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들어 봅시다. 촛불을 드십시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김 시장은 <오마이뉴스>와 현장 인터뷰에서도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성적인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잃었다"며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국민의 힘으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바닥 민심이 반영된 직접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초당적인 국민회의(가칭)를 결성, 중론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김홍장 시장 "바닥 민심 반영된 초당적인 논의 기구 만들자"

10일 오후 7시. 당진터미널 앞 광장에서 열린 2차 촛불집회에는 500여 개의 촛불이 켜졌다.
 10일 오후 7시. 당진터미널 앞 광장에서 열린 2차 촛불집회에는 500여 개의 촛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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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어울림여성회 회원들. 당진 어울림여성회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각각 집회 참가자에게 따뜻한 차와 음료를 제공했다.
 당진 어울림여성회 회원들. 당진 어울림여성회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각각 집회 참가자에게 따뜻한 차와 음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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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패권 다툼, 밥그릇 싸움만 하는 정치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바닥 민심이 반영돼야 한다.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어 양심세력이 나서서 새로운 국가체제를 만들자.

여야 정치인과 원로들은 물론 지방의회,지방단체장 등 지역 대표성을 가진 선출직 등이 참여하는 초당적인 (가칭) 국민회의(또는 국가발전의회)를 구성해 새로운 국가 패러다임을 만드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당진은 충남 시군(15곳) 중 오는 12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노조를 빼고도 당진시 농민회에서만 30여 대의 상경 버스를 예약해 놓았고, 더민주당 당진시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각각 버스를 대절했다. 이런 때문인지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광화문 집결을 권유하는 발언이 주를 이뤘다.

"퇴거 명령하러 서울로"  "판 갈아 엎으러 서울로" 호소  

이날 참가자들은 문화제를 마친 후 터미널 광장을 출발해 구 군청사-구터미널-KT 등 신도심에서 구도심을 잇는 4km 구간을  행진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문화제를 마친 후 터미널 광장을 출발해 구 군청사-구터미널-KT 등 신도심에서 구도심을 잇는 4km 구간을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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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진 전국농민회충남도연맹 의장은 "오는 토요일은 박근혜 퇴출하는 날"이라며 "청와대에 퇴거 명령을 하러 서울로 가자"고 호소했다.

김태년 현대제철 노조 위원장은 "현대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갖다 바친 돈이 128억 원"이라며 "사 측이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한 돈을 허투루 퍼주고 대신 노동자를 잡는 (노동법 개악과 단체협상 후퇴라는) 칼을 샀다"고 지적했다.

김진숙 당진어울림여성회장은 "최저임금 100원도 올려주기 어렵다더니 특정인에게 말 한 마리를 사주기 위해 수십억 원을 썼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절망에서 벗어나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함께 나서자"고 말했다. 당진어울림여성회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각각 이날 집회 참가자에게 준비해온 따뜻한 차와 음료를 제공했다.

김희봉 당진참여연대 회장은 "피사리(작물에 섞여서 자란 피를 뽑아내는 일)를 하려하지 말고 논 자체를 갈아엎어야 한다"며 "판을 갈아엎으러 서울로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문화제를 마친 후 터미널 광장을 출발해 옛 군청사-옛 터미널-KT 등 신도심에서 구도심을 잇는 4km 구간을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행진했다. 앞의 고3 여학생도 무거워 보이는 빨간 책가방을 메고 끝까지 행진했다.



태그:#촛불집회, #당진 , #당진터미널, #김홍장 당진시장, #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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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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