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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탈북자들을 취재해 온 조천현씨의 이름 앞에는 다큐멘터리스트, VJ(비디오저널리스트), 사진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국내 VJ 1세대로 꼽히는 그는 1997년 5월 두 달 동안 조·중 접경지역을 취재했다. 당시 북한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1990년대 북한에서 기아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숫자는 최대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가 6mm 카메라에 담은 북한의 참상은 KBS <일요스페셜> '지금 북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로 전파를 타면서 국내외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1999년에는 두만강 국경지대에서 구걸로 연명하는 '꽃제비'(탈북 청소년)들의 실상을 고발했다.

2013년 4월, 동심
▲ 동심 2013년 4월, 동심
ⓒ 조천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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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압록강을 달리는 소녀
▲ 압록강을 달리는 소녀 2014년 2월, 압록강을 달리는 소녀
ⓒ 조천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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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된 취재가 지금까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1년 중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에서 취재 활동을 하기에 그에게 거는 전화는 국제전화로 연결되기 일쑤다. 개인적으로는 큰 아픔도 겪었다. 취재 때문에 어머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던 것. <통일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조씨는 이렇게 아픔을 토로했다.

"나는 엄마에게 그리움만 줬다. 엄마는 항상 나를 기다렸다. 서울로 올라와 내 자취방에 있던 엄마를 두고 북중 국경지대에 갔다. 한 달만 기다리라고 했지만, 나는 지키지 못했다. 돌아왔을 때 엄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다시는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북중 국경지대에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엄마에게 준 그리움을 그들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지난 2008년부터 조·중 국경지대의 풍경을 기록하는 사진 작업도 병행해온 조씨가 그동안 찍은 사진과 글들을 모아 사진집 <압록강 건너 사람들>(통일뉴스, 구입문의 02-6272-0182)을 냈다. 

2015년 7월, 빨래하는 여성들
▲ 빨래 2015년 7월, 빨래하는 여성들
ⓒ 조천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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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모래찜질
▲ 모래 찜찔 2014년 7월, 모래찜질
ⓒ 조천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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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서일까? 조씨가 카메라에 담아온 북녘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지 예전의 우리 모습과 사뭇 닮아있다.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부, 꽁꽁 언 압록강 위를 달려가는 소녀, 물놀이 하면서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 강물에 빨래하며 수다를 떠는 아낙들의 모습은  우리들 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기억들을 깨운다.

2008년 9월, 혜산의 아침
▲ 혜산의 아침 2008년 9월, 혜산의 아침
ⓒ 조천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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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과와활동 가는 길
▲ 과외활동 가는 길 2015년, 과와활동 가는 길
ⓒ 조천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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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 – 압록강에서'를 쓴 신경림 시인은 이 사진집의 추천사에서 "닯았다는 말로는 모자라, 똑같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압록강 이쪽으로 또 저쪽으로 떨어져 어언 70년 넘게 살아 왔건만 우리의 본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조천현 작가가 10년 동안 다니며 찍은 압록강 건너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되돌아보게 만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말해준다. 이 사진들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태그:#조천현, #압록강 건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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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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