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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밤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대형화면에 비춰진 오마이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밤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대형화면에 비춰진 오마이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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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가는데 광장에도 거리에도 사람들이 줄지 않는다.

12일 오후 9시 현재 어둠이 내린 서울광장에는 낮에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했던 시민 수만 명이 여전히 가득차 있다. 시민들은 주최 측이 대형화면에 틀어놓은 오마이TV 생중계를 보며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화면에 나오는 연사들이 쏟아내는 '사이다 발언'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다가, '박근혜 퇴진' 구호가 나오면 주먹을 쥐어 보이며 힘차게 따라 외쳤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산다는 정아무개씨(45)는 "박근혜 대통령이 저지른 일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어 모처럼 아내와 아들, 딸 등 가족을 데리고 왔는데 이대로 그냥 집에 들어가기엔 왠지 아쉬움이 남아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마음들이 청와대에 전해져 박 대통령이 하루빨리 하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촛불시위의 특징은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 앞이나 세종대로처럼 큰 거리에만 모이지 않고 이면도로까지 꽉 메운 채 집회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최측 추산 100만 명이 넘는 사상 초유의 인파가 거리에 쏟아져 나온 탓이기도 하다. 한 번 시위대에 휩쓸리면 중간에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 '박근혜 하야'를 외치다가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공연을 보며 같이 구호를 외쳤다.

학교 이름을 등에 새긴 '과잠'을 입은 대학생이나 교복 입은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학생 특유의 발랄한 문구를 적은 피켓에 당당하게 학교 이름을 적어넣고도 전혀 거리낌 없이 구호를 외쳤다.

울산에서 올라와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학생들이 종로구청 사거리에 앉아 햄버거로 저녁을 때우고 있다.
 울산에서 올라와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학생들이 종로구청 사거리에 앉아 햄버거로 저녁을 때우고 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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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로 저녁 때우는 학생들 "아빠가 대신 참가해 달라더라"

지방에서 단체로 온 학생도 많이 보였다. 오후 7시 30분 경 종로구청 앞 4거리 땅바닥에 주저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던 정아무개양(16.울산여중3)은 페이스북에서 신청한 다른 학생 80여 명이 같이 버스를 타고 5시간 걸려 서울에 왔다고 말했다.

정양은 "대통령이 나쁜 일을 했다는 얘길 들었고 이런 집회에 한 번 참가해보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실제 와보니 문제가 더 심각한 것 같다"며 "국민을 돌볼 줄 모르는 대통령은 빨리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양은 또 "기업들에게 돈을 뜯어냈다는 사실이 가장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부하들과 짜고 기업들에게 얼마를 내라고 강요하고 난처해하면 깎아주기도 했다는 데, 이게 과연 대통령이 할 짓이냐"고 분개했다.

정양와 같이 온 이아무개양(16)은 "최순실씨가 딸을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시킨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같은 평범한 학생들은 어렵게 공부해도 대학에 갈까말까 하는데, 힘있는 사람은 편안하게 들어간다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평소 아빠와 같이 TV뉴스를 보며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이양은 "아빠가 '나는 바빠서 못가지만 너는 내 대신 꼭 참가해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햄버거를 먹은 뒤 대기하고 있는 전세버스를 타고 울산에 내려갔다.

특히 이날 서울시청 주변에는 악기를 가지고 나온 음악인들이 시선을 끌었다. 딱딱한 구호만 외치던 시민들이 이들을 보고 모여들었고, 거리는 즉석 연주회장이 되었다.

특히 빨간 우의를 입고 브라질 타악기를 연주하는 10여 명의 음악인들은 빠르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거리를 행진해 수 백명이 시민들을 끌고 다니며 "박근혜 퇴진" 구호를 이끌어냈다.

브라질 악기 연주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서울시청 뒷길을 행진하고 있다.
 브라질 악기 연주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서울시청 뒷길을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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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중총궐기,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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