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한국을 넘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13개국 39개 도시에서 집회가 열린 가운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500여 명이 참석한 시위가 12일(현지 시각) LA 총 영사관 앞에서 열렸다.
이날 낭독된 재미동포 시국성명서를 통해 집회 참석자들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서민 경제 파탄, 세월호 참사, 남북관계 파탄 등 현 정부의 잘못을 일일이 지적하며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와 새누리당의 해산을 요구했다. 개신교·불교 등 종교 지도자들이 발표한 성명서에서는 박 대통령의 퇴진과, 남북관계 개선,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번 집회는 2년 전 세월호 참사 직후 LA에서 열렸던 추모 집회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집회이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나온 경우도 있었고, 2시간 넘게 운전을 하고 온 참석자도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참석한 조주현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 1주일 넘게 눈물만 흘릴 때에도 이런 집회에 참석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저히 집에만 있을 수 없어 나오게 되었다. 박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국정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당장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석한 UCS 이수인 학생은 "조국에 대한 걱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져서 감사하다"며, "학교로 돌아가 더 많은 학생들과 함께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발언했다.
한국 문제로 열린 집회에 여러 인종 참석자가 참석한 것도 눈에 띄었다. KIWA 회원으로 집회에 참석한 휴고 가르시아씨는 "미국 언론의 보도와 직장 동료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오늘 한국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형제 자매들에게 연대의 뜻을 표하고자 여러 친구들과 같이 참석하게 되었다"며 말했다. 그는 스페인어로 "우리는 이루어낼 것이다"를 연호해 집회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환호를 받았다.
총 영사관 앞에서 시작한 집회는 한인타운 중심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도심을 행진하며 "박근혜 퇴진", "이명박 구속", "새누리당 해산", "친일파 청산" 등의 구호를 외쳤고, 행진은 한 시간 반 넘게 진행되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20여 명이 미리 자리를 차지하고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계엄령을 선포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에 두 집회 참석자들간에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 신문에도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