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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 새누리당 혼란 수습 방안 고심 중인 이정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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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은 거슬러 올라가자면 김영삼·김대중·김종필 포함한 3김 정치의 아주 전형적인 정치행태와 사고와 목표에 익숙해 있고 핏속까지 그 행태가 흐르는 사람들이다. 그분들이 얘기하는 개혁과 쇄신은 도로 3김 정치에 회귀하는 것 이외에는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비주류(비박근혜)를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 이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주류에서) 제2창당을 얘기하고 해체 수준의 변화를 얘기하고 있는데 저는 전부 구두선으로 끝날 것이라는 데 대해 확신한다. 절대 실현될 수 없고, 분위기도 아니고, 실현시킬 수 있는 중진도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15일) "다 합쳐서 지지율 9%도 안 되는 이들이 앞가림도 못 하고 있다"면서 자신을 비롯한 당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비박계 대선주자들에게 날을 바짝 세운 것의 연장선상이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비박 주도로 꾸려진 '당내당(黨內黨)' 성격의 비상시국회의 대표자 회의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비박계 대선주자와 시·도지사 일부,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참석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가 '비주류가 주장하는 당 해체 및 재창당은 말 그대로 선언에 불과하다'고 단언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수습책으로 제기된 '지도부 사퇴' 문제를 두고 벌어진 새누리당의 '내홍'은 극단을 향해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모 도지사 포함한 당 중진들, 사퇴 요구할 자격도 없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당 쇄신을 요구하는 중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갑윤, 이주영, 이정현 대표, 조원진 최고위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당 쇄신을 요구하는 중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갑윤, 이주영, 이정현 대표, 조원진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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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날 당 소속 4선 중진 이상 의원을 대상으로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는 정갑윤, 이주영, 원유철, 최경환, 홍문종, 정우택, 조경태 의원 등 주류(친박근혜) 측 중진만 참석했다. 이 대표가 전날 주재한 3선 의원 대상 간담회에서 안상수 의원만 참석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비주류 측 중진의 불참에 대해 "이번만이 아니지 않나. 지난 3개월간 당대표 하면서 열린 자세와 의견 수렴을 하려는 의지를 폈지만 거기에 참석하지 않거나 협조 안 하거나 냉소하는 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당에 수없이 많은 위기가 있었고 쇄신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그런 부분에 대해 외면하고 거부하고 거절하고 있다가 모 도지사를 포함해 당의 중진들이 요즘 와서 거의 모든 일을 전폐하고 이정현 사퇴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평상시의 참여, 의견 개진 이런 것에 불참하다가 '물러나라, 사퇴하라' 이 두 마디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것은 책임 없는 자세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주류 중진 등을 비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새누리당은 2011년에도 2010년, 2009년, 2008년에도 있었고 당시 소위 실세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다른 쪽의 사람들을 탄압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고도 짚었다. 즉,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 주류인 친박계를 비판하는 이들 역시 이명박 정부 당시 당 주류였던 친이명박계(현 비박계)였고 현 상황을 탓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다.

비주류 측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는 "일 터지자마자 바로 시작된 게 당대표 사퇴 연판장이었다. 이유나 대안은 일절 없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퇴 요구했다"면서 "(오늘도) 어떤 식의 또 다른 연판장이 돌았는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가 높아서 이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거나 의원들을 줄 세우거나 정치적 야심의 도구로 소속 의원들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 당을 주도하는 한 이 당은 절대 쇄신도, 발전도 될 수 없다"면서 "자기도 모르게 오염돼 있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병풍'으로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주장했다.

홍문종 "보이지 않는, 숨어서 지지하는 이들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당 정상화 방안에 대해 "야당과는 대화를 나누면서 왜 (비박계) 대화를 하지 않느냐"며 지적하고 있다.
▲ 지도부 질타하는 최경환 "비박계와 대화하라"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당 정상화 방안에 대해 "야당과는 대화를 나누면서 왜 (비박계) 대화를 하지 않느냐"며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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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 참석한 친박 중진들은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주류가 '침묵하고 있는 다수'라는 점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최경환 의원은 "당내 혼란 수습과 관련해 당원들을 많이 만나고 있는데 한 마디로 '뭐 잘한 게 있다고 너거끼리 싸우나'는 정서다"며 "우리 당원들은 당이 어려울 때나 잘 나갈 때나 묵묵히 기여해 왔는데 중진을 비롯해 국회의원들이 현 사태를 책임지고 설명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싸우는 건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의 조기 전당대회 계획이나 비주류 측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결국 당의 혁신과 정권 재창출이란 공동의 목표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솔직히 지도부가 아무 대안 없이 그냥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사태수습 후 사퇴"를 주장해 온 이 대표에게 힘을 실은 것이다.

아울러, "비대위라고 하지만 전당대회 위한 비대위지 않나. (비대위를) 마구 닳도록 계속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큰 차이 아닌 것으로 서로 삿대질을 하는 것은 국민의 도리도 아니고 당원의 도리도 아니다. 그런 지혜를 모아가는데 지도부가 앞장서고 중진도 좀 나서고 하자"라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 역시 "우리 당의 문제는 야당과 얘기할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왜 없나. 우리 당 안에서 사분오열 돼서 여러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이정현이 엄연히 있어도 야당에서 대표로 인정 안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비주류 탓에 현 사태를 수습하기 더 어렵다는 힐난이다.

그는 특히 "비대위를 왜 구성하자고 하나. 속셈이 뻔하다"면서 비주류 측의 요구를 당권 장악 기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숨어서 지지하고, 우리 위해서 힘내라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라며 "대통령이 정말 잘못했지만 대북정책 등 우리가 꼭 지킬 일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우리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 당을 지키고 근간이 되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갑윤 의원은 "시비와 선악을 넘어 내 잘못은 덮고 남의 탓만 하며 싸움과 미움이 끊이지 않는다. 당이 굳건하지 않으면 계파가 무슨 소용이고 당이 기울고 보수가 쓰러지면 어느 계파가 성한 곳 있겠나"라며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난동벌이식 논의가 아니라 보수 신뢰 회복을 위한 공존 공영의 단합"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주류·비주류가 서로의 주장을 놓고 절충할 것을 요구하는 이도 있었다. 이주영 의원은 "최근 이 대표 퇴진을 둘러싼 당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대결의 자세, 이런 모양새는 오래 가게 하면 안 된다"라며 "이 대표도 이제 비박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보다는 같이 가자는 유연한 자세를, 더 인내심을 가지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당대표께서 12월 20일 전후로 시한을 제시하면서 그 안에라도 거국 내각 총리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물러나겠다고 밝혀주셨는데 좀 더 유연하게 그 시점 이전이라도 퇴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동시에 비박계 비상시국회의도 자연스레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정현 당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한 가운데, 비박계 중진의원은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비박계 '불참' 이정현 당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한 가운데, 비박계 중진의원은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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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정현, #최순실, #박근혜, #비박 비상시국회의,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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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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