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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대웅전 앞에 마련된 대형 향로에 향을 피우는 사람들(기사와는 무관함)
▲ 향로 통도사 대웅전 앞에 마련된 대형 향로에 향을 피우는 사람들(기사와는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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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분노에 차 있다고 한다. 그 분노를 촛불이라는 작은 소망에 담아 표현을 한다. 예전처럼 과격하고 폭력적인 집회가 아닌 어느 축제라도 참가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그러한 집회였다.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구호로 외치는 촛불집회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거개가 원하는 있는 간절함이다.

사람들은 달라졌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국정농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저지른 장본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욕을 하고 난리를 피우기보다는 양심껏 자리에서 물려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 함성이 연일 전국적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 몸통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은 도대체 요지부동이다.

국보 제290호인 통도사 대웅전. 28일 많은 사람들이 대웅전을 찾아들었다
▲ 대웅전 국보 제290호인 통도사 대웅전. 28일 많은 사람들이 대웅전을 찾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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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아간 양산 통도사. 통도사는 우리나라 5대 보궁 중 한 곳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적멸보궁이 있기 때문이다. 통도사 대웅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이 된 것을 조선 인조 23년인 1645년에 우운스님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보 제 290호인 통도사 대웅전은 사방에 모든 다른 이름의 편액이 걸려있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형상을 모신 대신 진신사리를 보관한 사리탑을 모신 곳을 말한다. 통도사 대웅전은 동편으로는 '대웅전' 중앙계단인 남쪽으로는 '금강계단', 대웅전의 반대편인 서쪽에는 '대방광전'이라는 편액을 달고 있는 소중한 국보로 지정된 목조건물이다. 그리고 금강계단 뒤편에는 '적멸보궁'이라는 편액을 걸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을 두고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을 향한 남쪽에는 금강계단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 금강계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을 향한 남쪽에는 금강계단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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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 향로에 향을...

국보 제290호인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 한편 대웅전 앞쪽에 거대한 향로가 놓여있다. 수많은 향이 꽂힌 향로에는 온종일 향이 피어오르고 있다. 대웅전을 들려 나온 사람들이 이 향로 앞에 마련한 향을 한 개비씩 집어들고 불을 붙여 향로에 꽂고 있다. 그 중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형제들이 함께 왔는데 저는 포항에 살고 형님은 대구에 사세요. 그리고 누이는 경주에서 왔고요. 이곳 통도사 일주문 앞에서 만나 함께 대웅전에 들렸다가 나왔어요."

"오늘 특별히 통도사를 찾아 온 이유라도 있나요?"
"나라 때문이죠. 살기가 바빠 남들처럼 촛불을 들고 광화문을 갈 수는 없지만 이렇게 형제들이 모여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에서 간절히 기원을 한 후 촛불 대신 향불이라도 피우려고요."

"멀리서 형제분들이 모이셨네요?"
"예, 다들 이 나라가 돌아가는 꼴이 정말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니까요. 국민의 92%가 반대를 하는, 자격없는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으니 얼마나 국제적으로 망신입니까? 이제 제발 내려와야죠. 아직도 그 자리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쌓아놓은 것이 아까운가 봅니다."

더 이상 말을 붙일 수가 없다. 이름과 직업 등을 묻지 말아달라는 이 남성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한다. 도대체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야 할 사람들을 누가 이렇게 촛불을 들고 목이 터져라 '퇴진하라'고 고함을 치도록 만든 것일까?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이 먼 길을 달려와 동참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스럽다며 향을 피우게 만든 것일까?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리탑
▲ 사리탑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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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에 모인 많은 사람들, 마음은 오직 하나  

통도사를 찾아간 것은 문화재를 촬영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몇 번인가 통도사를 찾아갔지만 정작 제대로 모든 문화재를 촬영하지 못하고 늘 쫒기는 시간으로 인해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서곤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만 몇 점이라도 소중한 문화재를 더 돌아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더 많은 곳을 돌아보는 것은 무리였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통도사를 찾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먼 길을 이른 시간부터 달려와 하나같이 마음속에 염원하는 바를 이루게 해달라고 무릎을 꿇는 사람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의 서원은 오직 하나였다. 이 황폐해진 나라를 바로 세우고 그 주범들을 모두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간절함이다.

향에 불을 붙여 꽂은 후 손을 모아 기원을 하는 사람들(기사와는 무관함)
▲ 기원 향에 불을 붙여 꽂은 후 손을 모아 기원을 하는 사람들(기사와는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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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에 출발해 몇 시간을 달려 찾아간 통도사.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염원에 더 간절한가도 모르겠다. 촛불 대신 향을 피우고 망가져버린 나라를 바로 세우기를 바라는 사람들. 차를 주차장에 대놓고 소나무 숲길을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대는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걷는 부모님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간절함이 걸음마다 배어있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찾아든 통도사. 그곳엔 촛불 대신 간절함이 깃든 향이 연기를 내며 타오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통도사, #향로, #금강계단, #사리탑,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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