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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윤주씨는 "적혈구 긴급 수혈이 필요한 예강이에게 수혈이 늦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1시간 40분이나 일찍 적혈구 수혈을 한 것처럼 간호기록지에 허위내용을 기재하였다.
'신해철법', '예강이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11월 30일 시행되었다.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자폐성·정신장애 제외) 등의 중대한 피해를 본 경우 상대방의 동의 없이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의료분쟁 조정절차를 시작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예강이법'의 시행일이자 법률 개정의 계기가 된 고 전예강 어린이의 생일이기도 한 11월 30일, 예강이 유족을 비롯한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병원의 전예강 어린이 의료사고 사망사건 진실규명 은폐행위 규탄 및 진료기록부 등 조작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강이 유족, "병원에서 의료사고 은폐 위해 의무기록 조작"

예강이 엄마 최윤주씨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예강이 사건으로 민사소송 중인데 재판 준비하면서 의무기록지가 위조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의무기록지 조작은 의료인의 과실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11월 30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진료기록부 등 조작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11월 30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진료기록부 등 조작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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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3일,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전예강 어린이는 3일 전부터 시작된 코피로 인해 동네에 있는 내과, 이비인후과, 종합병원을 거쳐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요추천자 시술 도중 쇼크로 사망했다.

예강이 유족은 "예강이가 내원할 당시부터 헤모글로빈 수치와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의 1/3 수준에 불과했고 맥박수도 분당 137회로 빈맥 상태의 응급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응급실에 도착한지 약 4시간 후인 13시 45분경에 수혈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적혈구, 혈소판 등의 수혈을 통해 생체 징후를 교정한 다음에 검사를 하라는 소아혈액종양과와 소아신경과의 협진 회신결과를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기다리지 않고 끝내 무시한 채 요추천자 시술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간호기록지의 적혈구(RBC) 수혈시간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간호기록지에 기재된 12시 11분경 유모 간호사의 적혈구 수혈기록과 13시 45분경 박모 간호사의 적혈구 수혈기록을 살펴보면 혈액번호가 '0114032222'로 동일하므로 12시 11분경의 수혈기록은 허위 기재라는 것이다. 예강이 유족이 확보한 CCTV 영상에서도 12시 11분경에 적혈구를 수혈한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병원 응급실 담당 김모 의사는 예강이가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 맥박이 분당 80회라고 '응급진료기록지'에 기재하였으나 실제 예강이의 혈압과 맥박 등을 체크한 박모 간호사는 '간호기록지'에 맥박이 분당 137회라고 기록했으며 '임상관찰기록지'에도 예강이의 최초 맥박이 137회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예강 어린이 유족들은 적혈구 수혈이 신속하게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4시간만에 수혈을 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병원측에서 수혈시간을 앞당겨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전예강 어린이 유족들은 적혈구 수혈이 신속하게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4시간만에 수혈을 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병원측에서 수혈시간을 앞당겨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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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강 어린이 유족들은 "응급실 도착 당시 간호사가 잰 맥박수(137)와 '응급진료기록지'에 의사가 기록한 맥박수(80)가 다르게 기재되어 있고 이는 기록을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강 어린이 유족들은 "응급실 도착 당시 간호사가 잰 맥박수(137)와 '응급진료기록지'에 의사가 기록한 맥박수(80)가 다르게 기재되어 있고 이는 기록을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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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씨는 "적혈구 긴급 수혈이 필요한 예강이에게 수혈이 늦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1시간 40분이나 일찍 적혈구 수혈을 한 것처럼 간호기록지에 허위내용을 기재하였다. 또 혈소판 수치도 낮고 빈맥 상태에서 요추천자는 금기사항이라고 하는데 소아혈액종양과와 소아신경과의 협진절차도 무시한 채 요추천자를 시술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정종현 군의 어머니 김영희씨는 "병원에서는 '법대로 하라'고 하면서 의료분쟁 조정절차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예강이 어머니는 자동으로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이고, 그 결실이 이렇게 맺어졌다"면서 "병원측 방어를 위해 의무기록 조작이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따라서 수정하거나 변경된 기록도 남길 수 있어야 하고, 관련 자료를 환자나 보호자들도 요청하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예강이 유족이 확보한 CCTV와 의무기록지 자료 등을 응급의학회 등 관련 학회에 보내서 공식의견을 받을 예정"이라면서 "병원측에서는 지금이라도 자료와 CCTV 등을 검토해서 의료사고가 맞다면 예강이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관련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 인재근 의원실과 간담회 열어 대책 마련 건의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일반적인 진료기록부 등과 전자의무기록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수정한 경우 환자 등이 열람 및 복사를 요청할 때 수정 전·후 기록을 모두 열람하게 하거나 복사해 주도록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추가하려는 경우 관련 접속기록 자료와 변경 내용을 별도로 작성·보관하도록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수정된 의무기록도 환자 등이 열람ㆍ복사할 수 있어야 하고, 관련 접속기록 자료와 변경 내용을 별도로 작성ㆍ보관하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수정된 의무기록도 환자 등이 열람ㆍ복사할 수 있어야 하고, 관련 접속기록 자료와 변경 내용을 별도로 작성ㆍ보관하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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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환자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 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을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의무기록지 조작이 심각한 범죄행위이며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인재근 의원실에서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 의무기록지 등을 조작해 또 다른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한다.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하여 관련 실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함께 법안 상정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환자단체 대표들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에 방문해 의무기록지 조작 등을 방지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 해줄 것을 건의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환자단체 대표들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에 방문해 의무기록지 조작 등을 방지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 해줄 것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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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의료사고 피해자들, #의무기록 조작, #전예강,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인재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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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동자.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으나 암 진단을 받은 후 2022년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2023년 <나의 낯선 친구들>(공저)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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