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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최근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하야(퇴진) 촉구 집회 등은 청소년과 맞닿은 점이 꽤나 많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 인물 중 한 명, 정유라씨의 입학 부정은 입시를 위해 12년을 준비했던 많은 청소년들에게 상실감을 주었고, 수능을 전후해 점점 커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청소년들을 공부에서 벗어나게끔 하고 있습니다.

'국정화 교과서 반대 청소년 행동'을(관련 기사 :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들, '귀여운 완장' 찬 이유) 계승한 청소년 단체인 '틴즈디모' 를 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던 것에서 벗어나 청소년 참정권 확충, 여성 등 사회적 약자 인권 신장 등의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틴즈디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기자 말

11일 열린 만 18세 선거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박지윤 씨가 발언하고 있다.
 11일 열린 만 18세 선거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박지윤 씨가 발언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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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오후 1시 30분, 청소년들이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실에 들어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박남춘 의원, 김영호 의원, 소병훈 의원,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과 함께였다. 의원들이 간단한 소개 후에 청소년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번 기자회견의 주체는 '국정화 교과서 반대 청소년 행동 2'에서 계승한 청소년단체 틴즈디모(Teenager+Democracy의 합성).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시위에서 봤던 스케치북에 오늘은 다른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나도 투표하고 싶어요', '정치 성숙도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나에게도 선택권을 주세요' 등의 메시지였다. 회원들이 만 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달라는 것, 교육감선거에 만 16세까지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 청소년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 제정을 해달라는 요구사항을 기자회견에서 전했다.

원내의 다섯 정당과 함께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바람을 가진 이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틴즈디모의 스태프들이 국회의사당이 눈앞에 보이는 한 카페에 모였다. 인터뷰 때마다 이 카페에 모인다며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오늘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들어섰다.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기자회견에 참여했는지, 어떤 바람이 있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는 것이 기대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11일 오후 1시 30분에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만 18세 참정권 요구를 위한 기자회견.
 11일 오후 1시 30분에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만 18세 참정권 요구를 위한 기자회견.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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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한 마디씩 해 주시면 어떨까 한다. 엄재연 씨는 '국반청' 인터뷰를 위해 전에도 한 번 만남을 가졌는데, 그래도 자기소개 한 번 더 해주시면 좋겠다.
박지윤: 안양서중학교 3학년, 이제 고등학교 배정을 앞두고 있는 박지윤이다. 엄재연 씨와 함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청소년 행동 2'(아래 국반청2) 때부터 활동했고 지금은 틴즈디모의 '실세'이다. 조만간 재연 씨 뒤를 이어서 틴즈디모를 이끌 예정이다.

엄재연: 올해로 청소년 활동 5년차를 맞은 엄재연이다. 박근혜 당선과 동시에 활동을 시작했고, 작년 여름부터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홀로 깃발을 들었다. 그런데 반응이 좋아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국반청2를 만들었고 결국 틴즈디모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공부 못하는 것들이나 이런 것을 한다'고들 하시는데, 인서울 대학에 붙어서 두 달째 신나게 놀고 있다.

김현기: 17살이 된 김현기이고, 내신 산정이 다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틴즈디모 공보팀장이다. 중학교에 대자보를 붙였다가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학교 친구들도 '선동'하고 선생님들께도 단체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이용기: 이제 '고3'의 길에 들어선 덕소고 이용기이다. 틴즈디모에서 많은 예쁨을 받는다고 쓰고 동네북이라고 읽히고 있다. 사실은 공보팀원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얼떨결에 사회자 역할도 맡아봤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행평가가 '1인시위 하기'였는데, 그 때 진짜 1인 시위를 했다가 여차여차해서 틴즈디모를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 18세 투표권을 주창하는 청소년 단체가 많다. 사실상 거의 모든 청소년 단체가 18세 투표권 도입을 대표적 구호로 삼고 있는데. 국회 본관에 입성한 건 틴즈디모가 처음이다. 국회 '후기' 좀 들을 수 있을까.
엄재연: 18세 투표권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국회의사당 밖에서 의견을 외쳐보아야 국회 의원실에 들어가서 항의하는 것보다 효과가 적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양하게 알아보다가 이재정 의원실과 연락이 닿아 국회 정론관을 대관하게 되었다. 우리가 시위할 때는 보도자료를 미친 듯이 뿌려대야 몇 명의 기자분들만 왔는데, 정론관에는 기자분들이 상주하고 있어서 굳이 보도자료를 뿌릴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우리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국회 상임위 회원실로 갔다. 여러 의원님 앞에서 직접 우리의 의원을 전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 의원이 거의 없어서 아쉬웠는데, TV로 볼 때는 몰랐는데 은근 잘 생긴 의원님들이 계셨다. 표창원 의원님이라던가...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님처럼 은근 귀여운 의원님들도 계셨다.

박지윤: 밥이 맛이 없었다. 떨려서 밥도 못 넘겼는데, 짜서 못 먹었다. 그리고 엄청 넓더라. 걷다보면 다리가 너무 아팠다. 현장에서 시위할 때는 어른들이 어리다고 무시했는데, 국회에 계신 어른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대견하다는 말 대신 인간 대 인간으로 생각해주신 것이 고마웠다.

엄재연: 기자회견 직전에 천정배 의원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오늘 기자회견을 응원한다고 하시면서 함께 해나가자는 덕담을 보내주셨다. 국민들에게는 '동네북'이신 분들이지만 그래도 실제로 뵙는 인성은 참 괜찮으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용기: 보도자료를 나눠주는 등 백방으로 뛰었는데, 기자분들이 생각보다 친절하셨다. 청소년들이 명함을 교환하자고 하면 거부감을 가지실만 한데, 편하게 배려해주시는 것이 고마웠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이미지도 사실 좋지 않았는데, 진심으로 환대하고 지지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일할 수 있는 힘을 의원님들을 통해 얻게 된 것 같다.

김현기: 국회의원님들이 생각보다 기자회견 때 많이 오셨다. 어떻게 보면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높은데, 우리가 일개 청소년인데도 불구하고 친절하고 살갑게 대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주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재정 의원님이 안아주셔서 행복했다.

20살인데 조기 대선에 투표 못 한다? 억울하다

'틴즈디모'의 회원들이 기자회견장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회견문을 연습하고 있다.
 '틴즈디모'의 회원들이 기자회견장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회견문을 연습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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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만 18세 투표권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박지윤: 내 자신의 권리를 표현하지 못 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고, 더더구나 그것이 '미성숙한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내가 요구하는 의견을 실현해줄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선거인데, 어른들의 책임에 맡겨놓고 정작 청소년이 원하는 정책은 반영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엄재연: 대선이 너무 빨리 진행되면 나는 투표를 못 한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20살이면 사회적 나이는 성인인데 투표를 못 한다는 것은 억울하지 않냐는 생각이 있다.

이용기: 만 18세라면 고3이나 스무살이다. 고3이나 스무살 정도라면 대한민국의 중등교육과정을 거의 모두 이수한 상태이다. 그런 청소년/성인들이 정치적인 이성적 판단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김현기: 사실 만 16세 투표권을 지지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국민인데 일생의 4분의 1을 투표를 못 하고 지낸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만 16세 투표권을 주창할 수 없기 때문에 만 18세 투표권을 차선책으로 고른 것이다. 언젠가는 만 16세도 투표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피켓 대신 '스케치북'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엄재연: 우리가 피켓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솔직히 말하자면 인쇄 비용이 없어서이다. 우리가 무슨 돈이 있겠냐. 후원해 주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 않는다. 속초에서 매번 서울로 올라오는데 이것도 내 돈으로 쓴다. 얼마 전에는 적금도 깼다. 어머니께 죄송하다.

박지윤: '미화'하자면 피켓은 약간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스케치북을 사용했다. 스케치북은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쓰지 않는가. 그 만큼 우리가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케치북을 골랐다.

이용기: 피켓은 딱딱하고 정해져있다. 피켓의 내용의 일부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스케치북은 틀에 갇혀있지 않은 청소년을 상징한다.

김현기: 피켓은 단체의 '강령'을 손으로 드는 셈이다. 단체의 획일적인 의견보다는 개개인의 의견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담을 수 있는 스케치북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A4용지에 인쇄할 돈까지 없을 리는 없지 않나.

- 그렇다면 이번 기자회견의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나. 어떻게 이런 기자회견문이 만들어졌는지도 궁금하다.
엄재연: 1월 7일 열린 틴즈디모의 청소년공동회 때 2~30명의 회원이 참가했다. 여기서 나온 의견들을 모두 취합한 다음에 온라인으로도 의견을 수렴하여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기자회견문을 써낼 수 있었다. 스텝들이나, 글 잘 쓰는 한두명의 의견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기자회견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급진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인 요구안을 원했다.

한 참가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에게 이상적인 것은 만 16세부터의 모든 사람이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고 오히려 역풍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만 18세까지는 기본으로 하고, 교육감 선거는 만 16세부터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라는 이야기였는데, 이를 그대로 반영해서 기자회견문에 넣었다.

이용기: 청소년들의 정당 가입을 법적으로 허가해달라는 요구를 제안했다. 이것을 통해 청소년들이 정계에 자유로운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표는 할 수 있는 데 반해 정당에 가입해 의견을 본격적으로 개진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의견을 우선적으로 제안했다.

김현기: 정치 참여를 이유로 청소년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달라는 요구도 했다. 단순히 우리가 아는 정치참여 방법인 시국선언이나 시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SNS에 올리거나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는 등의 활동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나만 봐도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고 틴즈디모를 홍보했다고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지윤: 마지막 부분은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담았다. 청소년들이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정치 참여를 막기에는 그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치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나이가 갑자기 오는 것은 '사고'라고 생각한다. 정치 참여는 모두의 소중한 권리인데, 특정 나이가 되었을 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선 후보에게 청소년들의 요구사항 제출할 것"

기자회견에 참석한 틴즈디모의 스텝이 국회 복도의 벽에 스케치북을 대고, 자신의 의견을 써넣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틴즈디모의 스텝이 국회 복도의 벽에 스케치북을 대고, 자신의 의견을 써넣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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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기자회견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국회 상임위 앞에서 이루어졌던 침묵시위였다. 정말 독특한 시위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기획했는지 알 수 있을까.
박지윤: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아직 꽤나 많다. 원래는 그 의원님들의 의원실에 찾아가 통과를 부탁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방문을 하지 못 해서 상임위원회 앞에 찾아가 침묵시위를 하게 되었다.

엄재연: 원래는 새누리당 안전행정위원회 간사 의원실에 항의방문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시간 관계상 상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의 침묵시위로 변경했는데, 회의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피켓을 드는 것이 금지되어있다. 그래도 침묵시위를 통해 올바른 항의를 할 수 있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 그렇다면 이번 기자회견을 주도한 청소년단체, 틴즈디모에 대한 자세한 소개 어떨까. 국반청2에서 어떻게 틴즈디모로 바뀌었는지도 궁금하고 말이다.
박지윤: 국반청2의 요구는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정부만이 이를 '밀고' 있을 뿐이지 교육청이나 교육감이 사용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사실상 국정교과서는 폐기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제 필요한 것은 국정교과서라는 한정된 주제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교육, 혐오, 정치와 관련되어 청소년이 요구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어른이 끼는 순간 할 수 없는 청소년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학교에서 짜증이 났던 부분, 같은 청소년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던 부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연 오빠가 이런 단체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을 때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재연: 우리가 한 달에 두 번씩 청소년 공동회를 주최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의견을 모아 대선 때 청소년의 요구안을 발표하는 것이 목표이다. 틴즈디모가 직접민주주의를 온라인 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틴즈디모도 공동회를 통해 '아고라'처럼 의견을 오프라인으로 수렴하는데, 그렇게 수렴된 의견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찬반투표를 통해 반영할 지 결정한다. 온라인을 통해 제안한 내용은 공동회를 통해 또 오프라인에서 다듬어지고 수렴된다. 최대한 많은 청소년의 의견을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반영하고 있다.

이용기: 틴즈디모가 다른 청소년단체가 다른 점은 '단톡방'이 와글와글하다는 것이다. 다들 활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학교 반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와중에서도 건설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예상치 못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틴즈디모에 반영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 점이 틴즈디모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단체는 조직적이지 않다. 기성세대들이 좋아하는 관료화, 체계화를 거부하면서, 팀이 목표하는 바를 성취해낼 수 있는 것도 틴즈디모의 장점이다.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들과 학교 안에 있는 청소년들 간에 간극이 없다는 것이 우리 단체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김현기: 우리는 '평회원'이 없다. 대신 최소한의 관리를 위한 스텝만이 있다. 공동회와 같은 기회도 청소년이라면 거리낌없이 참여할 수 있다. 개방성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스텝들은 사실 일만 하기 때문에 자조적으로 '일의 노예'라고 자학하고 있다.

- 틴즈디모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대선 때 뭔가 큰 것을 한다는데. 엄재연 씨도 대학에 가시는만큼 물러나실 때가 된 것 같은데.
엄재연: 청소년 공동회를 계속 진행함으로써 대선 후보들에게 청소년들의 요구사항을 만들어 제출할 것이다. 요구사항을 들어주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읽어봐주시지도 않은 채 문전박대하신다면 우리가 아마 헌정 사상 최초로 청소년들의 대통령 후보 낙선운동을 벌이지 않을까. 성인이 된 멤버들이 나와야 될 때가 올 텐데, 이 멤버들끼리 스페인의 '데모포스'와 같은 유럽식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정당'을 만들고 싶다. 

박지윤: 지금보다 더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단체를 운영하다보면 파벌로 인한 갈등도 생기고 자기 이기심 때문에 의견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최대한 감소시키면서 어렵지 않게 청소년의 의견을 담을 수 있는 단체로 만들고 싶다. 동네 친구들 모아서 '오늘은 뭐 하고 놀래?' 같은 그런 단체 말이다.

김현기: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하는 일의 노예가 될 것 같다. 스텝들 전부 다. 나랑 지윤이는 앞으로 3년 동안 고생할 것 같다.

진짜 '판단력이 흐린' 이들은 누구일까

인터뷰가 끝나고 포즈를 요청했다. 왼쪽부터 박지윤 씨, 이용기 씨, 엄재연 씨, 김현기 씨.
 인터뷰가 끝나고 포즈를 요청했다. 왼쪽부터 박지윤 씨, 이용기 씨, 엄재연 씨, 김현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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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수고하셨다. 마지막 질문은 자신의 개인적인 계획이다. 진로/진학적인 계획을 말해도 좋고, 단순히 갖고 있는 버킷 리스트를 말씀하셔도 좋다.
박지윤: 내 꿈은 사업가다. 경영학과를 나와서 사업가가 되고 싶다. 일단 돈을 많이 벌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벌어서 혼자만 쓰고 싶지는 않다. 그 시대의 청소년 단체나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사용하고 싶다.

엄재연: 이미 진학 계획은 세울 필요가 없다. 이미 한 대학교의 정치학과의 17학번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혁신적인 정당을 만들어서 원내에 진입시키고, 집권여당으로 만드는 것이 '빅 픽처'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레고'의 바이오니클 시리즈를 전부 다 모으는 것?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영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촛불집회의 영웅이라고 언론에서 띄워주던 몇몇 청소년들은 지금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건 청소년들의 의사를 정치권에 전달해 줄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이용기: 지금은 정치 쪽에 활동이 치중되어있는데,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 인권과 같은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캠프를 계획해보고 싶다. 아동복지사가 되고 싶고, 아동복지사로 대한민국의 청소년이나 아동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현기: 개인적으로는 국정교과서를 쌓아놓고 태우고 싶다. 그걸로 바베큐 파티를 열고 싶다. 고구마나 감자도 묻어서 굽고, 캠프파이어도 하고, 고기도 구우면서 틴즈디모 회식을 겸사겸사 하고 싶다. 단순하게는 조리학과나 정치외교학과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 '정치하는 쉐프'가 되고 싶다.

인터뷰 정리를 끝내고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에서 오늘 국회에서 있던 일들을 다룬 뉴스를 살펴봤다. 댓글창에서 '어리기 때문에, 아직 판단력이 흐린 나이기 때문에 선거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판단력이 흐린 나이'라는 대목에서 멈칫했다. 과연 기자회견을 보고, 이들이 공동회를 열어 열띠게 토론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판단력이 흐리'다고 할 수 있을까.

공동회를 열고, 대선 후보에게 청소년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어른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이 떠올랐다. 집에 배달된 선거 팜플렛을 대충 읽어보고 던진 다음 학연에, 지연에, 그도 아니라면 단순히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시험 문제 '찍듯' 선거를 하고 나와버리는 어른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체 '판단력이 흐린' 이들은 누굴까. 이들일까, 아니면 청소년들이 판단력이 낮다고 힐난하는 어른들일까. 이들의 제 3차 공동회는 1월 21일에 열린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틴즈디모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TeensDemo/)에서 알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태그:#청소년, #참정권, #만 18세 선거권,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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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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