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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열린 보수 맞불 집회 연단에 선 윤창중.
 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열린 보수 맞불 집회 연단에 선 윤창중.
ⓒ 유투브 시사X파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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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마다 '여러분'을 붙였다. 그 여러분은, 쉬이 짐작 가능하듯이 '박사모'와 '어버이연합' 회원들이다. 그러면서 '자살' 운운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자신이 얼토당토않게 핍박을 당했고, 그럼에도 자살을 하지는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을 동등 비교하기도 했다. 아전인수도 이 정도면 병이요, '대한민국 1등' 수준이다.   

"저 윤창중이가 노무현처럼 자살을 하지 않은 것은, 노무현과는 달리 결백했기 때문이고, 박근혜 정권에 꼬투리를 잡아서 박근혜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대한민국 쓰레기 언론, 야당, 친북, 종북, 반미 세력에 대해, 이런 반대한민국 세력을 제 손으로 반드시 척결하기 위해서 저는 죽지 않고 여러분 곁으로 살아 돌아왔습니다."

윤창중은 기세등등했다. '박사모' 회원들의 "윤창중"이란 연호를 들으니, 짧았던 청와대 대변인 시절의 영광(?)이라도 스쳐 갔던 걸까. '232만 촛불'이 전국에서 타오른 제6차 민중총궐기가 열렸던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열린 박사모 회원들의 맞불 집회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연단에 올랐다.

17분여에 걸친 그의 발언은 요즘 말로 '아무말 대잔치'라 할 만했다. 시종일관 궤변과 억지주장, 막말이 넘쳐나는 그의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수준이 다시금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논리는커녕 감성도 제로다. 아무리 연단 위 발언이라고 하지만 비문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뭐가 그리 억울한지 소리만 빽빽 질러댄다. 시종일관 "저 윤창중"을 재확인하는 통에 선거 유세 나온 정치인인 줄 착각할 정도다. 

이쯤 되면, "박근혜 대통령 1호 인사"라는 스스로의 표현이 자부심인지, '셀프 디스'인지 헷갈린다. 그럼에도, 윤창중의 '막말'에 가까운 발언들을 들여다보는 까닭은 명확하다. 저 수준의 언론인이 대통령과 정권의 말과 글을 담당하는 청와대 대변인을 짧게나마 역임했다는 사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이 윤창중이 몸담았던 <뉴데일리>와 같은 극우 매체들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다. 

"워싱턴에서는 새벽 5시에 술을 팔지 않습니다, 여러분"

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열린 보수 맞불 집회 연단에 선 윤창중.
 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열린 보수 맞불 집회 연단에 선 윤창중.
ⓒ 유투브 시사X파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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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윤창중을 가장 악랄하게 난도질하고 생매장한 언론은 조선일보입니다, TV조선입니다. 제가 죽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반드시 살아남아서 조선일보와 TV조선을 비롯한 대한민국 쓰레기 언론이 저 윤창중을 향해 벌여 놓은 온갖 쓰레기를 제 손으로 반드시 청소하고 말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아군도, 적군도 없어 보인다. 오직 "저 윤창중", '윤창중 개인'만 있다. 보수 정권, 박근혜 정권 창출에 앞장섰던 조선일보도 "다시 살아 돌아온" 윤창중 앞에서는 "쓰레기"로 전락해 버렸다. 조선일보가 '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사퇴한 송희영 전 주필 건으로 박근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TV조선이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앞장섰던 것과는 하등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저 '윤창중=박근혜' 공식을 완성시키기 위해 어제의 동지도 오늘의 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여기서 압권은, 과거 '성추행'에 대한 실소를 자아내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좀 길지만 인용한 이유도 거기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수준을 국민들이 체감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쓰레기 언론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이런 썩은 정치인들은 제가 알몸으로 인턴 여자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인간 말종으로 저를 매도했습니다. 제가 만약에 알몸으로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성추행했다면 저는 지금 여기에 있지 않고 형무소에 있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청와대 대변인이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시고 (호텔에)들어왔다는, 광화문광장에 넣고 능지처참을 해도 모자랄 인간 말종으로 만든 대한민국 이 쓰레기 언론들, 대한민국 야당, 대한민국 종북세력. 워싱턴에서는 새벽 5시에 술을 팔지 않습니다, 여러분. 제가 어떻게 새벽5시까지 술을 마시겠습니까.

대한민국 쓰레기 언론과 야당, 그리고 종북친북반미 세력이 저를 난도질하고 생매장한 이유는 바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의 제1호 인사인 윤창중을 무너뜨려야 박근혜 정권, 박근혜 대통령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들은 윤창중을 난도질하고 생매장했던 겁니다."  

'그립' 윤창중 선생, 응원합니다

5일 오후 배우 문성근이 페이스북 올린 미디어워치 관련 글과 사진.
 5일 오후 배우 문성근이 페이스북 올린 미디어워치 관련 글과 사진.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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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다. 고작 해명이 "워싱턴에서는 새벽 5시에 술을 팔지 않는다"라니. 이런 분이 어떻게 청와대 대변인을 한 건지 진심 통탄할 일이다. 박근혜 정권을 윤창중 전 대변인과 동일시하는 사람도 찾기 힘들 뿐더러, 박근혜 정권의 수준을 가늠하는 인사로 윤 전 대변인이 손꼽힐 뿐이다. 급기야 윤 전 대변인은 탄핵 정국과 검찰 수사를 들먹이기에 이른다. 박 대통령 스스로가 대면조사는 물론 서면조사까지 거부했던 바로 그 검찰 수사 말이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한 번 만나서 수사도 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을 마피아의 두목으로 매장하는 이런 나라. 이런 나라 같지 않은 나라의 검찰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여러분. 특별 검사가 이제 임명돼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조차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대한민국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발의했습니다. 이건 헌법에도 없는 것이고 법과 원칙에도 맞지 않는 반헌법적인 폭거인 것입니다, 여러분."

이래저래 우리 헌법이 고생이다. 안타까운 점은 지난 이러한 윤창중 전 대변인과 같은 인사가 '보수' 진영의 '네임드'로 인정받는 현실이리라. 마침 이날 집회에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도 함께 자리했다. 올해 들어 각종 소송에 패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기부 천사'라는 별명을 얻은 그 변희재 대표 말이다.

"청문회 들어가시는 국회의원들께. 변희재씨가 운영하는 '미디어워치'에 전면 광고를 실은 기업체들 일부입니다. 삼성전자, 롯데백화점, KT, 포철(포스코), 농협, 가스공사, MBC, KB금융그룹, KEPCO, 신한금융그룹, 방송문화진흥회...
광고를 게재하게 된 경위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체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텐데 어떤 계기/동기로 게재했는지, 만약 반강제 또는 강제성이 있었다면 그 경위는 무엇이었는지?"

5일 오후, 배우 문성근이 자신의 SNS에 적은 문제제기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박근혜 정부 들어 뉴데일리와 같은 극우·보수 매체가 급성장했다. 매체도 여럿 늘었고,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의 영향력도 늘려갔으며, 어버이연합의 주장과 다를바 없는 논조로 박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정책들을 옹호하는데 앞장서 왔다.

문성근의 문제제기는 그 매체들 중 하나이자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매체인 미디어워치에 굴지의 대기업들과 공기업이 광고를 게재한 배경에 청와대가 개입한 흔적은 없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별세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중에는 "보수 분위기 기조에 악영향 우려. 적극적 오보 대응 및 법적 대응 요구"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JTBC 등 정부비판적인 언론에 대응하기 위해 보수단체나 방송통신심의위 제소 등 다방면을 활용할 것을 지시한 내용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작동방식으로 볼 때, 청와대가 미디어워치와 같은 매체의 논조와 기사에 개입했으리란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어버이연합을 비롯해 이 정부 들어 정치적·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성장하고 활동한 보수단체와 극우·보수 매체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다. 윤창중씨와 같은 인사가 청와대 대변인을 맡은 국가적인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그래서 환영(?)한다. 박 대통령이 발탁한 윤 전 대변인과 같은 개인이 자신의 멘탈과 수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활약을 말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수준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랩' 윤창중 선생을 적극 응원하는 바다. 


태그:#윤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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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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