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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숨을 쉬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숨을 쉬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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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운명이 판가름 나는 날, 새누리당은 또 다시 둘로 나뉘었다.

탄핵을 막으려는 쪽과과 마음을 굳힌 쪽의 싸움이었다. 9일 탄핵 표결을 약 4시간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최고위원은 '찬성표 뒤집기'에 열을 올렸다. 곧바로 비주류의 공격이 이어졌다. 김영우 의원과 권성동 의원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며 이들에 맞섰다.

이정현 "촛불 민심 등 외부 압박 의한 탄핵 안 돼"

그 동안 의원총회에서 말을 아꼈던 이정현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은 반론의 기회가 제대로 없었다"면서 "일반인보다도 훨씬 신중하고 깊이 있게 헌법과 법률에 기초해야한다"며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얘기했다. 이어 그는 "특검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다른 사람의 진술과 언론 보도의 여러 의혹을 기준으로 중차대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만 촛불 민심은 헌법과 법률 앞에 있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탄핵 사유가 광화문 촛불 민심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어떤 여론조사도, 민심도, 대규모 시위도, 언론 보도도 헌법과 법률 위에 존대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민심이 헌법 아래 있다고 발언한 이 대목에서 비주류 의원들의 항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영우 의원은 자리에서 손을 들고 "오늘은 탄핵 표결이 있는 날인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의견이 있다. 왜 공개 발언을 하시냐"고 소리쳤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을 이끌 모든 기준은 법치주의여야하며, 의원의 양심과 상식이어야 한다"면서 "외부의 압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간절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가 지은 업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공사를 구분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지금 최순실 사태는 공사도 구분 못하고 정치인으로서의 책임 윤리에도 너무나 동떨어진 것으로, 실망을 금할 수밖에 없다"

발언 기회를 얻은 김영우 의원은 이 대표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이 반론을 펼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했는데, 사실은 반대 아니냐"라면서 "국민이 대국민담화를 생중계로 다 봤다. 모든 것을 검찰 수사에서 다 밝힌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이 어려운 결정인 것을 강조하면서도, 국정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엄청난 중압감이 있을 것으로 안다"면서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탄핵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의 일원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오후 본회의에서 거부된 자신의 5분 발언을 의원총회 자리에서 낭독하며 탄핵은 '거짓과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민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오후 3시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상태다.

조 의원은 "마지막 보루인 정치권마저 (탄핵으로) 한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거짓과 선동은 잠시 진실을 가릴 수는 있어도 영원히 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은 헌정 질서 중단의 문제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광장의 분노를 이성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주류 "이미 끝난 문제, 국민 뜻 따라야"

"대통령의 행위가 법률 위반 행위가 아니라면, 그럼 대통령이 왜 사과했고 우리당 의원 전원이 왜 사과했나. 논란의 여지 없이 확인된 문제다. 끝난 문제로 '(탄핵은) 아니다'라고 하는 게 우리 당에 과연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비주류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맞느냐는 중학교만 나와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이런 문제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맞다. 국민 80%가 탄핵에 찬성한다"고 반박했다. 권 의원은 친박 의원들이 발언 기회를 얻은 것을 들어, 비주류도 한 명 더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마이크를 잡았다.

권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이 사태 이후 큰 자괴감과 참담함을 말할 수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당이 살아 날 길은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길이다. 잘못 한 건 책임지고, 할말 하는 새누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한편, 종착역으로 향하는 '탄핵 열차'를 멈추기 위한 친박 의원들의 노력은 당일도 계속 됐다.

친박 최경환 의원은 의총에 앞서 배포한 글을 통해 "박 대통령은 20년 동안 단돈 1원도 자신을 위해 챙긴 적이 없는 지도자"라며 "뭐가 급해서 뭐를 도모하고자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고 죽이지 못해 안달이냐"고 불만을 토로했고, 김진태 의원도 SNS에 '내가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를 올리기도 했다. 아래는 그가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며 예로 든 비유를 옮겨 놓은 것이다.

"새누리당 동료의원 여러분! 정치도 다 사람이 하는 겁니다. 아내가 남편 흉을 보다가도 막상 남편이 동네 사람들에게 얻어맞으면 남편 역성을 드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그럴 때 같이 남편의 멱살을 잡는다면 그 집구석이 과연 얼마나 잘 되겠습니까?"

특히 김 의원은 "용케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에 가면 기각될 거다"라고 확신하면서 "요즘 분위기에서 탄핵에 반대하려면 큰 용기를 내야 한다. 반대 의견을 말한다고 불태워질 것을 걱정해야 한다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닌 전체주의나 파시즘이다"라고 비난했다.

결론 내지 못했지만... "탄핵 찬반 비율, 7 대 3 정도"

이러한 신경전은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전환한 후에도 이어졌다. 곽상도·장제원·백승주·이종구·최경환·김도읍·유의동·홍문종·주광덕·박대출·이우현·황영철 의원이 연단에 나서 탄핵 찬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나로 모아진 결론은 없었다.

이와 관련, 비주류 측 의원들은 '친박 측에서 조직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이나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우 의원은 "(친박 측의 조직적 준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오늘 오전 의총을 하자는 의견도 소위 친박 의원들이 강력하게 얘기했고, 이정현 대표나 조원진 최고위원 등이 공개 발언하는 내용을 보면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이미 많은 의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굳힌 단계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주호영 의원도 "서로 (각자 주장만) 얘기하는데 의원들은 이미 다 마음을 정리하고 있지 않겠나"라며 "의총에서의 발언이 크게 (가결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대세는 탄핵 찬성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던 조원진 최고위원조차 의총 중 기자들과 만나서는 "(탄핵) 찬성이 많은 것 같다. (반대) 3 대 (찬성) 7 정도"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와 관련,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찬반 비율 정도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오늘 (비공개 때) 말하신 분들은 평상시 의총 때도 같은 논조를 주장하신 것"이라며 "말을 안 하신 분들의 의견이 어떨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태그:#새누리당, #박근혜, #탄핵, #김영우, #권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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