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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8일 서울메트로 구의역에서 승강장 안전문을 유지보수하던 19세의 젊은 외주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참담한 사건은 곧바로 전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바로 외주화의 모든 문제점이 응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모군은 인력이 부족해서 컵라면 먹을 시간도 없이 혼자 일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외주회사는 2인 1조로 운영한 걸로 문서까지 위조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은폐했다. 외주회사는 원청인 서울메르토로부터 받은 노무비 중에서 100만원이나 넘는 임금을 김모군에게 지급하지 않고 중간착취했다.

서울메트로는 외주 노동자들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매뉴얼을 만들었고 사고가 발생하자 모든 책임을 김모군에게 전가시키고 발뺌을 했다. 구의역 사망사고는 중간착취 만연, 위험의 외주화, 안전부실, 원청의 책임전가 등 외주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사고였다. 그래서 구의역 사망사고 이후, 국민들은 상시적이고 필수적인 (안전)업무는 비정규직이 아닌 (청년)정규직이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게 됐다. 서울시도 이러한 국민적 요구를 감안해서 지하철의 안전업무에 한해서 업무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 다음으로 많은 도시철도 승객을 수송하고 있는 부산교통공사는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역행하는 안전인력 축소, 비정규직 확대 정책 등을 펼치고 있어서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내년 4월에 개통하는 다대구간 연장선(1호선)에 필요한 총 운영인력을 183명으로 산정했다. 충원인력도 적지만 충원방식에도 너무나 문제가 많다. 6명만 신규로 채용하고 나머지는 기간제로 77명을 대체하고 100명 정도의 인력은 기존 노선으로부터 전환배치해서 충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부산교통공사는 사실상 비정규직들과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을 통해서 다대구간 연장선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시의 산하기관이므로 이러한 정책은 부산시의 의지이기도 하다.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는 서울메트로 구의역 사망사고의 교훈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물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부산지하철노조(이하 노조)는 이러한 부산교통공사의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청년실업 해소와 지하철 안전보장을 위해서 사측이 말하는 183명이 아닌 269명이 충원되어야 하며, 당연히 청년 정규직으로 모두 충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노조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끝내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오는 20일에 전면 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매년 300억 원씩 미지급되는 통상임금 문제와 연동해서 청년 정규직 고용을 촉구하고 있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노조는 가계보조비와 성과급 등을 통상임금 항목에서 제외 할테니 해당비용으로 청년 정규직을 고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정규직 채용에 따른 비용증가분을 정규직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일정정도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부산교통공사는 노조 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부산시가 사실상 기간제 채용, 전환배치 시행, 안전인력 축소 등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산교통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서병수 부산시장은 청년고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서병수 시장체제 출범 이후에 부산시는 전국 최고 수준인 청년실업률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누누이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산은 청년실업률이 10%를 훌쩍 넘으면서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년 1만 여명의 청년들이 미래가 없어서 부산을 떠나고 있다. 최근에는 조선업 위기와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면서 부산 전체 실업률도 1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조건에서 부산시는 청년실업률을 개선한다고 말로만 외치지 말고 자신들이 먼저 주도할 수 있는 부산지하철과 같은 공공부문부터 청년 정규직 고용을 대폭 늘려야 한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정규직 신규채용을 최소화하면 당장은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구의역 사망사고뿐만 아니라 4.16 세월호 참사 등 무수한 사례로부터 외주화와 안전불감증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잘 알고 있다. 다대구간 연장선에서 인력부족과 외주화로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최악의 청년실업률에 허덕이는 부산지역 청년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하게 된다.     

부산지역 청년뿐만 아니라 전국의 청년들은 현재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양질의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돈보다는 안전이 먼저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헬조선의 청년들에게 다시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끝내고 청년 정규직을 대폭 늘리면서 민간부분까지 확산시켜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더 나은 세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이윤보다는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우리가 찾는 미래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노조도 그러한 미래를 위해서 지하철 안전강화와 청년 정규직 고용확대를 주장하면서 파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러므로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노조의 주장을 즉각 수용해서 다대구간 연장선 개통에 필요한 모든 인원을 청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것이다. 

숫자로 보는 부산 지하철.
 숫자로 보는 부산 지하철.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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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공공운수노조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입니다.



태그:#부산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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