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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서울소방학교 한정민 생활지도관(소방위. 좌)이 한 신임 소방관과 '제104기 신임소방사반' 졸업식을 마치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한정민 소방관 지난달 23일 서울소방학교 한정민 생활지도관(소방위. 좌)이 한 신임 소방관과 '제104기 신임소방사반' 졸업식을 마치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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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3일 184명의 제104기 신임 소방관들이 5개월간의 훈련을 마치고 서울소방학교를 졸업했다. 더 이상 교육생 신분이 아닌 정식 소방관으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다.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소방학교에 입교하면서부터 졸업할 때까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며 일반인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소방관이 있다. 바로 서울소방학교 생활지도관 한정민 소방위다.

교육특성상 합숙을 해야 하는 교육생들에게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규정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흔히들 생활지도관을 엄격한 '기숙사 사감'에 비유하곤 한다.

19년 차 베테랑 구조대원 한정민 소방위가 지난해부터 생활지도관으로 역할변신을 시도했다.

새로운 역할이 아직은 낯설고 어색할 법도 하지만 그의 각오는 대단하다. 소방에 갓 입문한 새내기들에게 소방의 전통을 알려주는 전달자, 소방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디자이너, 그리고 현장 선배로써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해 주는 멘토라는 1인 3역에 도전한다.

'밥값하는 소방관'이 되라고 항상 강조하는 한정민 소방위를 2017년 오마이뉴스 '이건이 만난 사람'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정해 보았다. 지난 1월 2일 서울소방학교에서 그를 만나 새로운 도전과 의미를 들어봤다.

"수난구조 덕후의 새로운 도전"

2013년 6월 한정민 소방관이 미국 콜로라도에서 개최된 '급류 구조교육(Swift Water Rescue Training)' 평가를 마친 뒤 동료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한정민 소방관 2013년 6월 한정민 소방관이 미국 콜로라도에서 개최된 '급류 구조교육(Swift Water Rescue Training)' 평가를 마친 뒤 동료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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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소방에 입문했나?
"1998년 2월 소방에 입문했다."

- 그동안 맡았던 일들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맨 처음 서울 서초소방서에 발령받아 7개월 정도 근무하다가 성동소방서 수난구조대가 만들어지면서 창립멤버로 근무했다. 그 이후 중앙119구조단(현 중앙119구조본부)으로 자리를 옮겨 수난구조 업무 13년, 인명구조견 핸들러로 2년을 보냈다. 지난해 서울소방학교로 옮겨 현재는 생활지도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 수난구조 분야의 전문가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수난구조 분야에서 일하게 됐는가?
"원래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이다. 중사로 제대한 이후 소방에서 '수난구조' 분야 특채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근무를 하게 됐다."

- 수난구조 분야에서 어떤 활동들을 했는가?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기억나는 일로는 천안함 사고와 세월호 사고 때 수색작전에 참여했고, 2006년에는 아시아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초청을 받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과 함께 '재호흡기를 이용한 수색 및 인양훈련'에 참가한 적이 있다."

- 수난구조는 업무 특성상 굉장히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 어떻게 체력관리를 하고 있는가?
"2016년부터 서울소방 사이클팀(Team FFR)에 소속돼 동료 소방관들과 함께 사이클을 즐기고 있다. 같이 대회에 출전하기도 하고 사이클을 타면서 동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때면 대단히 행복함을 느낀다."

한정민 소방관이 소속된 서울소방 사이클팀 'Team FFR'이 잠시 휴식을 취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한정민 소방관 한정민 소방관이 소속된 서울소방 사이클팀 'Team FFR'이 잠시 휴식을 취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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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 119구조단 근무 당시 해외 재난현장에 수차례 출동한 적이 있다고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재난현장과 그곳에서 어떤 임무들을 수행했는지 소개해 달라.
"출동했던 나라로는 아이티, 필리핀, 이란, 중국 쓰촨성, 태국, 일본, 인도네시아가 있다. 대지진 등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본 나라들이었는데, 그 당시 인명구조견 핸들러로 인명수색과 구조, 그리고 사체 수습 임무에 참여했다."

2013년 11월 한정민 소방관과 중앙119구조본부 소방대원들이 필리핀 재난현장에서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 한정민 소방관 2013년 11월 한정민 소방관과 중앙119구조본부 소방대원들이 필리핀 재난현장에서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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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없이 많은 사체를 수습했다고 들었다. 그 이후 트라우마는 없었나?
"아이티와 필리핀에 출동했을 때는 사체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사체들을 수습했다. 트라우마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지금은 잘 극복해서 괜찮다."

- 2011년 중앙119구조단이 유엔(UN)으로부터 전세계 구조분야의 최고 등급이라고 평가받는 헤비(Heavy) 등급을 인정받았다. 팀의 일원으로써 감동이 컸을 것 같은데 소감이 어땠는가?
"오랜 기간 준비하느라 모든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 당시 몇 개 안되는 나라들만이 헤비(Heavy) 등급을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첫 도전에 바로 최고등급을 인정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막상 헤비(Heavy)등급으로 인정을 받고보니 팀의 일원으로써 국위선양에 이바지 한것 같아서 무척 기뻤다. 지난 해 실시된 재평가에서도 최상급을 인정받았다고 들었다. 가슴 뿌듯하다."

(유엔 국제탐색구조자문단(INSARAG)은 각 나라의 국제구조대를 역량에 따라 3개의 등급(Heavy, Medium, Light)으로 나누어 평가·승인하고 있으며, 헤비(Heavy)등급을 인정받은 구조대는 해외 재난현장에서 우선 접근권을 부여받는다. 필자 주)

- 소방관들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종목에 출전했나?
"2000년에 프랑스에서 개최된 '제6회 세계소방관경기대회(6th World Firefighters Games)'에 출전한 적이 있다. 수난인명구조 분야와 5km 핀수영 분야에 출전했었다. 아쉽게도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전 세계에서 온 소방관들을 만나 우정을 나누고 강한 동기부여를 받는 계기가 됐다."

"밥값하는 소방관이 되라"

지난해 11월 8일 한정민 소방관이 제104기 신임 소방관 교육생들과 함께 극기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설악산을 오르고 있다.
▲ 한정민 소방관 지난해 11월 8일 한정민 소방관이 제104기 신임 소방관 교육생들과 함께 극기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설악산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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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서울소방학교에서 생활지도관으로 변신을 했다. 생활지도관은 어떤 일을 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린다.
"생활지도관은 아침 기상부터 구보, 학과 출장, 기타 행정업무 등 교육생들의 학교 생활전반에 관한 관리감독을 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 지난 5개월 동안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예비 소방관들을 지켜봤다. 일반인에서 소방관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요즈음 입사하는 신임 소방관들은 예전에 비해 적극적이고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개인성향이 강해 팀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방조직에서 보면 아직 덜 성숙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동료를 먼저 배려하고 팀 플레이를 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생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과 전문성이 필수다. 교육생들과 함께 매일 아침 5킬로미터씩 구보를 했는데, 유독 한 교육생이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한 2개월 정도가 지나서 그의 몸무게가 10kg 정도 빠졌고, 달리기도 8km까지 여유있게 달리던 모습이 생각난다."
      
- 이번에 졸업한 신임 소방관들이 일선 현장에 배치됐다. 기대 반 걱정 반일 텐데 선배로써 그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해 주신다면?
"사실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다.(웃음) 학교에서 훈련받을 때처럼 항상 안전에 신경 써 주기 바란다. 소소한 영웅심에 도취되지 말고 선배들과 팀워크를 잘 맞춰 나갔으면 한다.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자기계발에도 충실했으면 좋겠다."

- 올해는 제105기 예비 소방관들이 학교에 입교할 예정이다. 어떤 각오로 임하겠는가?
"교육과 현장의 동떨어진 이질감을 최대한 극복시키고 싶다. 남을 살리기 위해서는 훌륭한 인성과 강한 체력이 필수다.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진정한 프로페셔널로 길러내고 싶다."

- 교육생들에게 어떤 지도관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교육생들에게 인기있는 지도관이 되기 보다는 원칙에 충실하고 편견없이 교육생을 대하는 품격있는 지도관이 되고 싶다.(미소)"

- 한정민 소방관의 향후 계획이나 꿈을 들어보자.
"한때는 꿈이 너무 많아서 내 스스로를 힘들게 한 부분이 많았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했었고…. 지금은 소방 선배나 동료, 그리고 후배들로부터 사람 냄새 나는 괜찮은 소방관으로 평가받고 싶은 것이 꿈이다."
      
수난구조 전문가 한정민 소방위는 2011년 근정포장을 수상했으며, 잠수기능사, 인명구조사, 미국 화재대응능력 자격인 Firefighter I, II, 그리고 미국 급류구조 교관(Swift Water Rescue Trainer)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동계 수난구조 교관, 인명구조사 교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서울소방학교에서 신임 소방관들을 지도하는 생활지도관으로 근무 중이다.


태그:#한정민 소방관, #서울소방학교, #생활지도관, #104기 신임소방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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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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