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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단원고 희생자 부모와 생존학생들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천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서로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생존학생들 '눈물의 위로' 세월호참사 단원고 희생자 부모와 생존학생들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천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서로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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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눈물이 나서 미치겠다 정말"
"이게 나라냐"
"애들을 죽이는 나라"
"하아ㅠㅠ"
"아효... 우째... 맘이 넘 아프다"
"어떻게..."
"X발... 이 나라 정말 싫다"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하, 진짜..."
"나라가 이게 뭐냐"
"넘 슬퍼요ㅠ"
"아... 화면을 볼 수가 없다..."
"(생존학생들이) 울지 않으려 해서 더 맘 아프다"
"수화쌤 우신다"

그 뒤로도 오마이TV 생중계 댓글창에는 "울지마", "미안해", "괜찮아", "용기를 내줘", "그래 울어도 괜찮아", "고생했어요" 등 탄식과 눈물과 격려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화면에는 7일 11차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세월호 생존학생 9명의 모습이 보였다.

세월호참사 생존 단원고학생 9명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천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
▲ 촛불 무대에 오른 세월호참사 생존학생들 세월호참사 생존 단원고학생 9명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천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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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3년 만에 처음 공식 석상에 나섰다. 단원고 2학년 7반 김진태, 5반 김선우, 6반 이종범, 5반 박준혁, 1반 설수빈, 3반 양정원, 1반 박도연, 2반 이인서, 1반 장혜진이라고 참사 당시 학년과 반으로 자신들을 소개한 9명의 청년들.

이들을 대표해 발언한 장혜진씨는 "여기 이곳에 서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용기를 주신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다"라며 가슴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오마이TV 생중계를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아, 가슴이 터진다. 미어진다. 아프다. 눈물 난다"(이*정), "이런 현실이 넘 싫다"(안*숙), "아직도 세월호 안에서 창문 두드리던 아이들이..."(박*은) 등의 댓글을 올리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생존학생 발언에 광화문광장 촛불현장도, 오마이TV 댓글도 모두 눈물바다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도 빠지지 않았다.

"아.. 정말 살릴 수 있었는데, 할 일을 다 했다는 대통령을 어쩌면 좋으냐"(Eileen ****)
"박근혜, 역사가 너를 어떻게 기억할지"(임*은)
"이 증오를 절대 잊지 마십시오"(JS** *)
"세월호 7시간 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애들이 죽어 가는데, 하루종일 한 게 뭐가 있노. 제발 하늘에 있는 애들을 위해 박근혜는 즉각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라. 인간이면 이렇게까지 안 한다"(보게뚜***)

장혜진씨가 목이 메어 발언을 이어 가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자, 생존학생에 대한 격려와 위로의 댓글이 이어졌다.

"너희 눈물은 바로 내 눈물. 사랑한다, 얘들아"(시리**)
"우리 친구들 얼마나 힘들었을까"(co*)
"얘들아, 미안해 하지 마. 힘들겠지만 이겨내라"(Tae-Yeon ***)
"너희라도 돌아와 줘서 고마워"(김하연)
"아이들 대단합니다. 모두 힘내세요. 함께 하겠습니다"(Sara** **)
"너희라도 살아나와 줘서 고맙다"(roto** *)
"미국에서도 밤새우면서 너희를 응원하고 있단다"(Eileen ****)

세월호 침몰사고 단원고 생존학생 김현수(가명).
 세월호 침몰사고 단원고 생존학생 김현수(가명).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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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학생들은 "먼저 간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우리는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나중에 너희들을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를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생존학생들의 발언이 끝나자, 전명선 세월호 희생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단원고 희생학생들의 반 대표 부모 8명이 무대에 올라 학생들을 꼬옥 안아줬다. 살아남은 학생과 죽은 학생들의 부모님이 부둥켜안은 것이다. 다시 댓글 창에는 "가슴이 아파서 못 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가장 아름답고 슬픈 장면이다"(딸*)
"가슴 찢어져서 못 보겠다"(김*호)
"살아남은 애들은 죄송하다고 하고 죽은 애들 부모는 괜찮다 하는 장면... 찡하네요"(joonhon*****)

희생학생 예은이의 아빠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화답했다.

"그 학생들을 보면서, 왜 내 아이는 저 사이에 없었을까, 힘든 마음에 쳐다보기조차 어려웠지만, 그 아이들이 바로 세월호에서 우리 부모들이 할 수 없었던, 내 아이와 마지막을 지키고 함께 했던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 마지막 순간을 평생 죽을 때까지 안고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함께 선다고 했을 때 두려웠지만 기뻤고, 슬펐지만 새로운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나와준 아이들에게, 예은이와 수많은 우리 아이들의 체온을 함께 지니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고 사랑한다는 인사를 전한다."

다음은 단원고 생존학생 9명이 7일 11차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하늘에 있는 친구들에게 쓴 편지 전문이다.

세월호침몰사고 단원고 생존학생 김현수(가명).
 세월호침몰사고 단원고 생존학생 김현수(가명).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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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는 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입니다.

저희가 여기 이곳에 서서, 시민 여러분들 앞에서 온전히 저희 입장을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간 저희에게 용기를 주시고, 챙겨주시고, 생각해주셨던 많은 시민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또 나라에서 워낙 감추고 숨기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참사의 책임자가 누군지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민 여러분들 덕분에 이렇게 다시 한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모두 구조된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저희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기울고 한순간에 물이 들어와 머리끝까지 물에 잠겨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저희를 도와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특히 저희가 구조된 후 해경에게 배 안에 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구조해달라고 직접 요구를 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저희의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착한 제 친구들과 저희는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구하러 온다 해서 정말 구하러 와줄 줄 알았습니다. 헬기가 왔다기에, 해경이 왔다기에 역시 별일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지금,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없게 됐고 앞으로 평생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아마도 저희가 잘못한 게 있으면 그것은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원고등학교 졸업식인 지난 2016년 1월 12일 정오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졸업식날 희생자 분향소 찾은 단원고 학생들 단원고등학교 졸업식인 지난 2016년 1월 12일 정오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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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기 힘든 이야기지만 저희는 저희만 살아나온 것이 유가족분들에게 너무나 죄송하고 죄지은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유가족분들을 뵙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고개조차 들 수 없었고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며, 어떤 원망도 다 받아들일 각오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너희는 잘못이 없다며, 힘을 내야 한다며 어떠한 원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응원하고 걱정하고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는 더 죄송했고, 지금도 너무나 죄송합니다. 어찌 저희가 그 속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안부도 여쭙고 싶고 찾아뵙고도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혹시나 저를 보면 친구가 생각나 더 속상하실까 봐 그러지 못하는 것도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렇게나 친구들이 보고 싶고 힘든데 부모님들은 오죽하실까요.

3년이나 지난 지금,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쯤이면 그래도 무뎌지지 않았을까,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으실 겁니다. 단호히 말씀드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친구들 페이스북에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글들이 잔뜩 올라옵니다. 답장이 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꺼져 있을 걸 알면서도 받지 않을 걸 알면서도 괜히 전화도 해봅니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우기도 하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잠이 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꿈에 나와 주지 않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친구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물속에서 나만 살아나온 것이, 지금 친구와 같이 있어 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참사 당일,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대통령의 사생활이다, 그것까지 다 알아야 하느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대통령이 사생활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받고 제대로 지시해주었더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 대신 당장 나오라는 말만 해주었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를 낳지 않았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고, 따라서 제대로 보고받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그럼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기에 이렇게 큰 사고가 생겼는데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을까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가는 계속해서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국민 모두가 더 이상 속지 않을 텐데, 국민 모두가 이제는 진실을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 사실 그동안 저희들은 당사자이지만 용기가 없어서, 지난날들처럼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서 숨어있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저희도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나중에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너희 보기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왔다고, 우리와 너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사람들 다 찾아서 책임 묻고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와 뜻을 함께해주시는 많은 시민분들, 우리 가족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조속히 진실이 밝혀지기를 소망합니다.

지난 2016년 8월 8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세월호 희생학생 추모물품들과 교실 이전 작업을 앞두고 칠판 위에 학생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지난 2016년 8월 8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세월호 희생학생 추모물품들과 교실 이전 작업을 앞두고 칠판 위에 학생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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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먼저 간 친구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나중에 너희들을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들을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태그:#세월호, #단원고, #세월호생존학생, #박근혜7시간, #11차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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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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