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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이하 종편)3사(JTBC, TV조선, 채널A)가 2017년 3월의 2차 재승인을 위한 심사를 앞두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재승인 심사를 진행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종편 재승인 심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아래는 종편 재승인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들을 정리했다.

민언련은 탄핵국면과 맞물려 어떤 정치적 고려가 충돌할지 모를 2017년 3월 재승인 심사에 국민의 많은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종편 재승인 대응 기획>으로 이 글을 게재한다. 이 글에서 간단하게 언급된 공적책임과 공정성 부분에 대해서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문제점을 분석한 오마이뉴스 기사(http://bit.ly/2ixRzdl)와 2016년의 문제점을 분석한 기사(http://bit.ly/2iaFcCQ)에서 별도로 정리했다. 민언련은 향후 3월까지 종편 재승인 대응 기획 기사를 더 발표할 예정이다. - 기자말

종편 도입 이후 종편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개별 종편 재승인 심사 이전에 종편 정책을 근본부터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종편이 종편 도입의 목표를 달성했는지 평가해야 한다.

사실 종편은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지나친 편파, 막말 방송을 정착(?)시켰고, 방송광고 시장을 혼탁하게 했다. TV조선·채널A·MBN 3개 방송사의 경우, 2014년 기준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각각 51%, 44%, 39.9%로 절반에 이르고 재방송 비율도 37.2%, 41.4%, 50.9%에 달해, 사실상 편성 대부분을 보도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종합편성채널'의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상황이다.

도입부터 근거가 부실했던 종편

종편 4개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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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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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디어 관련법 개악은 종편 도입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방송 산업을 신산업 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고 방송 산업을 성장시킨다는 명목 하에, 소유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당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방송 규제 완화를 통해 GDP 대비 방송산업의 규모를 0.68%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0.75%로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엉뚱한 수치를 근거로 내세운 것이었다.

KISDI가 인용한 2006년 한국 GDP(1조 2948억 8000만 달러)는 한국은행 자료(약 9000억 달러)와 큰 차이를 보여 허위나 다름없었고, 선진국 사례로 제시한 영국의 GDP 대비 방송산업 비중도 방송법 개정 이후 2006년, 2007년 각각 0.06%, 0.01% 하락한 사실을 누락한 것이었다. 심지어 한국의 GDP 대비 방송산업 비중은 0.92%로 이미 선진국 중에서도 6번째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렇게 정부의 논리적 근거 자체가 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종편을 무리하게 도입했다. 종편 개국 후 5년이 지난 지금, 종편 재승인 심사에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도입 당시 정부가 발표했던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기본계획'은 정책목표로 융합하는 미디어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 방송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 선택권 확대, 콘텐츠 시장 활성화 및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 확립,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종편의 재승인 심사는 최소한 정책 목표가 잘 실현되었는지, 종편 사업자가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확인하고 평가해야 한다.

종편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잘 적응했을까

우선 지금의 종편 사업자들이 기존의 종합편성사업자들인 지상파 사업자와 비교하여 융합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대응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현한 성과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유료 방송채널을 통해 제공할 뿐 종편은 기존의 종합편성사업자인 지상파와 다를 바 없는 전통적인 방송 서비스를 행하는 사업자다.

하지만 방송 환경은 새로운 플랫폼의 확장이라는 도전에 직면해있다. 그래서 정부는 제1의 정책목표로 '융합하는 미디어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을 내세웠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목표에 따르면 종편은 기존 지상파와 달리 새로운 융합서비스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 실천했어야 한다. 종편이 지상파에 비해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했는지 그 성과는 무엇이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방송의 다양성 제고를 위해서는 보도의 경우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종편은 편파 막말보도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더불어 비보도 프로그램의 경우는 다양한 실험과 새로운 장르의 개척에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종편 도입을 승인한 정책 목표에 부합한다. 지금 종편이 그런 다양성 제고에 기여했는지도 주요한 평가 대상이어야 한다.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통해 유료방송시장이 성장하고 그것이 역으로 콘텐츠 재원으로 환원되는 구조를 통해 방송 산업을 성장토록 하겠다는 것 역시 정책 목표였다. 더 나아가 이렇게 방송 산업이 성장하면 그 연관효과로 종편을 비롯한 방송산업이 다른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 역시 중요한 평가 대상이다.

종편의 도입을 반대하는 연구자들은 종편이 새로운 방송시장을 확대하기보다는 기존 방송시장을 잠식할 뿐이라 비판했다. 종편 도입을 찬성하는 연구자들조차 종편 도입이 새로운 시장을 확장하더라도 하나 이상의 종편 도입은 우리 방송시장 잠재력을 고려할 때 무리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무려 4개의 종편을 도입했다.

비록 절대적 평가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승인사업이라 하지만 4개의 종편 도입이 정부의 정책 목표에 맞았는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4개의 종편 승인이 콘텐츠 시장 활성화와 유료방송시장 성장에 기여한 것인지 아니면 지상파의 경영 악화만 초래하고 새로운 자본의 유입에는 기여한 바가 없는 것인지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

시장에 새로운 자본의 유입이 없거나 시장이 새로운 사업자를 포용할 수 없는 수준에 불과할 경우 전반적인 콘텐츠의 질적 성장에 역행하고 저질 콘텐츠의 양산을 초래할 뿐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지금의 현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콘텐츠 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따져 봄으로써 단순 재승인 절차를 넘어 종편 도입이라는 매우 중요한 방송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콘텐츠 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키고 방송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면 종편의 수를 줄이는 방향 설정이 방송 산업 전반의 안정성을 위해 불가피하다.

종편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국내 진영 논리에 매몰

한국일보 기자에 "쓰레기"라 칭한 TV조선(2015.12.11.)
 한국일보 기자에 "쓰레기"라 칭한 TV조선(2015.12.11.)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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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역시 매우 중요한 정책 목표였다. 애초 국내 방송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한계가 있다면 세계 콘텐츠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정부는 종편을 도입하면서 바로 이런 정책목표를 설정했다.

목표대로 종편이 방송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콘텐츠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면 질 높은 콘텐츠의 수출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종편은 국내 진영 논리에 매몰돼 질 제고는 물론 다양성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종편이 국제 경쟁력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했는지 여부와 그 성과가 있는지를 자료에 근거하여 객관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

종편은 경쟁력을 강화할 질 높은 콘텐츠 제작은커녕, 고정 시청자 층 확보라는 상업적 목표를 위해 진영 논리에 매몰된 편파·막말보도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 생산에 몰두했다. 한편 경쟁력이 부족한 종편들은 생존을 위해 프로그램 경쟁력을 넘어선 광고 영업을 자행하며 광고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이는 기존 방송사업자의 생태계까지 위협하고 있어 우리나라 방송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우려를 낳았다.

방송법은 제1조부터 방송의 공적책임을 고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5조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6조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방송법은 종편을 의무 전송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무전송은 채널에 편입되기를 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공급업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혜다. 방송법은 의무전송이라는 특혜를 누리는 만큼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 등에서 더욱 큰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러므로 종편의 재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 의무 전송이라는 특혜만큼이나 종편이 공적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

방송법 6조 5항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다양성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혔다. 하지만 종편은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여론에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특정 기득권을 대변하는 편파 보도를 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특정 종편들의 편파·막말 보도를 우호적으로 심의하여 문제없다고 결론 내리거나 낮은 제재를 부과할 뿐이다. 이에 종편 재승인 심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결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방송법의 취지에 따라 종편의 공적책임 이행 여부를 더욱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막말·편파 방송 지양하라는 방통위 스스로의 권고, 방통위가 철저히 검토해야

지난해 8월 18일, 방통위는 재승인 조건 이행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종편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했다. 그런데 이때 TV조선과 채널A는 막말·편파 방송을 지양하라는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행정처분을 피했다. 이는 방송법 준수를 감시 감독할 책임을 맡은 규제기관 방통위가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두 종편이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운영, 출연자에 대한 제재 기준 마련 등 나름의 이행 의지를 보였다고는 하나, 방통심의위에 민원이 제기되는 오보·막말·편파 사례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방통위가 단순 촉구와 이행 계획 제출 요구와 같은 요식적 압박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시정 의지 부족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종편 재승인 심사는 형식적 틀만이 아니라 실제 작동 여부를 검토해 종편의 막말 편파보도와 같은 방송의 공적책임 또는 공정성 이행 여부를 면밀하게 판단해, 재승인 심사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서중 기자는 성공회대 교수이자 민언련 정책위원장입니다.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통신위원회, #종편,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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