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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이규철 대변인(오른쪽)과 홍정석 부대변인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된 특검사무실에서 최순실씨 조카인 장시호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 현물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특검은 내일 오전 9시 3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발표했다.
▲ 특검, 장시호 태블릿PC 공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이규철 대변인(오른쪽)과 홍정석 부대변인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된 특검사무실에서 최순실씨 조카인 장시호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 현물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특검은 내일 오전 9시 3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발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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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하루, 때아닌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이게 다 최순실씨, 아니 장시호씨 때문이다. 근원을 더 따지고 보면,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가 그리도 집착하는 태블릿 PC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박영수 특검은 새로운 태블릿 PC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JTBC가 입수한 것과 다른 이 태블릿 PC는 최씨가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검은 삼성 관련 뇌물죄와 공무상 비밀 누설죄 등 여러 범죄 혐의의 증거가 담겼다고 밝혔다. 11일 오후 이규철 특검보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조기에 이 태블릿 PC의 실물을 언론에 공개, 최순실씨를 압박하고 나섰다.

사태가 이쯤 되자, 최순실씨 변호인 측은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태블릿 PC' 전문가로 변희재 대표를 증인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증인 채택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변 전 대표는 10일 발족한 '태블릿PC조작진상규명위원회'에 집행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니, 증인 채택 불발에 이래저래 망신살이 뻗칠 만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재화 법무법인 향법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순실의 변호인이 태블릿PC 감정인으로 변희재를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단칼에 기각했다"고 적었다. 이재화 변호사는 "변희재가 태블릿PC 전문가라? 최순실 변호인은 재판을 장난판으로 만들고 있다. 피고인이 정신 못 차리면 변호인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둘이 똑같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말 바꾼 장시호, '제2의 태블릿 PC'를 특검에 제출하다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지난 7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2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중인 장시호는 국회의 동행명령장을 받고 오후 3시 30분부터 청문회에 참석했다.
▲ 장시호, 동행명령장 받고 청문회 출석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지난 7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2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중인 장시호는 국회의 동행명령장을 받고 오후 3시 30분부터 청문회에 참석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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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제2의 태블릿 PC'가 추가된 셈이 됐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주목하는 점은 장시호씨의 태세 전환이었다. 특검이 결정적 국면을 열어젖힐 단서로 보이는 이 '제2의 태블릿 PC'를 제출한 장본인이 바로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였기 때문이다.

특검의 발표와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지난 4일 밤 특검 조사를 받던 장시호씨가 이모 소유의 태블릿 PC가 하나 더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작년 10월 최순실씨 집에서 짐을 가지고 나온 게 있는데 그 안에 태블릿 PC도 포함돼 있었고, 특검이 확보한 CCTV에 그 장면이 찍혀 있었다는 것이다.

즉, 장시호씨의 자발적인 증언으로 특검이 태블릿 PC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뒤이어 5일 오후 장시호씨의 의뢰로 장시호씨의 아버지가 딸의 집에서 이 태블릿 PC를 가져와 직접 특검팀에 제출했다고 한다.

한편 장시호씨는 특검의 세 번째 조사부터 줄줄이 증언을 하기 시작했고, 이에 특검 측은 장시호씨의 변호사에게 조사시 동반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장시호씨가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린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장시호씨는 지난달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했을 당시만 해도 "(최순실씨가) 사용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사진 찍고 그런 것 정도는 해도 제대로 (태블릿 PC 사용은)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장시호씨가 당시 위증을 했거나 지금 말을 바꿨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장시호씨가 최순실씨를 '주범'으로 몰고 특검의 수사에 협조하면서 형량을 줄이려는 계산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사 와중에 장씨가 이모인 최순실씨와 '다른 배를 타는 것'으로 결심을 했을 공산도 크다. 특검이 태블릿 PC 실물까지 공개한 만큼, 담긴 내용 역시 특검의 수사 방향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제2의 태블릿 PC'의 존재를 접하고선 최씨가 격분했다는 대목은 장씨와 최씨와의 결별(?)을 더욱 확신하게 하는 대목이다. 11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씨는 10일 장씨가 자발적으로 특검에 본인의 태블릿PC를 임의 제출했다는 소식을 변호인 접견 과정에서 전해 듣고 격분하며 "이게 또 어디서 이런 걸 만들어 와서 나한테 덤터기를 씌우려 하냐"며 "뒤에서 온갖 짓을 다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조언' 받은 조윤선 장관의 '뻔뻔함'

지난 9일,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7차 청문회에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우)이 조윤선 문체부 장관(좌)에게 블랙리스트 문건의 존재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결국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시인한 조윤선 장관. 이용주 의원의 집요함이 승리한 순간이었다.
 지난 9일,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7차 청문회에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우)이 조윤선 문체부 장관(좌)에게 블랙리스트 문건의 존재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결국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시인한 조윤선 장관. 이용주 의원의 집요함이 승리한 순간이었다.
ⓒ 오마이TV / 그래픽 최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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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최씨에게서 돌아선 조카 장씨의 태세 전환. 그것이 자신의 형량을 줄이려는 몸부림이든, 모성애의 발로이든 중요한 것은 '죄인'들의 맨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어찌됐건, 청문회에 출석했을 당시와 달리 특검 조사를 받으며 말을 바꾼 최씨는 이모를 '주범'으로 몰아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는 생존의식의 발로를 제대로 보여준 꼴이 됐다. 변치 않은 것은 '세금도둑'들이 국민들의 공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리라.

하지만 장씨와 달리 아직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것 같은 인물이 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7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마지막으로 전 국민들을 분노에 빠뜨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말이다.

이날은 조 장관이 이른바 '청문회 스타'(?)이자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조 장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세 번째 증인으로 등극했다. 더욱이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18번 콤보' 질문에 끝끝내 굴복하는 진풍경을 연출했고, 같은 당의 '스까요정' 김경진 의원의 불호령도 견뎌내는 인내심의 소유자임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중 가장 괄목할 만한 장면은 조 장관이 법조인인 남편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법적 조언을 받는 장면이었다. 조 장관이 받은 메시지 안에는 "해당 부분 증언은 계속 어렵다고 말할 수 밖에! 사정 당국에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해"란 글이 담겨 있었다. '조앵무새'로 비아냥을 받은 조 장관은 실제로 장시간 이어진 청문회 내내 이 말만을 반복·재생·변환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일단 장관직부터 내려놓으시라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7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도중 두 눈을 감고 있다.
▲ 청문회 증인석에 앉은 조윤선 장관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7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도중 두 눈을 감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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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정권 내 동지인 김기춘·우병우 증인에게 영감이라도 받은 것일까. 아니다. 특검 소환은 임박했지만, 아직까지 입증된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믿고 싶고 또 그 상황을 적극 이용해야 하는 것뿐이다. 그래야만 끝까지 혐의 사실도 부인하고, 또 향후 형량을 줄일 수 있다는 법적 조언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 조윤선 장관이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몰락을 함께 하리라' 믿는 이들이 있을까.   

뻔뻔하다. 아니, 뻔뻔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간담회 자리에서 이래저래 변명을 늘어놓는 장면이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자의 얼굴'이라면, 청문회에 나선 조윤선 장관은 '자신이 무슨 일을 자행했는지, 또 그것이 무슨 죄인지 낱낱이 알고 있음에도 말하지 않겠다는 굳의 의지의 발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의 주범이자 컨트롤타워"라고 주장하면서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 의원은 "조윤선 장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범죄자 의혹을 받고 있는데 장관 신분을 방패막이 삼아 검찰에 나가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특검 소환이 임박했으며 이미 관련 증언과 증거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 장관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는 현 정권 실세들의 뒤처리까지 묵인하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비극'이다.

11일 오후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로 향한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소속 문학인·연극인· 미술인·영화인 등 예술인들은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조윤선 장관의 조형물에 블랙 잉크를 퍼붓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정부가 광범위하게 벌인 블랙리스트 탄압에 대한 항의에 시민과 노동자, 예술대 학생들이 가세해 강한 규탄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렇듯 국민들의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분노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장시호씨는 최순실씨를 버리고 배를 갈아타는 것으로 보이고, 조윤선 장관은 꿋꿋하게 드러난 정황을 부인하는 중이다. 장씨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이 그렇다는 얘기다. 어차피 박영수 특검의 수사에 의해 두 사람의 죄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조윤선 장관 역시 장씨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법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포착되는 즉시 안면을 싹 바꿀 것'이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만약 조 장관이 그렇게 또 다른 '말'들로, 행여나 특검 수사에 불성실하게 임하며 문화예술인과 국민을 우롱한다면 더 큰 국민적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태그:#조윤선, #장시호, #국정농단, #태블릿,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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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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