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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새해를 맞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낮 12시(한국 시간 낮 12시30분)부터 28분 동안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 발표를 중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새해를 맞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낮 12시(한국 시간 낮 12시30분)부터 28분 동안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 발표를 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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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발사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전날에는 <조선중앙방송>이 '2016년 세계를 뒤흔든 10대 조선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해 2월 인공위성 '광명성 4호' 발사를 거론했다.

이 매체는 "주체 조선의 위성은 승리의 불변궤도를 따라 앞으로도 당 중앙이 결심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만리 창공을 헤가르며 연이어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이 나와서 기자와의 문답형식으로 한마디 하고 들어간 것을 두고 금방이라도 뭔가 불을 뿜으며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이 난리들이다. 북한이 당장 발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아마 성명이나 담화와 같은 보다 공식적인 방법으로 발표했을 것이다.

북한 ICBM은 언제 발사될까, 예측 결과는...

북한의 발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ICBM이나 인공위성을 당장 발사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실제 계획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의 평가를 중심으로 한 아주 원칙적인 수준의 언급이다.

지난 1월 1일 북한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대륙간 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라는 표현 역시 2016년 평가 부분에 나열된 말 중 하나다.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ICBM카드를 먼저 꺼내 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반응은 지나칠 정도로 흥분돼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일단 시선끌기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신년사 발표 이후 한국과 미국 내에서 북한 ICBM에 대한 반응이 단순한 관심의 수준을 넘어 대응 차원의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칫 북한 또한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의 신년사에 트럼프 신행정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보면 'ICBM 마감단계'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설정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북한식 메시지 전달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입장에서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에 희망과 기대를 담은 구애의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제네바에서 있었던 북미 접촉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면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 북한은 직접적인 도발과 자극을 자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출범과 그 이후 구체적으로 나타날 대북정책을 지켜보는 관망모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심끌기 또는 기싸움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1월 8일은 김정은의 생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 달력에는 아직 아무런 표시도 없다. ICBM 시험발사 가능성을 두고 벌인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그러고 나니 이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공식 취임일을 전후해서 북한이 무슨 일을 벌일 것 같은, 아니 마치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듯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럼 또 일주일 동안 긴장을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1월 20일이 지나면 또 무슨 행사가 북한의 ICBM을 나르게 한다고 할지 궁금하다. 하루하루 '오늘도 내일도 무사히'를 되뇌며 지내야 할 형편이다.  

북한 ICBM 발사의 4차 방정식

지난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 관철을 다짐하는 군중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 관철을 다짐하는 군중대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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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북한이 ICBM 발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올해 안에 ICBM 발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만 오늘, 내일, 아니면 모레라고 '아니면 말고'식의 예언을 남발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일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북한이 ICBM 발사와 같은 도발의 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네 가지 변수와 계산방정식이 필요하다. 그 네 가지는 미국의 정치일정, 한미연합훈련, 한국의 정치 일정, 북한의 의미 있는 정치적 행사 등이다. 각각의 변수들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는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진행 과정이다. 북한이 트럼프 취임과 함께 들려올 대북정책의 일성을 기다리고 있다면, 1월 20일 이후 전개될 상황은 좀 더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바로 행동을 보이기보다는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관련 인사 임명과 진행과정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선기간 중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만으로, 또 제네바에서 최선희 국장이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 미북 관계 개선 또는 협상의 가능성을 닫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라고 했다고 해서 북한이 미국에 대한 기대로 마냥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도 금물이다.

오히려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도발을 통해 판을 키우고 '트럼프의 용단'을 촉구하며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유도해 나갈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차기 CIA 국장 및 국무, 국방장관 내정자들이 북한과 북핵을 미국이 직면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경한 대응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ICBM 엔진의 화염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듯하다.

ICBM 발사 결정의 핵심 변수가 미국임에는 틀림없으나 외형적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것은 대외적 위협에 대한 대응이다. 특히 2월 말이나 3월 초부터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시작되면 이를 ICBM 시험발사의 명분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북한은 핵무기가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수호'하고 '사회주의 강국건설 위업'을 군사적으로 담보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핵위협과 공갈' 및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전쟁연습' 을 핵무력 증강의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탄핵정국으로 혼미한 상태에 있는 우리의 향후 정치일정도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차기정권을 상대로 모색하고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ICBM 발사와 같은 도발이 주는 손익을 따져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북한의 정치행사는 ICBM 발사의 결정적 변수는 아니지만, 올해 유독 중요한 기념일이 이른바 '꺾어지는 해'를 맞고 있어 무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2월 16일은 김정일이 태어난 지 85주년, 4월 15일은 소위 '태양절'인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5주년, 4월 25일은 조선인민군 창건 85돌이다.

결국 ICBM 4차 방정식의 결과는 일단 발사예정일을 2월에서 4월로 예측게 한다.

그렇지만 또 다른 예측도 가능하다. 8월에서 9월이다. 미국의 대북 관련 주요 인선이 마무리되고 대북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부터 유연한 대북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여기에 또다시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스(UFG)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다. 비슷한 시기에 사드 배치 완료가 추진되고 있고, 우리의 정치 일정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8월 25일 선군절,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일 등의 북한 내 주요한 행사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이 보여주려는 ICBM은

지난 2015년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70년 기념 열병식 현장에서 공개된 KN-08 탄도미사일.
 지난 2015년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70년 기념 열병식 현장에서 공개된 KN-08 탄도미사일.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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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라고 언급한 것은 뒤집어 얘기하면 아직 완성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북한은 2017년 ICBM을 완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미 5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기술을 완성했다고 본다면 향후 추가적인 핵실험의 가능성은 낮다. 향후 6·7차 핵실험을 한다면, 그 목적은 기술 수준 향상보다는 정치적 의도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따라서 완성한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실어나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는 일이 올해 가장 큰 과제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북한은 한 번도 ICBM을 발사해 본 적이 없다. 인공위성 발사체와 ICBM은 구분해야 한다. 인공위성발사체와 ICBM은 자동차의 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과 같이 기술적인 연관성을 갖는 건 맞지만 동일하진 않다. 보통 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을 그냥 바꾸더라도 차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로 인공위성 발사체에 핵탄두를 단다고 해서 바로 ICBM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ICBM은 결국 인공위성과 다른 별도의 개발과 시험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군사퍼레이드에서만 내보였던 KN-08/14의 공중발사 위력을 보여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해 4월 공개한 ICBM 대출력 엔진 지상 분출 시험의 연장선에서 볼 때, 또한 신년사의 '시험발사 준비사업 마감단계' 언급과 외무성 대변인의 '임의의 시각과 장소' 발언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복수의 ICBM 시제품 제작을 완료했거나 거의 완료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멀지 않은 시기에 시제품의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술적·지리적 제약으로 처음부터 수천 km를 날아가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처음에는 사출시험하며 몇 백 미터를 쐈다가 다음에 30km, 그리고 4개월여 만에 500km를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ICBM 역시 일본 열도를 넘기지 않고도 동해 내에서 충분히 시험발사가 가능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 전달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미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1만 km 이상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에, 일정 거리만 안정적으로 비행에 성공하면 사거리능력은 엔진 출력, 연료량 조절 등으로 얼마든지 과장해서 선전할 수 있다.

ICBM 실물이 공중에 떠오르는 순간 아마 그 다음 날 <노동신문>에는 금방이라도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무력을 가지게 됐다고 대서특필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완전한 ICBM을 만들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적어도 2~3년, 실전 배치까지는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시간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때로부터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는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불행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이제 정말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 당장 불행을 막는 새로운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동엽님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입니다.



태그:#평화통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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