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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일(62) 남해군수가 군민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그의 전 비서실장인 김아무개(40)씨가 공무원 승진청탁 비리로 유죄가 인정되어 법정구속 되었기 때문이다.

26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진상훈 부장판사)는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해 공무원 승진청탁으로 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로 징역 3년과 벌금 3000만 원,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관련자 5명 모두 유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비서실장한테 돈을 건넨 공무원 심아무개(56)씨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심씨의 부인(53)과 처제(47)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돈 전달자로 알려진 청원경비 김아무개(55)씨와 다른 돈 전달자인 박아무개(52)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해 "당시 군수의 인사권한에 사실상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었고, 공직사회 내 인사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을 수밖에 없다"며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심씨 등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 "승진을 명목으로 돈을 건넨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심씨와 김 전 비서실장 등은 심씨의 사무관 승진청탁을 위해 2015년 3월 3000만 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아왔다. 심씨의 부인과 처제가 돈을 마련하고, 청원경비 김씨 등한테 부탁해 돈을 전달한 혐의다.

시민사회 "군정농단, 박영일 군수가 책임져야"

박근혜퇴진 남해운동본부는 26일 오후 남해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영일 남해군수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근혜퇴진 남해운동본부는 26일 오후 남해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영일 남해군수의 사퇴를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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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일 군수의 김아무개 전 비서실장이 공무원 승진 인사 청탁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은 2015년 8월, <남해시대신문>이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지역에서는 '매관매직'이고,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해 '상왕군수'라는 말까지 나왔다.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이 2016년 6월, 수사결과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수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언론사에 배포할 정도로 지역에서 관심이 높았다. 김 전 실장은 뇌물수뢰, 나머지 5명은 뇌물공여 혐의였다.

김 전 비서실장이 유죄로 법정구속되면서, 박 군수의 사퇴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박 군수가 사건이 터진 뒤인 2015년 9월 8일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 때문이기도 하다. 박 군수는 당시 "<남해시대신문>이 보도한 '2015년 남해군 하반기 정기인사 매관매직 의혹이 사실이라면 군수직을 미련 없이 내려놓을 것"이라 했다.

당시 언론사 기자들이 더 명확한 입장을 묻자, 박 군수는 "매관매직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군수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검찰의 기소 대상이나 1심 법원의 판결에 박영일 군수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번 판결로 '매관매직' 의혹은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김 전 실장 등이 항소할 경우 상급심이 남아 있기는 하다.

'박근혜퇴진 남해운동본부'는 판결 직후 남해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군수에 대해 '자진 사퇴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남해운동본부는 "2015년 9월 8일 박 군수가 했던 기자회견 내용을 녹취한 음성 파일도 증거자료로 확보해 놓았다"고 했다.

이들은 "법원 판결로 '사무관 승진을 미끼로 금품을 수수한 행위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로 밝혀졌다"며 "이 사건은 뇌물을 제공한 공무원의 자백에 의한 것이었고, 공판 과정에서도 군수 비서실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금품이 오고간 사실을 시인하면서 용서를 빌었다"고 설명했다.

남해운동본부는 "인사 청탁 뇌물의 최종 도착지는 당연히 인사권자일 수밖에 없다"며 "박 군수는 선거 후보 때 방송토론회에 나와 전임군수의 매관매직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신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그랬던 사람이 취임 1년도 지나지 않아 매관매직 의혹에 휩싸이더니 결국 그 실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주변을 철저히 단속하기 보다는 비선실세의 조정을 받는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채용함으로써 뇌물전용계좌가 운용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박영일 군정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며 "비선실세에 의해 농단당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이나 박영일 군정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 군민들과 양심적인 공무원 사회에선 '남해군정에도 최순실이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 지 오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영일 군수가 자진 용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실천행동에 돌입할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이날 김광석 남해운동본부 홍보위원장은 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영일 군수 "부정의 당사자라면 군수직까지 걸겠다고 한 것"

박영일 남해군수는 김아무개 전 비서실장이 매관매직 혐의로 법정구속된 26일 오후 '입장문'을 냈다. 사퇴 요구에 대해 박 군수는 '부정의 당사자라면 군수의 직까지 걸겠다'고 말해, 말 바꾸기 지적을 받고 있다.
 박영일 남해군수는 김아무개 전 비서실장이 매관매직 혐의로 법정구속된 26일 오후 '입장문'을 냈다. 사퇴 요구에 대해 박 군수는 '부정의 당사자라면 군수의 직까지 걸겠다'고 말해, 말 바꾸기 지적을 받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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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일 군수는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기소 뒤인 2016년 6월 16일에 이어, 비서실장의 법정구속이 있었던 26일 오후 각각 '입장문'을 냈다. 박 군수는 모두 사과만 했지, 사퇴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관련 공무원 징계도 늦었다. 징계는 사건이 터진 직후가 아니라 1년 정도 뒤에 있었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박 군수는 김 전 비서실장과 심씨 등 공무원(청원경비 포함) 4명을 '직위해제'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16년 6월 16일, 박 군수는 "상당수 군민 중에서는 이번 사건이 공론화된 직후부터 적극적인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계신 군민들도 있으셨다"며 "검찰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것만으로 인사처분을 취하는 것은 갖은 쟁송 위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전체의 근무 사기와도 직결된 일이기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군수는 "이번 사건에 군수인 제가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검찰의 기소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증명됐다"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과정에 주변을 철저히 챙겨보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면 결과에 따라 군수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했다.

1심 법원 판결이 나오자 박영일 군수가 입장을 냈다. 박 군수는 '사무관 승진청탁 비리사건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통해 "정말 대단히 죄송하다"며 "1심 판결을 원칙적으로 존중한다"고 했다.

박 군수는 김 전 비서실장을 믿었다고 했다. 그는 "수차례 확인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눈물로 결백을 호소하는 그(김 전 비서실장)의 주장을 믿어 왔다"며 "1심 판결은 제 믿음과 달랐고,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과 상고심 절차로 사건의 진실이 더욱 명확히 밝혀지길 기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군수는 "의혹이 불거질 당시 제가 매관매직, 부정의 당사자라면 군수의 직까지 걸겠다는 저의 결백이 이후 검찰의 수사 결과로 밝혀졌지만, 군수로서 주변을 더욱 잘 살피지 못한 제 불찰이 크다"고 했다.

이 말은 매관매직 사건에 박 군수가 기소되지 않았기에 사퇴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는 말 바꾸기라는 지적이 있다.

김광석 홍보위원장은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인 2015년 9월 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 군수는 매관매직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군수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지금 와서 말을 바꾸는 것"이라며 "그 때는 군수가 '사건의 당사자가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하지 않았다. 법원 판결로 매관매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으니 군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매관매직, #남해군, #박영일,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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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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