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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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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청년 vs 태극기청년'..그들이 광장에 나선 이유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오전, <뉴스1>이 내놓은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다. "촛불 측 장은하씨 vs '애국청년' 여명씨 직격 인터뷰"라는 부제가 달렸다. '청년층'만을 놓고  기계적으로 '촛불청년 vs 태극기청년'이란 대결구도가 짜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기사는 오후 2시 기준 포털 다음에만 3500여개 댓글이 달리며 논쟁을 낳고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장은하씨는 '416대학생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뉴스1>은 장씨에 대해 " 416대학생연대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목표로 대학생·청년이 구성한 단체로 1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정식으로 발족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여명씨에 대해서 <뉴스1>은 "보수성향 대학생단체 한국대학생포럼 소속으로 3년 동안 국정교과서 찬성, 노동개혁 촉구, 전교조 반대 투쟁 등 활동을 해왔다"며 "이 단체에서 6기 회장을 지냈고 이밖에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뉴스1>은 또 "촛불광장에서 치유 경험" vs "보수가 기득권이라 오해말라"과 같은 중제를 달았다. 기사 내용도 광장과 현 시국을 보는 두 사람의 상반된 태도를 지면 절반으로 나눠 할애했다. 그러면서 <뉴스1>은 기사를 여명씨의 아래와 같은 발언들로 끝맺었다.

여명씨는 동력 잃은 촛불집회와 달리 태극기집회는 앞으로도 폭발적일 거라고 내다봤다. 여씨는 "태극기 집회는 '건강한 분노'"라며 "역풍을 만드는 건 우리 애국시민이다. 할아버지, 아줌마, 청년 누가됐든 여유가 되는 사람은 다 광장으로 나와 우리도 그들(촛불)만큼 나온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씨는 태극기집회를 위한 헌신을 각오한 상태다. 그는 "광장에서 연설도 하고 언론사에 기고도 많이 하고 인터넷 방송도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대한민국을 지킬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애국이다"고 했다.

박 대통령 '보수층 결집' 메시지 이후 고개 드는 '보수 대 진보'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정규재TV'와 1시간 가량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정규재TV'와 1시간 가량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 정규재TV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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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뉴스1>의 기사는 한 마디로, 전형적이고 함몰된 '기계적 균형' 프레임을 그대로 드러낸다. '진보 vs 보수'라는 수사적 프레임을 동원한 뒤 '촛불청년 vs 태극기청년'의 대립구도가 이미 형성된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기사는 "동력 잃은 촛불집회는 태극기 집회는 앞으로도 폭발적일 것"이라는 여씨의 주장으로 끝을 맺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주장이 박 대통령의 것인지, 여씨의 것인지 조금 헷갈릴 정도였다.
이러한 보도는 또 있었다. ""대통령 퇴진" 촛불 분신 이어 "탄핵 반대" 태극기 투신"이라는 29일자 <연합뉴스 tv> 기사가 그랬다. 지난 28일, 박사모 활동을 했던 62세 남성 조아무개씨가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설 연휴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연합뉴스tv>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 7일 광화문광장에서 분신한 정원스님의 죽음을 병렬 비교했다.

"20여일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던 스님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분신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지난 28일 탄핵에 반대하는 60대 남성이 태극기를 들고 투신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이념 갈등 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연합뉴스TV>는 '태극기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정광용 탄기국(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대변인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습니다. 부디 자중자애하시고 우리 함께 죽을힘을 다하여 거짓과 어둠의 세력과 싸웁시다"라는 발언을 전했다. 이어 앵커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탄핵 찬반 갈등이 격화하는 동시에 유사한 극단의 선택이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라는 우려인지 기대인지 모를 마무리 멘트를 전했다. 

박근혜 정권 들어 심화됐던 이 '진보 vs 보수' 프레임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참여 인원이 1월 들어 10~20만에 머물면서 이른바 '태극기집회'를 '촛불집회'와 동등하게 취급하려는 보도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뉴스1>과 <연합뉴스tv>의 위와 같은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 28일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이렇게 일갈했다.

"언론들이 이번 대선을 또 '보수 대 진보'의 대결로 몰아갑니다. 또 속으면 또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지금 중요한 건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라 '상식이냐 몰상식이냐'입니다. 이념보다, 상식이 먼저입니다."

'진보 vs 보수' 프레임, 관제데모부터 근절시켜야

29일 김진태 의원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집회 관련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29일 김진태 의원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집회 관련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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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기소중지 피의자의 대국민 협박."

조국 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정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서 한 "탄핵 기각시 국민 힘으로 언론·검찰 정리"하겠다는 발언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평소 박 대통령의 평소 언론관과 검찰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탄핵 기각시 보복'이란 무시무시한 협박이라 할 수 있었다. 앞서 설 연휴 전 공개된 박 대통령의 인터뷰 역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적극적인 메시지였다. 

박 대통령 인터뷰가 공개된 뒤 불과 사흘 만에 숨진 조아무개씨의 죽음은 그래서 더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유족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의 방문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빈소가 차려진 병원도 한 차례 옮겼다고 한다. 반면 탄기국 단체들은 유족의 뜻과 관계없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30일 서울시는 이를 불허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유족들에게 "시체장사" 운운한 바 있고,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세월호 반대" 집회에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던 보수단체들이 조씨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탄기국이 즉각적으로 성명을 내고 분향소 설치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 대한 '리액션'인 셈이다.

이렇게 박사모 등 기존 보수단체들이 모여 이름만 바꾼 탄기국이 벌이고 있는 '관제데모'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삼성 등 대기업 돈이 전경련을 통해 각종 보수단체에 흘러갔고, 특검 수사를 통해 과거 청와대가 직접 관제데모를 지시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는데 말이다. 최근엔 보수단체 브로커가 돈을 주고 노숙인들을 동원했다는 정황까지 보도됐다. 그 와중에 이 '관제데모'는 근절은커녕 박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검찰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손을 놓고 있는 책임이 크다.

씁쓸함을 넘어 한심하다. 언론의 '진보 vs 보수' 프레임을 포함, 작금의 부활한 대립 구도가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던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전략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박 대통령의 이 극렬한 저항에 한줌 희망을 걸고 있는 이들, 있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시계가 빨리 돌아가고 있는 만큼, 이들이 잰걸음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시 고개를 든 이 '진보 vs 보수' 프레임이 가시화된 조기대선과 결부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탄핵 정국' 전, 이 '기계적 균형'으로 체제를 유지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던 세력이 다시금 이 '진보 vs 보수' 프레임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 미국으로 날아가 '태극기집회'에 참석 중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나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권을 줘야한다"고 주장한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의 행보 역시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극렬 저항과 '조기 대선' 정국이 시너지(?)를 일으킨 꼴이라 할 만하다.

이번 대선 이후 회복해야 할 가치로 많은 국민들이 '정의'를 꼽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기계적이고 의도된 '진보 vs 보수' 프레임을 깨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드러난 관제데모와 관련된 불법 행위와 헌법 위반 행위를 적법하게 처리하고 근절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손쉽게 '진보 vs 보수' 프레임을 양산하는 일부 매체들을 올바른 보도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극우'라 칭할 수도 없는 '알바'생들과 그로 밥벌이를 하는 일부 세력들의 밥줄을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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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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