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344조 3000억 원으로 1년 사이 141조2000억 원(11.7%)이 급증하였으며, 이는 우리나라 GDP의 82.9%에 해당한다. 상승폭이 그 어느 정권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를 감당해 낼 수 있을지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책 당국은 이렇다 할 정책 처방 없이 총량 증대라는 억지책만 내고 있는 형편이다. 국제통화기금까지 나서서 우리나라 가계부채를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지난 2월 7일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Moody's)의 진단이 흥미롭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생각만큼 큰 걱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까닭으로 이런 주장을 내놓았는지 배경이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일단 신용평가 회사가 이런 분석을 내놓았으니 당분간 한국의 가계부채 관련 경제위기설은 잠잠할 것으로 보이며, 가계부채 발 신용평가 하향조정은 없을 것 같다. 대내외 상황이 모두 취약하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최근의 경제 상황임을 감안하면 무디스의 이런 평가는 분명 악재는 아닐 것이다.
다른 한편 신용평가 회사의 진단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나 여기서 비롯되는 채권, 주식 등 여러 금융 자산에 대한 평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 상황이 긴급한 것이 아니라면 정책 당국이 서둘러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도 걱정이다.
필자는 여기서 딱 두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현 가계부채 수준이 한국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라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 볼 것이다. 둘째, 현 가계부채 수준을 소득분위별 등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다.
이를 통해 이 글이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즉 사회적 불평등이 가계부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시스템 수준에서 리스크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있기에 정책 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총량 증가 억지책으로만 접근하는 것이다.
무디스 : 총량 늘었지만, 채무상환 능력 아직은 양호
지난 2월 7일 무디스(Moody's)는 현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는 아니라고 진단하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3일 기준금리 결정 설명회에서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과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때문에 염려되긴 하지만 가계부채 채무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현재 가계부채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채무상환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로 볼 수 없으며 이에 따라 국가차원의 위험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의외로 간단하다. 현재 국민경제 수준에서 봤을 때 금융자산이 금융 부채보다 많기 때문에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가계부채를 갚는데 쓰이는 금융자산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계의 금융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45.3%로 예년평균 45.9%(2010년~2015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지고 평균 잔존만기가 장기화되고 있어 질적 구조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핵심 근거이다.
그래서 결국 "가계신용이 큰 폭 증가하면서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졌으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금리 상승압력 등으로 취약가계를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소지가 있다"(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16.12)는 결론에 이른다.
2017년 가계부채 상황은 어떠한가?먼저 국민경제 수준에서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비중을 살펴보자.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를 함께 고려한 부채 상환 능력을 보면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2016년 3/4분기 말 45.3%(추정치)로 전년 말 (44.8%)에 비해 소폭 상승하였다. 이는 금년 들어 가계의 금융부채 증가율이 자산증가율을 상회하였기 때문인데, 다만 동 비율은 예년 평균(2010∼15년 45.9%) 수준으로 여전히 가계의 금융 자산이 부채의 2.2배 수준에 달한다는 점 등에서 부채상환능력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2016년 3/4분기 기준 부채증가율이 10.4%로 자산 증가율 8.2%를 상회하지만,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50% 하회하기 때문에 채무상환 여력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앞서 무디스나 한국은행 등 여러 기관들이 평가한 근거로 활용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를 소득 분위로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보인다.
2016년 12월 발표된 가계금융복지 조사(2016년 3월말 기준)에 기초한 가계의 소득 및 순자산 분위별 금융부채 보유 분포를 살펴보면 부채상환능력이 비교적 양호한 4분위 및 5분위(상위 40%) 계층이 각각 전체 금융부 채의 약 70% 및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표가 의미하는 것은 현재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소득이 나쁘지 않는 4분위와 5분위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이 높은 4, 5분위 계층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은 것은 당연하며 이를 기초로 한국 가계부채의 채무상환 여력은 나쁘지 않아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소득 1분위, 2분위, 3분위의 가계부채 비중은 30%에 머물러 있지만, 이들은 소득이 낮고 자산 보유 정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가계부채로 인한 채무상환 부담이나 채무상환 때문에 기본 생활을 위한 소비가 곤란 한 점 등은 총계 수준의 가계부채 통계로는 또 금융 자산 대비 금융 부채 비중 통계로는 잡히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이다.
국민경제 전체로만 보면 놓치는 문제가 있다. 즉 누가 빚을 갚을 것인가이다. 전체 수준이 아니라 소득 분위로 볼 경우 이는 전혀 달리 보이는데, 이유는 부자인가 가난한 사람의 빚을 갚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경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상환 부담이 자산 보유액보다 크지 않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개인별 수준에서 보면 갚지 못할 사람은 현재 상황이 변하지 않는 이상 영원이 갚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디스나 여타 기관들의 경제를 보는 시각은 사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수준에서 자산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한 것이다. 전체와 부분을 나누면 전체를 보는 시각의 장점도 동시에 사라지게 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송종운 연구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사연 홈페이지(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