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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위 기도발이 잘 받기로 유명한 인왕산 선바위.
선바위기도발이 잘 받기로 유명한 인왕산 선바위. ⓒ 곽동운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우리 인생!"

필자가 역사트레킹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격언이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트레킹 코스(물리적으로)를 잡을 때 50대 여성들의 수준에 맞춰 기획을 했었다. 너무 힘들지 않으면서 적당히 운동이 되는 지형을 타고 가자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트레킹이니까 코스에 문화재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그렇게 하면 젊은층들(특히 여성들)이 무리 없이 참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필자는 처음 트레킹의 주 타깃을 20~30대로 잡았었다. 그들이 답답한 일상을 박차고 나오길 바랐었다. 질풍노도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가장 힐링이 필요한 세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선바위 선바위의 뒷모습이다. 사진 상단에 서울성곽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선바위선바위의 뒷모습이다. 사진 상단에 서울성곽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 곽동운

맞춤형 멘트가 아재개그로 변하다

하지만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다. 필자와 함께 보폭을 가장 많이 맞춘 사람들은 50~60대였다. 그 중에서도 여성분들이 압도적이었다. 그렇게 상황이 바뀌다보니 강의 준비도 변화가 있게 됐다. 젊은 세대들을 위해 준비했던 맞춤형 멘트는 사라지고, 어느새 내 입에서는 '아재개그'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나마 웃기기라도 했으면 다행이었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서울 인왕산 서쪽을 가보면 일명 '스님바위'라고도 불리는 선바위가 있다. 거대한 바위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선바위는 멀리서보면 스님이 승복을 입은 형상으로 보인다. 그렇게 특이한 형상을 해서 그런지, 선바위는 '기도빨'이 잘 받는 명소로 알려졌다. 그런 선바위를 젊은층들과 함께 탐방을 했을 때, 필자는 이렇게 맞춤형 멘트를 날렸다.

"자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기도발이 잘 받는 곳 중에 한 곳입니다. 자신의 취업활동과 연예사업이 좀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세요!"

하지만 중장년층들과 함께 탐방을 했을 때는 '아재개그'를 녹여 멘트를 날려야 했다.

"여기 선바위는 예전부터 아이를 갖기 원하는 이들이 정성스럽게 치성을 드렸던 곳입니다. 늦둥이를 원하신다면 시주함에 돈다발을 팍팍 넣으시고, 얼라를 점지해 달라고..."

필자가 저 멘트를 날리면 십중팔구는 이런 식으로 답이 돌아왔다.

"으이구 지금 있는 것들도 속 썩여 죽겠구먼. 늦둥이는 무슨 늦둥이..."

참고로 선바위는 쌍둥이 바위다. 쌍둥이 바위는 다산을 뜻한다. 그래서 늦둥이 이야기를 입에 올렸던 것이다.


백불 흰 색의 부처님. 옥천암에 있는 보도각 백불이다. 탕춘대성 역사트레킹에서 만날 수 있다.
백불흰 색의 부처님. 옥천암에 있는 보도각 백불이다. 탕춘대성 역사트레킹에서 만날 수 있다. ⓒ 곽동운

걸으면서 배우는 길 위의 인문학

어쨌든 트레킹의 주 타깃이 바뀌다보니 내심 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당혹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새로운 타깃으로 등장한 중장년층에게서 새로운 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냐? 트레킹에 대한 열성도가 뛰어났다는 것이다. 수업 태도도 좋았고, 관심도도 높았던 것이다. 호기심도 무척 많으셨다. 그들은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약칭:길인역)' 카페를 개설하게 됐다. 길인역은 그런 호기심들을 담아내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함께 트레킹을 행하며 세상공부를 해보는 것이다. 답사여행을 통해서 배움을 실천하는 것이다. 책에서 배우는 지식보다 도보여행을 통해서 얻는 지식이 더 와 닿을 수 있으니까. 이보다 더 좋은 평생교육, 성인교육은 또 없을 것이다.

2017년 상반기 역사트레킹은 총 9개 강의가 개설된다. 지난 3월 12일에 첫 번째 강의인 '관악산 역사트레킹'이 무사히 종료됐고, 두 번째 강의인 강원도 '영월서강 역사트레킹'이 3월 26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길인역 강의는 주로 수도권에 행해지지만 멀리가는 코스도 있다. 강원도 영월도 가고, 경남 함양도 갈 예정이다. 또 충남 공주도 간다. 특히 공주 코스는 동학농민전쟁 때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던 우금티를 탐방할 예정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무척 크다.

함께 누리는 평생교육이기에 역사트레킹 강의는 무척 자유롭다. 그래서 입학도 졸업도 없다. 시험도 없다. 그저 트레킹에 참여를 해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 딱히 나이 제한도 없다. 물론 너무 어리거나 너무 연로하면 참여를 못한다. 앞서 주 타깃에 대해서 언급을 했지만 강의가 진행되면, 필자의 입에서는 맞춤형 멘트에서 아재개그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기중기 남양주 정약용트레킹에서 만날 수 있다.
기중기남양주 정약용트레킹에서 만날 수 있다. ⓒ 곽동운

선바위 앞에서 무슨 기도를 올렸나?

사실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 카페는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전에 한 번 만들었다가 완전히 망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남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다. 답사도 더 많이 다니고, 교보재도 철저히 준비할 생각이다.

'기도빨'이 잘 받는 선바위에서 필자도 두 손 모아 기도를 했었다.

"예전에는 말아 먹었지만 이번에는 잘 하고 싶습니다. 패자도 부활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역사트레킹, 평생교육으로 매력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로또를 맞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었다. 하지만 필자는 더 이상 로또 기도를 올리지 않는다. 이제는 역사트레킹이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그러니 기도 제목도 바뀔 수 있는 거다. 중요한 건 기도하는 만큼 더 열심히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노력도 안 했는데 기도한다고 하늘에서 무언가가 뚝 하고 떨어지지는 않으니까.

덧붙이는 글 |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 카페

http://cafe.naver.com/trekking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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