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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문화원이 고성군 예산 2000여만원을 지원받아 만든 <고성독립운동사>가 내용 부실에다 '친일운동사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고성문화원은 최근 '삼일운동의 배경과 전개', '고성지역의 삼일운동', '고성의 독립저항운동', '독립운동 개인 약전' 등으로 구성된 271쪽 분량의 <고성독립운동사>를 펴냈다.

독립운동사료연구가인 추경화 충효실천운동본부 진주산청지회장은 고성군청과 고성문화원에 보낸 민원을 통해 "책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그는 "책은 친일운동사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고까지 비난했다.

추 지회장은 "책에는 친일단체 이름뿐만 아니라 단체장과 주사, 서기까지 상세하게 명기해 놓았다"며 "강제수탈하고 위안부와 근로보국대를 보낼 때 강압적으로 협력하고 앞장 선 단체장과 주사, 서기 등의 명단을 기록한 것은 무슨 뜻이냐"고 했다.

경남 고성문화원이 펴낸 <고성독립운동사>에 실린 '고성농회' 설명 부분.
 경남 고성문화원이 펴낸 <고성독립운동사>에 실린 '고성농회' 설명 부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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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대표적으로 '고성군농회'와 '고성군미곡통제조합'의 조합장과 부조합장, 주사, 서기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 그리고 책에는 사무실 위치와 "각 읍면 단위까지 조직을 확대하고 있었다"는 설명을 해놓았다.

'농회'와 '미곡통제조합'은 일제강점기 때 농촌을 중심으로 활동한 관변 단체다. 추경화 지회장은 "쌀과 보리, 콩 등을 공출하는 등 농민수탈 역할을 했다"며 "농회, 미곡통제조합의 조직도를 소개해 놓으니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큰 자랑거리로 여기는 것이고, 독립운동사에 실려 있어 독립운동한 사람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두 단체의 조합장과 부조합장 등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 대표적으로 두 단체에는 '부조합장 이갑용'도 적혀 있다. 이갑용(李甲用, 창씨명 大田一夫, 1894년생)은 고성읍 출신으로 청년시절부터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자본가였다.

이갑용은 농민수탈기관인 고성농촌지도위원, 고성소작위원, 고성군미곡통제조합 부조합장(1942), 고성농회부회장(1938〜1942), 고성산업조합장(1938〜1942), 고성주조조합장 등을 거쳤다. 그는 일제시대 중추원 참의를 지냈고 일제에 고액 국방헌금을 했다. <친일인명사전>에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정부포상을 받은 애국지사보다 그렇지 못한 인물에 대한 서술이 많아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추 지회장은 "정부포상을 받은 애국지사의 공적은 3줄씩 배당되어 원고지 반장 정도이고, (오히려) 미포상자들은 얼굴과 묘소 사진에다 출신지 등을 포함해 원고지 6~15장씩 공적이 자세히 실려 있다"고 했다.

그는 "삼일운동 등 항일운동으로 훈장과 포장, 대통령표창을 받은 김관제, 김해수, 문기식, 문상범, 서응엽, 우태선, 이금복, 이정수, 이호용, 정갑권 선생의 공적은 3줄씩이다"며 "그런데 정부포상을 받지 못한 몇몇 인물은 길게 상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이를 보니 정부포상 애국지사의 후손들이 땅을 치고 통곡할 정도"라 했다.

게다가 항일애국지사 13명의 기록이 빠져 있는 것도 문제다. 추 지회장은 "김영수, 박명기 등 항일애국지사 13명은 옥고를 치른 분들이지만 책에는 명단이 없고 공적과 행적조차 전혀 실려 있지 않으니 참으로 이어가 없다"고 했다.

고성문화원이 경남 고성군청의 재정 지원을 받아 펴낸 <고성독립운동사>.
 고성문화원이 경남 고성군청의 재정 지원을 받아 펴낸 <고성독립운동사>.
ⓒ 고성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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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항일운동과 계몽운동을 벌인 청년단체인 고성청년회와 신간회, 노동단체 등은 상세한 활동 내용이 없고 내용이 부실하다"며 "국채보상운동 때 고성에서도 2500여 명이 동참하고 의연금을 모았으나 단 한 줄의 언급도 없고 지도자급 50여 명의 명단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추경화 지회장은 "이미 배포된 <고성독립운동사>를 환수하고 폐기해 주면 좋겠고, 고성군의 망신이라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교정본과 수정본을 내실 생각이 있으면 자료 제공 등 협조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이 책은 또 자료 출처를 밝히는 '각주'에서 정식 명칭인 '조선총독부 경남도직원록'이라 하지 않고 그냥 '경상남도직원록'이라고 해놓은 것도 지적을 받았다.

집필에 참여한 고성문화원 정해룡 시인은 "친일단체는 어떤 책이든 과정이나 흐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기에 들어갔고, 주사와 서기의 이름은 있어도 그들은 당시 공무원으로 '생계형 친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포상 애국지사의 설명 부족에 대해서는 "생가와 묘소 등을 찾아 화보로 싣기로 했지만 후손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김영수 선생 등 13명의 애국지사와 관련해, 그는 "책을 만들 시점에는 자료가 없었다"고 했다. 또 그는 "당초 국채보상운동은 책에 싣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해룡 시인은 "추경화씨의 주장에 타당한 부분도 있어, 앞으로 개정판을 낼 때 보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성군청 관계자는 "고성독립운동사는 문화원에서 발간했고, 군청에서는 재정 지원만 했으며, 책 내용에 대해서는 미리 살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그:#항일애국지사, #독립운동, #고성군청, #고성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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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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