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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오르면 아파트의 경비비가 당연히 오른다. 그런데 경비비가 증가하지 않는 아파트가 많다. 그 노하우는 무엇일까? 힌트는 경비원의 휴게시간에 있다.

아파트 경비원의 휴게 시간이 급증하고 있다. 저녁 시간 2시간(오후 6시~ 오후 8시)을 포함해 24시간 근무 중 경비의 총 휴게 시간이 11시간이나 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복지가 향상되었기 때문일까?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있어 가장 바쁜 시간이다. 택배 업무와 재활용 쓰레기 분류가 집중되면서 입주민과의 대면 접촉이 가장 많은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에 경비원이 저녁 식사를 위해 2시간 동안 경비 초소를 비울 수 있을까? 그랬다가는 빗발치는 민원에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교체될 것이다. 누구를 위한 아니 무엇을 위한 경비의 휴게 시간 증가일까?

경비원 휴게 시간 늘리는 진짜 이유

경비원의 저녁 식사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현실적으로 그 시간대에 경비원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저녁 식사 시간을 1시간 30분 또는 2시간까지로 늘리는 아파트는 경비원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월급을 적게 주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심야(오후 10시~오전 6시)시간대 휴게 시간을 6시간 또는 7시간까지 늘리는 아파트도 있다. 심야 시간대 휴식 시간이 7시간이라면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가 휴게 시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법적으로 경비원은 휴게 시간에 경비 초소가 아니라 별도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오전 6시에 경비원 교대가 이루어지는 아파트에서는 오후 11시에 퇴근을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심야 7시간 휴게 시간을 주는 어떤 아파트에서도 오후 11시에 경비원을 퇴근하라고 하는 곳은 없다. 이것도 휴게 시간은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서 경비원의 임금을 적게 주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휴게 시간에 따른 경비원의 월급(2017년 최저 임금인 시간당 6470원 적용 기준)
 휴게 시간에 따른 경비원의 월급(2017년 최저 임금인 시간당 6470원 적용 기준)
ⓒ 에너지나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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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에 똑같이 24시간 머무르며 2교대로 근무함에도, 꼼수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에 근무할 때의 임금 격차가 같은 최저 임금을 적용하더라도 최대 32%까지 차이가 나서, 월급으로 54만 원을 덜 받는 경비원들이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경비 월급이 오르지 않는 이유

경비원의 휴게 시간을 주민에게 알리기 위한 안내판. 휴게 시간이 길어서 문제이지만 초소에 쉬는 경비를 위한 작은 배려이다.(왼쪽) 야간에 휴식시간이 주어져도 초소를 떠나지 못하고 힘들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아직도 대부분 아파트 경비실에는 별도의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오른쪽)
 경비원의 휴게 시간을 주민에게 알리기 위한 안내판. 휴게 시간이 길어서 문제이지만 초소에 쉬는 경비를 위한 작은 배려이다.(왼쪽) 야간에 휴식시간이 주어져도 초소를 떠나지 못하고 힘들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아직도 대부분 아파트 경비실에는 별도의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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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2014년 4689원에서 2017년 6470원으로 38%나 올랐다. 단속직 근로자로 분류되어 최저임금의 90%만 적용받던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을 100% 보장하도록 한 정부의 조치가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되었고, 최근 3년간 최저 임금이 24.2% 올랐기 때문이다.

정상적이라면 경비원의 월급도 최근 3년간 38% 정도 올라야 한다. 성북구 D아파트의 경비 월급은 2014년 134만 원에서 2017년 182만 원으로 36% 올랐는데, 이는 경비의 총 휴게 시간이 6.5시간에서 7시간으로 30분만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도봉구 H아파트의 경비 월급은 2014년 121만원에서 2017년 143만원으로 18%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 아파트의 경우 경비의 총 휴게 시간이 10시간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파트 경비원 월급 변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파트 경비원 월급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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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사는 B아파트 경비근로자 저녁 휴게시간은 2시간
기자는 4개월 전 성북구 D아파트에서 동대문구 B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제일 먼저 경비근로자의 저녁 휴게 시간을 확인했는데 2시간이었다. 관리사무소에 "경비원이 제대로 쉴 수 없는 저녁 휴게 시간을 2시간으로 설정한 것은 편법이며 대다수 주민이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으니 재고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관리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 이 민원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아파트 전체의 경비원 휴게 시간 늘이기 상황

서울 시내 1993개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2015년과 2016년의 경비비를 비교 분석한 결과 2015년에서 2016년, 최저임금은 8.1% 인상되었다. 그러나 경비비는 평균 4%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경비비의 대부분은 경비원의 임금(직접노무비)이며, 4대 보험료 등 간접노무비와 피복 장구류, 일반관리비, 기업이윤 등도 경비비에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경비원의 임금에 최저임금 인상률(2016년 8.1%)을 적용할 경우, 전체 경비비 인상률은 최소 6% 이상이어야 하지만, 경비비 인상률이 6% 이상인 공동주택은 절반 이하(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공동주택의 11.9%(231개 단지)는 2016년 경비비가 2015년 대비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다. 해당 공동주택들은 대부분 경비원 수를 줄이거나 무급 휴게 시간을 1시간 이상 늘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평균 인상률은 1993개 단지 전체 2015년 경비비 총액(약 389억) 대비 2016년 경비비 총액(약 405억)의 증가 비율로 계산했다.

2016년 총경비비 인상률 별 아파트 단지 수 분포
 2016년 총경비비 인상률 별 아파트 단지 수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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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경비비 정보는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http://openapt.seoul.go.kr)과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http://www.k-apt.go.kr)에서 취합했으며, 그중 81개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지난 1~2월, 직접 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했다. 이번 조사는 환경·에너지, 관리비 분야 연구단체인 '에너지나눔연구소'가 서울지역 아파트의 에너지절약 리더 모임인 '서울아파트에너지보안관'의 회원들과 함께 진행했다.

좀 더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81개 단지에 대해서는 관리사무소를 대상으로 직접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81개 공동주택 중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직접 관리를 하는 경우는 14.8%(12개 단지)였고, 대부분(85.2%, 69개 단지)의 공동주택은 경비원 관리를 위탁 회사를 통해 하고 있었다.

2016년 경비비 총액이 6% 이상 인상된 아파트의 비율을 서울시 25개 자치구별로 분류해 보면, 강남, 강동, 관악, 광진, 마포, 용산, 종로, 중구 등 8개 구가 서울시 전체 평균보다 낮아서, 제대로 경비비가 오른 아파트의 비율이 채 40%가 되지 않았다.

2016년 경비비 총액이 6% 이상 인상된 아파트 비율
 2016년 경비비 총액이 6% 이상 인상된 아파트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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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들은 대부분(91.4%, 74개 단지) 24시간 격일 근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2시간씩 근무하고 교대하거나 주간만 근무하는 아파트는 각각 3.7%였고, 8시간 3교대 하는 아파트도 있었다. 

[표 2] 서울지역 공동주택 81개 단지 경비원의 근무 형태
 [표 2] 서울지역 공동주택 81개 단지 경비원의 근무 형태
ⓒ 에너지나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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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24시간 근무라고 하더라도 아파트마다 휴게시간은 최저 6시간에서 최고 11시간까지 차이가 컸다. 해가 바뀔 때마다 휴게시간이 늘고 있다는 공동주택은 조사 대상 중 30% 이상을 차지했다. 81개 조사대상 공동주택 중 휴게시간에 변화가 없다는 답변도 절반 이상(58%, 47개 단지)이었으나, 30.9%(25개 단지)는 해가 바뀔 때마다 무급 휴게시간을 늘려 경비원들의 임금 인상 폭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 3] 2015년 대비 2016년과 2017년의 경비원 휴게시간 변화
 [표 3] 2015년 대비 2016년과 2017년의 경비원 휴게시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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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파트 경비원의 무급 휴게시간 늘리기는 경비원의 월급을 낮추기 위한 '꼼수'에 다름없다. 휴게시간에도 경비실을 떠날 수 없는 경비원들은 늘 대기상태이며, 휴게시간에도 찾아오는 주민과 방문객을 응대하고 전화를 받으며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의 양은 줄지 않는 상태에서 무급 휴게시간만 늘어나게 되므로 근무조건은 더 열악해지는 셈이다. 

경비 휴게 시간 늘이기 꼼수로 아파트 관리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아파트 관리비의 지나친 증가를 막기 위해서 경비원의 휴게 시간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동대표가 있다. 일부분은 맞다. 그러나 경비원의 휴게 시간을 늘리는 꼼수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주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관리비 내리기는, 바람직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쁜 관리비 내리기 중 하나일 뿐이다.

1998세대가 거주하는 성북구 D아파트의 2010년 관리비를 분석해보니, 경비비가 4억 5200만 원으로 전체 관리비(가스비 포함) 51억 4천만 원의 8.8%를 차지할 뿐이었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라 이 아파트의 2016년 경비비는 6억 6200만 원으로 경비비 총액이 6년간 46%나 올랐지만, 2016년 전체 관리비는 49억 9천만 원으로 6년간 오히려 3%가 줄었다.

인건비와 관련된 모든 경비가 올랐지만 2010년 관리비의 61%를 차지하던 전기 가스 요금(약 31억)이 약 26% 줄었기 때문이다. 에너지절약으로 아낀 관리비가 인건비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남은 것이다. 이 아파트는 성북구가 지정한 제1호 절전소이기도 하고, 서울시가 지정한 에너지자립마을이기도 하다.
   
비교 대상으로 1374세대가 거주하는 동대문구 E아파트의 6년간 관리비 변화를 관리부과내역서 상 인건비(관리, 청소, 경비)와 전기 요금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아파트는 경비의 휴식 공간이 경비실에 별도로 설치되어 있는 등 상대적으로 경비의 복지가 잘 돼 있는 아파트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아파트도 2015년 경비비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경비 초소 2개를 축소하고 4명의 경비원을 감원하였다. 그 결과 인건비로 인한 관리비의 상승이 다소 억제되었지만, 6년간 관리비 총액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경비원을 감원하고 휴게 시간을 늘리는 방식은 관리비 절감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2010년 관리비 총액 51억 4천만 원 중 경비비는 4억 5천만 원. 경비비 비중이 12.9%로 증가했지만, 관리비 총액은 49억 9천만 원으로 2010년 대비 3%가 줄었다. 주민이 부담하는 관리비 총액이 준 것이다.


2010년 관리비 총액 51억 4천만 원 중 경비비는 4억 5천만 원. 경비비 비중이 12.9%로 증가했지만 관리비 총액은 49억 9천만 원으로 2010년 대비 3%가 줄었다. 주민이 부담하는 관리비 총액이 준 것이다
 2010년 관리비 총액 51억 4천만 원 중 경비비는 4억 5천만 원. 경비비 비중이 12.9%로 증가했지만 관리비 총액은 49억 9천만 원으로 2010년 대비 3%가 줄었다. 주민이 부담하는 관리비 총액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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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중 인건비(관리, 청소, 경비)와 전기요금의 6년간 변화를 성북구의 D아파트와 동대문구의 E아파트에 대해 비교한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어떤 방법이 관리비 절약에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 1998세대가 거주하는 석관두산아파트의 2016년 전기요금이 10억3000만 원으로 1374세대가 거주하는 E아파트의 2016년 전기요금 총액 10억5000만 원보다 2천만 원이나 적다. 6년 전에는 석관두산 아파트의 전기 요금이 E아파트보다 4억2000만 원 많았다. 석관두산아파트는 6년간 공용전기와 개별 전기를 합쳐 연간 200만kWh를 줄였다.

E아파트도 석관두산아파트처럼 공용전기를 줄이기 위해 2016년에 지하주차장의 형광등을 LED등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완료하였다. 에너지 절약을 통해 관리비 상승을 막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동대문구의 E아파트도 2016년에는 경비의 휴게 시간을 추가로 늘리거나 감원 없이 최저임금 상승분만큼 경비비가 인상되었다.

연간 관리비 중 인건비와 전기요금 총액의 6년간 변화
 연간 관리비 중 인건비와 전기요금 총액의 6년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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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우리!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에게 나 자신은 공정한가? 실질적으로는 일을 시키면서 휴게시간으로 포장하여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지 않은가? 나는 약자에게 공정하지 않으면서 공정한 사용자와 공정한 지도자를 기대할 수 있을까?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공정해질 때 공정한 지도자가 나오는 것 아닐까?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는 얼마의 월급을 받고 있는지 한 번쯤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태그:#아파트경비원,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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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하우톤 연구소장으로 27년째 특수윤활유를 연구하지만, 별을 좋아해서 주말을 이용해 성북작은천문대에서 일반인을 위한 천문 교육을 진행합니다. 지구온난화를 막는데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 아파트형 에너지자립마을 활동과 경비원을 위한 "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 건설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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