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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이다 바로이책 - 헌법의 상상력 : 어느 민주공화국의 역사
 철학사이다 바로이책 - 헌법의 상상력 : 어느 민주공화국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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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대규모 집회에 나가보면 우리 시민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잘못된 권력에 맞서는 그 근거를 우리 헌법에서 찾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구호는 당연히 정체의 형태와 권력의 원천을 규정하고 있는 제1조이다.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사실 우리 제헌헌법을 보면 똑 같은 구절이 나온다. 조항만 둘로 나눠져 있을 뿐이다. "제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역사적으로 보면 1948년에 처음 대한민국 헌법에 새겨진 이 구절이 60년이 지나 70년에 이른 지금 이 거리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의 역사를 보면 지난 70년 동안 9차례의 개정이 있었다. 헌법이 제정되면 평균 채 10년을 버티지 못했던 것이다. 한 나라의 헌법의 역사를 보면 그 나라의 우리의 역사가 보인다. 작년부터 개헌 논의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는 까닭에 <철학사이다 바로 이책>이 이 헌법의 역사를 통해 지금의 개헌 논의가 얼마나 적합한지 알아보고자 요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책 한 권을 골랐다.

역사학자 심용환의 <헌법의 상상력: 어느 민주공화국의 역사>! 이날 심용환 선생은 우리 헌법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훑어 내리는 열정을 발휘했다.

경제민주화는 제헌헌법부터 관심사였다  

역사학자 심용환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제헌헌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특히 경제민주화 조항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저도 책을 쓰다 보면 재미를 느끼고 더 하게되는 계기가 있는데, 이 책을 만들 때 저랑 같이 작업했던 편집자님이 국회속기록을 보내주셨어요. 속기록을 쭉 출력해서 보다가, 한국 광복군 총사령관이었던 지청천이란 분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민족이 나가야 할 길은 민족사회주의다.' 제가 문장을 거의 외워요. 그런데 이분이 쉽게 말하면 우익이잖아요. 군인이고. 그분이 또 해방 이후에는 대동청년단을 만드시거든요. 딱 느낌이 오시잖아요. 서북청년단, 대동청년단. 그런데 이분이 "정치적 자유주의를 하는데, 왜 경제적 자유주의는 안 합니까?", 요즘말로 하자면 정치 민주화는 하는데, 경제 민주화는 안 합니까라고 했던 겁니다.

제가 콕콕 집어서 항상 이야기 하지만 김종인씨가 경제민주화를 최초로 이야기한 사람이 아니에요. 이건 정확하게 아셔야 되요. 그거는 그분이 거짓말 하는 겁니다. 이미 48년에 경제민주화이야기가 국회에서 나왔었고, 그것을 우리나라 극우정당의 리더가 이야기 했던 겁니다.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길은 민주공화정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만, (민족이란 말은 민주공화정을 이야기 하는 거고) 사회주의-경제적 균등성을 지향하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라고."

헌법은 권력을 제한하고 기본권을 강조한다  

우리가 헌법을 이야기할 때 가장 쉽사리 빠져드는 오류가 헌법이 권력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역사학자 심용환은 우리가 헌법을 진정으로 잘 이해하고자 한다면 헌법이 권력구조를 이야기하는 이유, 바로 권력을 제한하고 기본권을 강조하기 위해서임을 우선 알고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 헌법의 개정 과정을 보면 우리가 집중한 것은 오로지 권력구조였고, 이렇게 권력구조에 집착한 이유가 정치 세력의 재편 때문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헌법 전문을 읽어보면 국회의원 선거 어떻게 하고, 대통령 선거 어떻게 하는 지 쭉 나오고, 국무위원들 얘기가 쭉 나오잖아요. 이걸 보면 1차적인 느낌은 '아, 헌법이라는 것은 권력을 정리해 놓은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이전에 있었던 율령이나 경국대전을 보면 그 내용이 별로 없어요. 왜 그 내용이 없냐면, 그때는 왕권은 절대적인 거고 황제는 율령을 초월하는 존재라는 거예요.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 헌법에는 왜 이런 이야기가 먼저 나오냐를 생각해봐야 돼요. 그 이유는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서, 권력을 통제하기 위해서인데 그 이유는 사회적 기본법인 헌법이라는 것을 권력자가 아닌 국민들을 위해 쓰게 만들려는 전략적인 선택 때문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개헌과정이 '대통령 임기 어떻게 할까' 이런 부분에만 집중 되었기 때문에 기본권, 노동권, 사회권 같은 우리 일상을 얽어매는 주제들이 관심 밖에 놓였지요. 좋은 헌법을 설계하고자 한다면 이런 기본권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현재는 개헌 시점인가 

사실 <헌법의 상상력> 북톡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지금이 개헌 시점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지난 개헌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역사적으로 다 살펴본 역사학자의 견해는 어떨까?

"개헌 시점 아니죠, 개헌 시점 아니에요. 그렇다고 제가 개헌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개헌은 혁명의 시기, 정말로 엄청난 열기 속에서 권력자들이 이것 저것을 다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때가 진정한 개헌 시점이에요. 제가 냉정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어떠한 경우에도 권력자가 개헌을 하는 방식을 보면 100퍼센트 권력자의 권력 강화를 전제로 해서 개헌을 해요.

이렇게 보면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기본권을 향상시키는 개헌은 거의 불가능해요. 진정한 개헌이라는 것은 우리 생활 세계를 바꿔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 넘실돼야 되겠죠. 단순하게 '이재용 구속시키자.' 이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단순하게 '재벌을 해체시키자'가 아니라 이렇게 이렇게 바뀌어야 하고, 이분야는 이렇게 이렇게 바뀌어야 된다는 넘실되는 열기 속에서 개헌이 진행되어야 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개헌이 될 수 있어요."

나라는 정부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다 

심용환에게 개헌시점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 모두에 관여했던 토머스 페인의 말이 떠올랐다.

"한 국가를 구성하는 일은 정부(government)의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정부를 구성하는 인민(a people)의 행위다."

여기서 페인은 나라를 구성한다는 표현을 쓸 때, constitution이라는 용어를 쓰고 이 말을 행위, act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헌법은 단지 쓰여진 문서가 아니라 나라를 짓는 일이라는 뜻이다. 역사학자 심용환은 우리 헌법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새롭게 지어갈 나라를 11번째 헌법으로 상상해보라고 말하고 있다. 심용환이 말하는 개헌의 시점을 생각해 본다면 그 상상력을 발휘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바로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 팟빵에서 듣기 : https://goo.gl/X8E37G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AqAqlZ
* 유튜브로 듣기 : https://youtu.be/DUMSPqiH2cg



헌법의 상상력 - 어느 민주공화국의 역사

심용환 지음, 사계절(2017)


태그:#참여연대, #철학사이다, #바로이책, #김만권, #심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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