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9일 오후 9시 08분]
"문재인 대통령!"
"야, 정말 기분 좋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모인 사람들은 외쳤다. 9일 오후 8시, 제19대 대통령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봉하마을 방앗간바이오센터 2층에 모인 사람들은 환호했다.
당초 봉하마을 방앗간 앞 마당에서 사람들이 모여 개표방송을 지켜볼 예정이었으나, 비가 내려 장소를 이곳으로 옮겼다. 노무현재단 회원과 영농법인 봉하마을 직원, 자원봉사자 등이 이곳에 모였다.
사람들은 개표방송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다. 양산과 창원, 부산, 하동 등지에서 가족 단위로 참여하기도 했다. 부경양돈조합 이재식 조합장과 '김경수미소천사카페' 정영조 조합장 등이 함께 했다.
봉하마을 승구봉 이장 등 주민들은 별도로 마을복지회관에 모여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은 댁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재단 회원 '박재홍(48, 닉네임 '시카고박')씨는 "지난 9년간 국민과 문재인 후보가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오늘 투표하고 온 여러분을 위해 박수를 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퇴임해 봉하마을로 귀향했을 때 했던 말인 "야 기분 좋다"는 말을 떠올리며, "야 정말 기분 좋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모시는 시간에 함께 해주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건배 하며 축제 분위기 ... "나라다운 나라 만들어 달라"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2위인 홍준표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봉하마을은 축제 분위기다. 방앗간바이오센터에 모인 사람들은 건배를 하며 축하하고 있다.
영농법인 '봉하마을'과 김해노사모는 순대와 수육, 막걸리를 마련해 참가자들한테 나눠주었다. 김정호 영농법인 대표는 "노무현, 문재인,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하여"라며 건배했다.
김정호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농민들이 많이 힘들다. 농민 소득은 더 떨어지고, 농촌은 거의 망가지고 있다"며 "새 대통령은 농민한테 희망을 안겨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난 1년간 봉하마을 들녘에 대해 '농업진흥지역 해제' 문제로 힘들었다. 앞으로는 무분별한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해서는 안 되고, 투기꾼에 의해 농지와 임야, 산지가 시세차익으로 투기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농사짓는 사람들이 땅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재석 부경양돈조합 조합장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며 "보통사람이 열심히 살면 잘 사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희 교사(김해 구산고)는 "지난 정부에서는 너무나 비상식이 상식처럼 혼용되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며 "그동안 제가 교단에서 아이들한테 가르치는 게 틀린 것처럼 여겨졌는데, 이제는 제대로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남(45) '생의한가운데' 대표는 "따뜻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힘든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세월호 가족과 노동자, 농민 등이 특히 그랬다"며 "박근혜정부에서 잘못되었던 것들이 모두 바로잡아가기를 바란다. 공정하고 공평한 정치가 되어 사람사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경숙(42)씨는 "그동안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해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었다.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이 아니라 비선이 나라를 이끄는 비정상이, 그것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