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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당일, 광화문의 저녁은 '대선의 환호'가 가득했다.
 대선 당일, 광화문의 저녁은 '대선의 환호'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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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제 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사상 처음 열린 '장미대선'의 승자가 새로이 결정된 데다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9년 6개월 만에 당선된 민주당계 대통령이라 의미가 더욱 뜻깊다.

더욱이 '광화문'이 이번 대선 자체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지라, 5월 9일 대선일에 광화문을 찾는 시민들이 많았다. SBS, KBS, MBC, JTBC(채널번호 순) 등 다양한 언론사도 이곳에 오픈 스튜디오를 열었다.

실제 개표현장의 변화, 당선자의 윤곽이 잡힘이 따라 변화하는 광화문의 시시각각의 모습, 날씨가 변하며 이동하는 시민 등, 비라는 제약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광화문은 그야말로 대선 축소판이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으로 나라의 중심을 옮기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궐위된 요인이 '세월호 7시간' 아닐까. 그에 반해 대선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하여 당선 '유력'까지 오갔던 '광화문 7시간'은 수만 명의 시민이 모두 기록했던 크나큰 역사의 현장이었다. 그렇기에 5월 9일 오후 5시 정각부터 5월 10일 자정 넘어서까지의 '광화문 7시간'을 다시금 정리해본다.

이 자료를 정리하는 이유는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모든 순간이 기록되고, 시민들의 움직임 역시 모두 기록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해서다. 기자 본인이 7시간 동안 광화문 일대를 돌아다니며 얻은 자료도 있지만, 각 방송사의 'SNS 라이브'를 통해 얻은 자료도 일부 포함하여 '광화문 7시간 33분'을 정리했다.

광화문 네거리에 열린 '청소년 모의투표소'
 광화문 네거리에 열린 '청소년 모의투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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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5:00 PM, 투표율 70.1%, 광화문 날씨 '비'

5시에는 비가 적잖이 왔다. 며칠간 황사와 함께 시민들을 괴롭혔던 미세먼지는 씻겨나갔지만, 늘그막히 투표소로 향하려던 시민들에게는 꽤나 큰 직격탄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4시 즈음부터 투표율이 느리게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광화문역 4번 출구 인근에서는 청소년들의 투표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단체, 특히 YMCA가 주관이 되어 열렸던 청소년 모의투표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교보문고 앞을 지나는 청소년들이 투표 장면을 보고 이끌려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대선 만 18세 선거권이 국회에서 관철되지 못한지라, 많은 청소년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SBS 스튜디오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배성재 아나운서가 토크쇼를 하고 있다.
 SBS 스튜디오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배성재 아나운서가 토크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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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표의 결과는 1위가 문재인 후보였으니, 크게 다르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2위부터 큰 차이가 보였는데, 심상정이 근소한 차이로 2위, 유승민이 15%정도로 3위, 10퍼센트가 채 되지 않았던 안철수, 약 3퍼센트를 겨우 넘긴 홍준표 순서였다. 미래 유권자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모의투표라 할 수 있었다.

유시민 작가가 JTBC 생방송을 준비하던 중 바깥을 잠깐 내다보고 있다.
 유시민 작가가 JTBC 생방송을 준비하던 중 바깥을 잠깐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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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송국들이 오픈 스튜디오를 차리고 KBS는 첨단 기술을 도입한 모습 역시 보였지만, 배우 윤여정과 유시민 작가가 광화문에 등장함에 따라 JTBC 스튜디오 앞으로 모인 시민들이 꽤나 보였다. 방송준비를 하던 손석희 앵커가 무대 앞에 등장했다. 아이돌 못지 않은 '돌고래 함성' 뒤에 손 앵커의 '시크한' 한 마디가 이어졌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한데요, 저희 방송은 6시부터 6시간 동안 하니까... 끝까지 계시지는 않으실 거죠?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니요!'를 외쳤다) 여러분이 비오는데 너무 고생이 많으셔서 이렇게 나왔는데요, 저희 방송이 6시부터 시작하니까 지켜봐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스튜디오를 향해 '출근'하고 있다.
▲ 손 앵커의 출근길 손석희 앵커가 스튜디오를 향해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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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어느 새 '찍덕'에 빙의했다. 경호원들에게 '유 작가랑 손 앵커 지나갈 때 느릿느릿 지나가라고 좀 해주세요'라는 부탁을 했고, 경호원들 역시 흔쾌히 수락하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이윽고 나타난 손석희 앵커와 유시민 작가. 꽤나 많은 시민들이 두 사람의 모습을 렌즈 속에 담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언론사 포토라인 못지 않은 '시민 포토라인'인 셈이었다.

5월 9일 6:00 PM, 투표율 72.7%, 광화문 날씨 '비'

광화문에 '5인5색' 후보들이 모였다. 맨 왼쪽부터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배성재 아나운서, 정봉주 전 의원,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 바른정당 진수희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광화문에 '5인5색' 후보들이 모였다. 맨 왼쪽부터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배성재 아나운서, 정봉주 전 의원,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 바른정당 진수희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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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튜디오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과 배성재 아나운서가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가 온지라 넓게 마련한 스튜디오 앞에 시민이 꽉 차지 않았다는 작은 '툴툴거림' 역시 덤이었다. 시민들과의 인터뷰가 이어진 직후, 원내 5당의 다섯 명의 의원(더민주 표창원, 국민 이용주, 자유한국 정용기, 바른 진수희, 정의 이정미)들이 더 도착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다섯 의원들과 두 아나운서가 '당연하지 게임'을 하는 이색적인 모습도 보였다. 이용주 의원의 '폭풍 공격'에 다른 의원들이 '기브업'을 외치고, 그 모습을 시민들은 웃음 띤 얼굴로 지켜보는 꽤나 즐거운 풍경이었다. 각 당 의원들이 희망에 젖은 대선 관측을 내보이는 것을 보는 것도 큰 구경거리였다.

JTBC 스튜디오의 손석희 앵커가 6시 정각 방송을 시작함과 동시에 스튜디오 앞의 객석에서는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6시간 대장정의 1부가 시작된 것. 한 트위터리안은 '아이돌의 함성소리 뺨친다'는 글을 올려 리트윗이 꽤나 되기도 했을 정도. 아직 선거는 두 시간 정도 남았기에, 섣부른 속단은 금물이지만 여러 언론인, 정치인들이 6시를 기해 방송에서 조심스레 선거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5월 9일 7:00 PM, 투표율 75.1%, 광화문 날씨 '비'

SBS 스튜디오에서는 7시 20분부터 콘서트가 열렸다. 국민들이 장미대선에 맞춰 '꽃길'만 걷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콘서트인 SBS '대선 콘서트 꽃길'은 장미여관이 처음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더니, 이윽고 양희은과 장미여관의 '합동 무대'로 꾸며졌다. 지금까지의 대선 방송 현장에서 시도된 적이 없던 방식이다보니 많은 시민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장미여관이 첫 무대에서 자신들의 노래로 흥을 띄우더니, 가수 양희은 씨가 촛불집회 때에도 불렀던 '아침이슬'과 '행복의 나라로'를 장미여관의 연주와 코러스 속에 열창했다. KBS 스튜디오는 밤이 깊어갈수록 뛰어난 영상미로 많은 시민들을 압도했다. 커다란 무대에서 어떤 결과를 볼 수 있을까, 시민들의 기대에 맞는 새로운 대통령이 나올까가 주요 관심사였다.

JTBC 특집 스튜디오는 7시 40분 경 1부 방송을 막 마쳤다. 20여 분 뒤면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시작될 참이다.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그리고 거의 모든 정당에서 가장 긴장하게 될 시각, 투표 종료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5월 9일 8:00 PM, 최종 투표율 77.2%, 광화문 날씨 '비 오다 갬'

비가 잦아들면서,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에 속속 도착했다.
 비가 잦아들면서,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에 속속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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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광화문의 시민들은 너나할것 없이 술렁였다. 투표 종료와 동시에 방송3사의 합동 출구조사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 세상에서 가장 길 것만 같은 60초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잘 아는 후보의 정진 속에 다른 후보의 약진을 기대하는 시민들도 나왔다. 5초 정도가 남았을 때,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하나같이 카운트다운을 함께 외쳤다.

뚜껑을 열기가 무섭게 광화문광장은 물론 광화문 인근의 식당, 카페 등 다양한 곳에서 일순간 탄식과 함성이 교차했다. 출구조사 결과 문재인 후보가 41.4%, 홍준표 후보가 23.3%, 안철수 후보가 21.8%, 유승민 후보가 7.1%, 심상정 후보가 5.9%였다. 이변은 없었지만, '실버 크로스'를 놓고 누가 이길 것인가에 내기를 거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심상정 후보가 대선 승복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대형 전광판에 올랐다.
 심상정 후보가 대선 승복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대형 전광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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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즈음부터 빗줄기가 옅어지더니 8시가 넘어서는 아예 비가 멎었다. 앞서 여러 방송사에서 SNS 라이브 방송, 그리고 TV 방송을 통해 광화문으로 오라는 독려를 했기 때문이었는지, 점점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을 찾았다. 어느 새 광화문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투표 끝 '뒤풀이'를 즐기러 나왔다.

각 방송사가 미디어 퍼포먼스도 보여주는 데다가, 투표 결과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눈 앞에 접할 수도 있었다. 어떤 시민은 아예 광장 잔디밭에서 '길맥'도 즐기고 있었다. 지난 겨울 광장의 촛불집회가 새로운 정권을 꿈꾸는 축제였다면, 이번 광화문 스튜디오는 새로운 정권을 눈 앞에 둔 축제였다고 할 만하지 않았을까.

5월 9일 9:30 PM, 개표율 0.19%, 광화문 날씨 '갬'

광화문 스튜디오 위에 서 있는 KBS 박영은 아나운서.
 광화문 스튜디오 위에 서 있는 KBS 박영은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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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함을 따고 쏟아지는 투표용지를 분류하기 위해 개표기가 돌아가면서, 오르는 숫자 속에 점점 시민의 외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록 밤 9시에는 겨우 0.02%의 개표율을 기록했지만, 점점 개표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당선될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써내는 '희망나무'를 운영한 KBS 스튜디오.
 이번에 당선될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써내는 '희망나무'를 운영한 KBS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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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벌어지는 표 차이에 개표를 10%도 채 하기 전에, 결국 9시 45분 MBC가 그래픽 화면에서 실수가 있긴 했지만, 가장 먼저 문재인 후보의 당선 유력을 발표했다. 멀리에서 문 후보의 유세차량이 광화문 광장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SBS 스튜디오 앞에 있던 시민들은 SBS 특유의 개표방송에 '중독'된 지 오래. 더욱이 배우 유인나의 목소리와 'What a wonderful world'가 흘러 나오는 몽환적인 바이폰, 마스코트 '투표로'가 등장한 바이폰에는 호평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광화문에 설치된 SBS 스튜디오에서 시민들이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광화문에 설치된 SBS 스튜디오에서 시민들이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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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역시 다양한 미디어 그래픽으로 많은 시민들을 압도했다. 중간중간 박은영 아나운서가 광화문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10시 경 SBS 방송이 중계되고 있는 커다란 LED에서 떠오른 자막, 그리고 김성준 앵커의 목소리에 시민들은 집중하게 되었다. '대형 속보'였다.

"문재인 후보, 다시 차량에 탑승했습니다. (김성준 앵커)" "광화문을 향하시지 않을까. (최혜림 앵커)"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당 선대위 사무실로 다시 가지 않을테고, 그렇다면 예측할 수 있는 장소가 당사 외에 광화문 광장으로 가지 않을까. 가장 상징적인 장소가 광화문 광장 아니겠습니까. (김성준 앵커)

5월 9일 10:00 PM, 개표율 2.66%, 광화문 날씨 '상쾌'

세종문화회관 뒷편 소공원에 마련된 문재인 캠프의 '무대'
 세종문화회관 뒷편 소공원에 마련된 문재인 캠프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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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아니 당선 유력자가 이번 조기대선이 열린 그 자체이자, 광장정치의 '중심지'였던 광화문 광장에 방문한다는 소식에 많은 시민들이 너나할 것 없이 유세차량이 자리잡은 세종문화회관 뒷편 공원으로 달려갔다.

문재인 캠프에서는 JTBC 선거 방송을 열어둔 채로 시민들을 불러모았다. 어느 새 기자들도 커다란 카메라 장벽을 치며 문재인 후보가 올 법한 장소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손석희 앵커의 보도가 이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현재 자택에 머물고 있는데, 지금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잘못된 정보도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고요, 저희가 속보로 문재인 후보가 11시쯤에 도착 예정이라고 하는데, 전제가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매우 유력 내지는 확실시되면 나오겠다는 것이지, 시간은 따라서 11시로 특정할 수는 없는데, 방송국에서 당선이 확실하다고 하면 광화문으로 이동하겠다. 라는 것이 부대변인의 공식적인 이야기였습니다. (후략)"

세종문화회관 뒷편 소공원은 어느 새 취재진들과 시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세종문화회관 뒷편 소공원은 어느 새 취재진들과 시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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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진 SBS와 KBS의 당선 유력 보도. 이 말은 곧 문재인 후보가 광화문에 온다는 소식이었다.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승복 기자회견을 했다는 사실 역시 시민들에게 전해졌다. 출구조사도, 표심도 '어대문'을 이길 수 없었다. 점점 많은 시민들이 세종문화회관 뒷편으로 몰렸다.

엄청난 시민들이 세종문화회관 뒷편으로 몰렸다.
 엄청난 시민들이 세종문화회관 뒷편으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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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11:00 PM, 개표율 16.75%, 광화문 날씨 '맑음'

문재인 캠프의 유세단이 '마지막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문재인 캠프의 유세단이 '마지막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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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문 후보의 유세현장에서 뛰었던 대학생들이 무대 위로 올랐다. 그간 선거 유세에 쓰였던 '엄지척', '내꺼하자' 등을 개사한 노래에 맞춰 신나는 춤무대를 선보였다. 특이한 것은 두 손에 태극기가 달려 있었던 것. 그간 태극기와 촛불에 따라 맞부딪혔던 광화문과 시청광장 사이의 갈등을 종언하는 퍼포먼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9일 광화문의 '문재인 환영회' 사회자로 오른 박주민 의원.
 9일 광화문의 '문재인 환영회' 사회자로 오른 박주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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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무대가 끝난 뒤 박주민 의원이 무대에 올랐다. 사회가 익숙치 않아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먼저 한 박주민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특별한 게스트 몇 명이 토크버스킹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가장 먼저 러시아에서 귀화한 한국인 이리나 씨가 무대에 올라 유창한 한국어로 토크버스킹을 했다.

스텔라 데이지 호 실종 선원 가족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연단 위에 올라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텔라 데이지 호 실종 선원 가족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연단 위에 올라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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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로 올라온 사람들은 세월호 유가족들, 그리고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가족들. 두 가족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새로운 정부로부터 희망의 메시지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시민들은 괜찮다는 응원을 했다. 다음 가족이 올라와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때 문재인 후보가 도착했다. 박주민 의원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점점 옆으로부터 들려오는 함성소리가 꽤나 컸다.

5월 9일 11:58 PM, 개표율 32.89%, 광화문 날씨 '산뜻'

9일 문재인 후보가 추미애 더민주 대표와 함께 광화문 '특설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9일 문재인 후보가 추미애 더민주 대표와 함께 광화문 '특설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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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가 추미애 대표와 함께 광화문 '특설무대' 위에 나타났다. 참석한 시민들은 "문재인"을 크게 연호했다. 이미 카메라로 '큰 벽'을 치고 있었던 언론사의 카메라에서도 플래시가 빗발치듯 튀었다. 문재인 후보는 사실상의 당선 수락 연설을 했는데, 불의에 저항했던 촛불에 맞게 정의로운 정부를 강조했다.

당선 수락 연설을 하는 문재인 후보(당선자)
 당선 수락 연설을 하는 문재인 후보(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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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이 끝나자 문재인 후보와 한때 경선에서 '피터지는' 경쟁을 벌였지만 경선 이후 동반자가 되었던 정치인들이 올라왔다.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최성 고양시장이 올랐다. 호칭을 정확히 정하지 못하는 모습에 시민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한때 경쟁자들이었던 사람들이 웃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앞날을 응원하는 것에 감명을 받은 시민들도 있었다.

왼쪽부터 추미애 더민주 대표,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후보(당선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 손을 맞잡은 '대선주자'들 왼쪽부터 추미애 더민주 대표,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후보(당선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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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앞날을 응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당선인,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더민주 대표
▲ 마이크를 잡은 안 지사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앞날을 응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당선인,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더민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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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뒤늦게 안희정 충남지사가 '은근슬쩍' 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안희정 지사는 "광화문 인근 호프집 맥주 동이 나게 합시다. 돈도 부족하면 문재인 앞으로 외상 답시다"며,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더욱이 안희정 충남지사는 술에 약간 취한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 문재인 당선자에게 '뽀뽀'를 하기도 했고, 이는 시민들에게 더 큰 웃음을 주었다.

왼쪽에서 세 번째에 김부겸 의원. 세 번이나 '무대인사'를 했다. 뒤돌아 또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무대인사만 세 번째 왼쪽에서 세 번째에 김부겸 의원. 세 번이나 '무대인사'를 했다. 뒤돌아 또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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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부겸 의원이 나타났다. 이미 안희정 충남지사 없이 '만세 사진'을 찍었고, 안 지사가 나타남에 따라 다시 '만세 사진'을 다시 찍었다. 김부겸 의원도 뒤늦게 나타나 문재인 당선자를 응원하는 발언을 했다. 그렇게 김부겸 의원까지 다시 낀 '만세 사진'을 찍었다. 뒤돌아서 다시 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대선 수락 연설'이 끝났다. 문재인 당선자는 내려가는 와중에도 시민들과 인사하고, 같이 사진을 찍고, 손을 잡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봐왔던 시민들은 아마 여기에서 '무엇인가 바뀌었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인사를 하는 문재인 당선인과 '러닝메이트'와 환호하는 시민들.
 인사를 하는 문재인 당선인과 '러닝메이트'와 환호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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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0:30 AM, 개표율 46.7%, 광화문 날씨 '상쾌'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보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 현장에서 스텔라 데이지 호 침몰사고 유족이 발언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보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 현장에서 스텔라 데이지 호 침몰사고 유족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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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탄생의 순간은 이렇게 마무리지어졌다. 개표 상황이 어느 정도 급물살을 타 대부분의 방송 스튜디오가 막 철거되고 있었는데, 특이하게 철거되지 않은 스튜디오가 하나 있었다. 바로 세월호 앞의 '세월호 가족과 함께 보는 19대 대통령 개표방송' 스튜디오였다. 이곳에서 뜻밖에도 아까 보았던 스텔라 데이지 호 실종 선원 가족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외침을 보면서, 그리고 대선 이전 여러 정당과 기관이 이들의 외침에 응답하지 않은 것을 생각했다. 이들이 그렇게 불렀을 때, 모든 정당은 어디로 갔고, 그리고 이들을 도와야 할 정부 부처들은 왜 사라져 있었나. 그리고 왜 언론마저도 큰 관심을 주지 못했나에 대한 생각 말이다.

특히 스텔라 데이지 호 선원 가족의 외침을 보면서, 다음 정부가 꼭 큰 소리와 작은 소리의 구별 없이 같은 목소리로 받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개인의 사이즈가 매우 작았던 시민들이 십시일반 촛불을 들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촛불을 들었던 개개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이니 말이다.

그렇게 광화문의 하루는, 대통령 당선자라는 '큰 사람'의 외침 뒤의 '작은 사람'들의 외침으로 마무리지어졌다. 작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큰 사람'의 외침, 그리고 이 작은 시민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작은 사람'들의 외침 말이다.

그리고 2:32AM 이후~ 국정운영 기대감 83.8%, 새 정부 기대감 '물씬'


대선일, '광화문 9시간'은 그렇게 마무리지어졌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고, 새로운 희망이 탄생했다.
 대선일, '광화문 9시간'은 그렇게 마무리지어졌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고, 새로운 희망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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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32분, '매직넘버'를 달성하면서 문재인 후보는 공식적으로 문재인 당선자 신분이 되었다. 이후 오전이 되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당선 선언을 함에 따라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이 된 직후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소탈한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집에서 현충원으로 가는 길에 시민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경호원들에게 일일히 인사를 하는 그런 행보 말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로 첫 출근한 5월 10일은 마침 유권자의 날이다. 전날의 선택이 후회되지 않았기를, 그리고 앞으로의 유권자들이 선택할 미래는 어떨지 직접 찾아보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선거가 '네거티브 전쟁' 대신, '포지티브 전쟁'이 될 방도에 대해서도 말이다.


5월 9일부터 10일까지 넘어가는 밤, 시민들은 큰 기대에 부풀었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5월 9일부터 10일까지 넘어가는 밤, 시민들은 큰 기대에 부풀었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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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은 한 사람이 이렇게 '광화문 7시간'을 정리할 수 있듯이, 국민들은 앞으로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 할 것이고, 직접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칼이 무뎌졌던 언론은 그간 정권의 비협조로 갈아내지 못했던 칼을 다시 갈아내고 있다.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질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동안의 국정 운영이 '박근혜 3년'과 비슷하다는 농담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만큼 국민의 신뢰를 한껏 쌓아올리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 국민의 신뢰가 한 번에 무너지는 일 없이, 퇴임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쌓아올려졌으면 좋겠다.


태그:#대통령, #대선, #광화문, #문재인,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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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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