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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딸 정유라씨가 31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보안구역인 탑승교에서 검찰에 압송되고 있다.
 박근혜정권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딸 정유라씨가 31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보안구역인 탑승교에서 검찰에 압송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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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딸 승마선수 정유라씨, 그리고 삼성의 '올림픽 로드맵'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하나둘 풀리고 있다.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1차 공판에는 최씨 측근 박원오씨가 나와 "2015년 6월쯤 삼성 요청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 대한승마협회 회장이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이 "승마를 올림픽까지 지원할 것이니 정유라를 포함한 계획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삼성 쪽은 ▲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이 2015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승마지원이 미흡하다'고 질책받은 뒤 최씨 모녀의 실체를 알았고 ▲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8월 말에야 진상을 파악했다고 말해왔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정씨 승마훈련 지원, 미르‧K재단 출연 등 뇌물을 제공했다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다. 이들은 특히 2015년 7월 말 박원오씨로부터 최씨 요구를 전달받은 뒤부터 그들에게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녔다고 주장한다.

삼성은 몰랐다고 했지만... "정유라 임신도 물어봤다"

하지만 법정에 나온 박씨 진술은 정반대였다. 그는 '최순실도, 정유라도 몰랐다'던 삼성 논리의 뼈대부터 흔들었다. 박씨는 "박상진 전 사장이 2015년 4-5월쯤 '정유라가 임신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어봤다"며 "최씨가 절대 비밀로 하라고 해서 '그런 일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증언은 '2014년 9월 15일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올림픽 준비 등 정씨 지원을 요구했다'는 특검 주장과 맞닿아 있었다. 박씨는 2015년 6월 당시 승마협회 부회장이던 이영국 전 삼성전자 상무가 갑자기 올림픽 얘기를 꺼냈다고 했다. 그는 "이 전 상무가 대화 도중 '승마가 올림픽에 나가도록 지원하기 위해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가 됐다, 어떤 걸 지원해야 하냐'고 물었다"며 "(피고인들 주장처럼) 제가 먼저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2015년 7월 29일 독일서 만난 박상진 전 사장이 승마를 올림픽까지 지원할 것이니 정유라를 포함한 계획을 만들어달라더라"고 했다. 후두암 투병 중인 박씨는 큰 소리를 내지 못했고, 재판 중간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듭 '삼성이 올림픽 계획을 요청한 게 맞냐'고 묻는 검사의 질문에는 "박 전 사장이 저한테 정유라를 포함해 올림픽 지원계획을 세우라고 했다"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박원오씨가 이때 최순실씨는 VIP(박근혜 전 대통령) 옷도 사주고, 친자매처럼 가깝다며 최씨 딸 정유라를 도와달라고 했다'던 박 전 사장의 진술 역시 반박했다. "최씨가 대통령 옷을 사줬다는 것 자체를 몰랐고, 두 사람이 직접 만나는 사이인 건 최근에 알게 된 데다 (그런걸) 말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였다.

박씨는 최씨로부터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2015년 가을쯤 삼성이 구입해준 말의 소유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최씨가 "이재룡(기자 주 – 최씨는 이재용 부회장을 이렇게 불렀다고 함)이 VIP를 만나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고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까지 독대 사실을 몰랐다"며 "두 사람이 만나서 (최씨 모녀에게) 말을 사주기로 했고, 그래서 올림픽 계획이 이뤄졌나보다 생각했다"며 "깜짝 놀랐다"고 했다.

삼성은 정유라씨의 독일 승마훈련을 지원하기로 한 '갑'이었지만 실제로는 '을' 최씨 목소리가 더 컸다. 박원오씨는 말 소유권 문제 등을 겪을 때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던 박 전 사장 문자메시지 등을 보며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때 흥분한 최씨는 "(삼성을)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혼잣말했다. 박씨는 특검에선 '삼성이 합치는 것을 도와줬는데...'라고 들었다고 했지만 31일에는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최씨가) 갑처럼 행동해 뭔가 도와준 게 있나 보다 싶었다"는 말을 남겼다.

"최순실, 삼성이 은혜도 모른다고... 갑처럼 행동"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이화여대 입시와 학사 특혜 의혹에 관여한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을 받기 위해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이화여대 입시와 학사 특혜 의혹에 관여한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을 받기 위해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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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5일 첫 독대 때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의 승마협회 회장사 인수를 부탁했다'는 공소사실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증언도 나왔다. 박씨는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는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았다. 2014년 9-10월경 최씨가 당시 회장사인 한화가 잘 못 한다며 "삼성으로 바꿔야겠다, 삼성이 잘할 것 같다"는 말을 자신은 물론 여러 사람에게 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는 "최씨가 그 무렵 이재용 같은 분이 삼성을 이끌어야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2013년부터 승마계에 '최순실이 정권 실세'란 말이 돌았다고 했다. 그해 4월 상주 승마대회 때문이다. 당시 정유라씨가 우승을 놓치자 최씨는 판정 문제 등을 제기했고, 이후 경찰 수사에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까지 이뤄졌다. 박씨는 이때 최씨의 영향력이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친분을 실감한 일화도 소개했다. 박씨는 상주 승마대회 감사 도중 "최씨에게 '문체부가 제 뒷조사를 한다'고 하자 '참 나쁜 사람들이네요'고 했다"며 "나중에 대통령이 (감사를 맡았던) 진재수 과장 등을 '나쁜 사람'이라며 좌천시켰다는 보도를 접하고 놀랐다"고 했다. 또 "2014년 8월 후두암 치료 중에 진 과장이 만나자고 연락하기도 했다"며 "이 일을 계기로 최씨와 대통령이 가까운 사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박씨의 검찰 1·2차 조사와 특검 조사 때 로드맵 관련 진술이 다르다며 반론을 펼쳤다. 처음엔 로드맵 얘기 자체를 안 했고, 2차 조사에선 승마협회가 만든 자료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는데 특검에선 왜 이영국 전 상무 요청으로 만들었다고 했냐는 지적이었다. 박씨는 "갑자기 조사받다 보니 이게 뭔지 전혀 기억을 못 했다"며 "나중에 이메일을 찾아보고 해서 특검에선 정확히 말했다"고 답했다. 또 '한화가 원래 승마협회 회장사를 그만두려 했다'던 변호인 말에는 "저도 알아봤는데 한화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맞섰다.


태그:#이재용, #최순실, #박근혜, #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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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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