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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치고자, 홀로 길을 걸었습니다. 길 위에 서니...
 깨치고자, 홀로 길을 걸었습니다. 길 위에 서니...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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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치고자 한다면 길을 떠나라!"

여행, 세월이 쌓이면서 찾은 결론입니다. 도를 깨치려는 이들이 그 수단으로 참선 수행 등의 방법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반인들도 게으름 피워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삶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란 의미지요.

임응규, 사명대사 전설이 녹아 있는 김천 '직지사'

김천 황악산 직지사 대웅전입니다. '직지인심 견성성불'...
 김천 황악산 직지사 대웅전입니다. '직지인심 견성성불'...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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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혼자 가는 길이건만, 홀로 살 수 없습니다. 서로 손 잡고 가야 그 길이 비로소 따뜻해지더이다!
 삶은 혼자 가는 길이건만, 홀로 살 수 없습니다. 서로 손 잡고 가야 그 길이 비로소 따뜻해지더이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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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 가보셨어요?"

경북 김천이 고향인 정태우씨의 물음입니다. 질문 속에는 자긍심이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화들짝 놀랐습니다. 절집 다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직지사는 가봐야 한다는 으름장이랄까. 귀에 익은 절집인데도 '직지사가 어디 있지?'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20여 년 전, 불교에 관심 없었던 시절, 한 번쯤 가 본 것 같은데 가물가물. 답은 뻔했습니다. 앞으로 가봐야 할 산사인 걸로. 그렇게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더랬지요.

문제는 '동행' 여부였습니다. 여행은 혼자 가냐, 함께 가냐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맘이 맞는 일부 지인들에게 타진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았습니다. 대신, 현지에서 지인들을 만나 잠시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혼자인 듯 아닌 듯한 '인생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경남 양산 통도사와 보리원, 부산 범어사, 창원 성불사 등지에 머물렀지요. 그중 창원 성불사 청강스님을 졸랐습니다.

"스님, 저와 함께 김천 직지사 가실래요?"
"직지사는 사명대사께서 출가하신 절이야. 그리고 내가 머리 깎은 절이기도 하지."

"정말요? 스님은 인근에 범어사, 통도사, 해인사 등을 두고 왜 김천까지 가셨대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절에 가려고 일부러 그리 안 갔나."

"잘됐네요. 스님, 저랑 동행하며 직지사 안내 좀 해주세요."
"스님들은 결제 일에 돌아다니면 욕먹는다. 그래 해제 이후에 안 다니나."

직지사 천왕문 앞, 사명대사 전설이 깃들어 있는, 사명대사가 잠든 바위입니다.
 직지사 천왕문 앞, 사명대사 전설이 깃들어 있는, 사명대사가 잠든 바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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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의 불문율이랄까. 스님들이 움직일 때는 대개 "결제일이 풀리는 15일 이후"라고 합니다. 결제 일까지는 수행 정진에 힘쓰고, 해제일 이후 이곳저곳 여행 다닌다고 합니다. 암튼, 경봉 스님과 얽힌 청강 스님 일화도 재밌습니다. 청강 스님에 따르면, "할아버지(독립운동가 변상태)와 경봉 스님은 호형호제하며 지냈다. 하루는 경봉 스님께서 할아버지께 '저 아이는 스님 될 운명이다'고 예언했다 한다. 이후 17세 되던 해 직지사에 들어가 스님이 되었다"고 하니 묘한 인연입니다. 다음은 청강 스님께서 여행에 동행하는 대신, 들려주신 사명대사 전설입니다.

"사명대사(속명 임응규)는 어릴 적, 양친을 잃은 슬픔에 방황한다. 16세 되던 해 어느 날, 임응규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직지사를 찾았다. 그러다 천왕문 앞 돌 위에서 잠이 들었다. 이 때 신묵대사는 참선 중 갑자기 쏟아진 졸음에 깜빡 선잠이 들었다. 기이한 꿈을 꾸었다. 황룡이 천왕문 앞 은행나무에 똬리를 틀고 금방이라도 승천할 기세로 있었다. 꿈이라고 치기엔 너무 생생했다. 신묵대사는 천왕문으로 갔다. 천왕문 앞 바위에 한 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꿈에서 본 황룡이 이 소년임을 직감한 신묵대사는 아이를 출가시킨다. 그가 바로 임응규, 사명대사다. 직지사 천왕문 앞에는 지금도 사명대사가 잠들었다는 바위가 있다."

'나그네 설움', 우리나라 대중가요 큰 산을 보다

경북 김천, 도로 곳곳에 사드 배치 반대 펼침막이 보입니다.
 경북 김천, 도로 곳곳에 사드 배치 반대 펼침막이 보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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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결사 반대"

김천 시내 곳곳에 펼침막이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인근 성주에 배치된 사드 영향입니다. 하여튼 사드 배치에 대해 찬반이 치열합니다. 우려되는 건, 국가 주요 의사결정 구조에서 국민이 배제되고, 권력자들에 의해 마음대로 좌지우지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모든 권력의 핵심은 국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직지사 가는 길, 양쪽으로 비닐하우스가 즐비합니다. 알고 보니 포도 재배지입니다. 지금껏 포도하면 모동포도로 유명한 상주만 떠올렸습니다. 헌데 상주, 김천 주변이 대규모 포도 단지라는 걸 눈치 채겠더군요. 포도의 주산지가 경북임을 실감했습니다. 벌써부터 싱그러운 포도 먹을 생각에 군침이 살살 돕니다. 포도는 씨까지 먹어야 몸에 좋다고 합니다.

직지문화공원 입구에 들어 선 갓 모양의 화장실이 눈길을 끕니다.
 직지문화공원 입구에 들어 선 갓 모양의 화장실이 눈길을 끕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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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직지문화공원의 조각품과 음악분수입니다.
 김천 직지문화공원의 조각품과 음악분수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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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성(조경환)과 나화랑(조광환) 형제 노래비입니다.
 고려성(조경환)과 나화랑(조광환) 형제 노래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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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 입구. 직지문화공원이 자리합니다. 특히, 갓 모양의 화장실이 눈길을 끕니다. 곳곳에 조각품들이 서 있습니다. 음악분수와 인공 조성된 폭포가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어린이 놀이터 의자에 앉아 땀을 닦습니다. 내려오는 길, 고려성(조경환)과 나화랑(조광환) 형제 노래비가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부흥시킨 두 음악가의 뜻을 기리며, 국민 애창가요 한 곡 듣지요.

나그네 설움
- 고려성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

1.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 길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다.
선창가 고동소리 예님이 그리워도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무너진 사랑탑
- 반야월 작사, 나화랑 작곡, 남인수 노래

1. 반짝이는 별빛아래 소곤소곤 소곤대는 그날 밤
천년을 두고 변치 말자고 댕기 풀어 맹세한 님아
사나이 목숨 걸고 바친 순정 모질게도 밟아 놓고
그대는 지금 어디 단꿈을 꾸고 있나
야속한 님아 무너진 사랑탑아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 직지사의 '직지인심 견성성불'

김천 직지문화공원 내에 세운 시비입니다.
 김천 직지문화공원 내에 세운 시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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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문화공원 한쪽에 시비가 있습니다. 김수영의 '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박목월의 '나그네', 천상병의 '귀천', 김소월의 '진달래꽃', 김춘수의 '꽃', 조지훈의 '승무' 등의 시비가 서 있습니다. 이어 세계도자기 박물관과 백수문학관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예서, 시 한 수 읊지요.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및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조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경북 김천 황악산 직지사 산문에 들어선 '동국제일가람' 현판에서 대단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경북 김천 황악산 직지사 산문에 들어선 '동국제일가람' 현판에서 대단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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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東國第一伽藍黃嶽山門)"

황악산 직지사 산문에 들어서니 커다란 글씨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대한민국 제일의 절집임을 나타내는 글귀에서 그들의 자부심을 봅니다. 과연 그러할까? 직지사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 선종에서 좌선에 의해 사람의 마음을 직관하여 부처의 깨달음에 이룬다)"인지 확인해 봐야 할 터. 마음, 단단히 가다듬습니다. 그런다고 '직지인심 견성성불'이 보일까 마는….

김천 황악산 직지사 가는 길입니다.
 김천 황악산 직지사 가는 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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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직지사, #김천, #사드, #사명대사 전설, #경봉 스님과 청강 스님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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