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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원전해체센터' 동시 요구 결의안 채택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퇴역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 국가의 출발을 선언한 지 불과 6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반대하는 울산시의회의 결의안이 통과돼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이 쏟아졌다.

▲탈핵을 요구하는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울산시의회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이 전자투표로 가결된 모습. 이 가결에 이어 '원전해체기술센터 유치 촉구 결의안'도 19명이 참여해 찬성 16명, 반대 1표, 기표 2표로 가결됐다.
▲ 울산시의회 ▲탈핵을 요구하는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울산시의회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이 전자투표로 가결된 모습. 이 가결에 이어 '원전해체기술센터 유치 촉구 결의안'도 19명이 참여해 찬성 16명, 반대 1표, 기표 2표로 가결됐다.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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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요구해 온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의 뜻을 저버리고 새 정부의 탈핵 정책에 반기를 든 셈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고 결의안 채택은 고성이 오가는 거센 항의 속에 두 차례나 진행이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

이 같은 항의가 끝나기도 전 또 하나의 결의안이 채택돼 눈길을 끌었다. 바로 '원전해체기술센터'(아래 원전해체센터) 유치 촉구 결의안이었다.

원전해체센터는 이날 오전 고리 1호기 퇴역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의 조속한 폐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설계수명 연장 금지 등을 골자로 한 '탈핵 선언'에 이어 '동남권 지역'에 원전해체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반대하며 최선봉에 서다시피 한 자유한국당 소속 울산 정치인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는 대통령의 입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원전해체센터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모양새였다.

이 결의안은 전날까지도 본회의 의안상정 목록에 없었다. 이날 고리 1호기 퇴임 행사 직후 울산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이 서둘러 상정키로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이들 시의원들은 이 결의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처음에는 자유한국당 소속 송병길 시의원이 발의하고 당일 의안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울산시의회 제189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상정하려 했다.

그러나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하기 위해서는 출석의원 전원이 찬성해야 하는 데, 유일한 여당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최유경 시의원이 이에 거세게 반대하자 결국, 본회의를 50분이나 정회하고 긴급 사안이라는 명목으로 산업건설위원회를 개최, 이곳에서 서둘러 결의안을 심사한 뒤 안건심사 결과 보고 건으로 변경해 상정했다.

누가 봐도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원전해체산업은 병립할 수 없는 성질의 사안인 데다 이렇게까지 다급하게 결의안을 상정해야만 했던 자유한국당 울산시 의원들의 속셈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울산시의회에서 유일한 여당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최유경 시의원(사진 왼쪽)이 19일 울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원전해체기술센터 유치 촉구 결의안' 본회의 상정에 찬성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소속 송병길 울산시의원에게 거부의사를 밝히며 항의하고 있다.
▲ 최유경 시의원 ▲울산시의회에서 유일한 여당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최유경 시의원(사진 왼쪽)이 19일 울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원전해체기술센터 유치 촉구 결의안' 본회의 상정에 찬성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소속 송병길 울산시의원에게 거부의사를 밝히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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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안 되면 원전해체센터라도... '양다리 전략'

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돌았지만, 이유는 한가지로 압축됐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끝까지 관철시키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시 대체 방안으로 원전해체센터라도 건지려는 협상용 카드라는 분석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를 통해 "끝까지 버티겠다"는 메시지를 문재인 정부에 전달함과 동시에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려면 최소한 원전해체센터라도 달라는 소위 '양다리 전략'인 셈이다.

이렇게까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찬성과 원전해체센터 유치 공세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울산의 원전해체센터 유치 노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거론되기 전인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전해체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가 2014년 1473억 원 규모로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 광주, 울산, 전남, 전북, 강원 등 8개 자치단체가 유치 의향을 밝혔다.

특히 울산(울주군)은 2015년 부산(기장군)과 상생 협력사업으로 공동추진 협약까지 맺으며 경북(경주시)과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그러나 2016년 6월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원전해체센터의 경제성(B/C)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와 설립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러나 최근 부산시가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공약에 지지를 선언하며 원전해체센터 유치 공세를 벌이고 있는 데다 경북 경주시까지 다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울산은 조바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칫 신고리 5·6호기가 백지화되고 원전해체센터마저 부산이나 경주에 빼앗길 경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내년 6월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 같은 상황은 울산지역 다수당인 자유한국당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19일 울산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 출석한 김기현 울산시장이 50분간의 긴 정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시장에게 내년 시장출마 의사가 있을 경우 신고리 5,6호기와 원전해체센터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 김기현 울산시장 ▲19일 울산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 출석한 김기현 울산시장이 50분간의 긴 정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시장에게 내년 시장출마 의사가 있을 경우 신고리 5,6호기와 원전해체센터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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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이들 시의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기현 울산시장에게도 내년 시장 선거 출마 의사가 있을 경우 신고리 5·6호기와 원전해체센터는 곧 김기현 시장의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이날 시의회 본회의에 출석한 김 시장이 50분이라는 긴 정회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그 시간 원전해체센터 유치 결의안이 산업건설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되기까지 자리를 지킨 이유가 설명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드라이브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원전해체센터는 결코 병립할 수 없는 사안임은 분명하다. 이날 이 두 결의안을 동시에 채택한 울산의 '양다리 전략'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아니면 계산 착오로 빚어진 망신스런 결과만 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뉴스행동에 동시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신고리5,6호기, #울산시의회, #원전해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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