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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들이 채용조건이 설명된 게시판을 보고 있다.
 구직자들이 채용조건이 설명된 게시판을 보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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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에 가려고 합니다. 요새 울산이나 창원도 조선업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어쩔 수 없네요."

김현승(27세)씨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조차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이미 지역 경제기반이 붕괴한 대구광역시나 광주광역시 같은 지방 대도시는 두말 할 것도 없다.

심지어 일자리가 넉넉하다고 알려진 창원시조차도 인구가 2012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지방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역 일자리가 붕괴되면서 서울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취업 문제뿐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서울로 올라가는 청년들도 있다. 대구에서 대학을 나온 최준우(26)씨도 기업채용설명회를 듣기 위해 서울에 가는 편이다. 지방에선 취업을 위한 정보가 많이 돌지 않고, 사람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다.

가령 온라인에 올라온 채용인원은 OO명이라 표기됐지만, 실제 채용박람회를 통해 구체적인 채용인원이나 취업 성공을 위한 전략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채용박람회 시즌만 서울 상경비용으로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서울에 올라가는데 1박2일 일정으로 교통비 5만 원, 숙박비 3만~5만 원, 식비 4만 원, 기타비용 3만 원 정도 쓴다고 이야기했다.

실력이 있어도, 공부를 해도 기회가 없으면 안 된다. 서울 지역 청년에 비해 지방 청년은 기회조차 없다. 지역에서 언론고시를 2년째 준비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청년층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갈 때마다 이를 실감한다.

스펙을 쌓기 위한 인턴 활동의 절대 다수는 서울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언론고시 스터디를 구하는 것조차도 지방 거주자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서울에 올라가면 기존에 하던 활동들을 중단해야 하고, 서울의 높은 물가를 감당하려면 부모님의 손을 벌려야 해서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서울에 정치, 교육, 문화 등 많은 것을 집중시켰다. 반면 지방은 도태되고 있다. 그나마 생산지기의 역할만 수행할 뿐이다. 지역에서 성장한 사람들도 서울에 올라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공고화됐다. 그 결과 지역 거주자는 많은 영역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역 산업이 무너지고, 지역 대학이 무너졌다. 1980, 1990년대 지역청년은 SKY가 아닌 이상 지역대학에서 공부해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하지만 2010년대 지역청년은 삶의 기본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심지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기회를 얻기 위해 지역을 떠나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

서울에 모든 걸 집중 시킨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라도 지방과 서울의 격차를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소한 청년들이 서 있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지방 균형 발전이 필요할 때다.


태그:#지역격차, #청년, #지방청년, #지방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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