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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한 달 만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25일, 거래소에 상장된 주요 코인 가격들이 거의 동시에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클래식 등은 절반에 가까운 가치가 반나절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증발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6월 25일 늦은 밤을 시작으로 다음날 새벽에 이르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주요 코인들의 가치가 모두 하락했다. 유일한 차이점은 한달 전에 비해 하락의 폭 자체는 적다는 점이다.

거래소 빗썸(Bithumb)을 기준으로 할 때 비트코인은 하락의 폭이 단 1% 안팎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다만 대시, 리플,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클래식 등은 5% 이상의 금액이 단 몇 시간 만에 증발하였고 이더리움의 경우는 15%에 육박하는 하락폭에 마주했다. 한 달 전에 비해 시장 참여자들의 숫자가 크게 늘었고 각 코인별 가치도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절대적인 피해액 자체는 무시하기 힘든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규제 없는 코인시장은 도박판이다

"제대로 된 서버 환경조차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코인시장에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많이 몰려오기 시작한 5월 한 달을 전후로 수 차례의 서버 폭발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때에 개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서버 환경조차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코인시장에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많이 몰려오기 시작한 5월 한 달을 전후로 수 차례의 서버 폭발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때에 개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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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거래소는 기본적으로 사설업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24시간 내내 공백 없이 장이 운영되기에 언제든지 거대한 변동성이 닥쳐올 수 있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주요 폭락 및 폭등 사태는 많은 경우 새벽에 발생한 일이었다.

한편, 그럼에도 제대로 된 서버 환경조차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코인시장에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많이 몰려오기 시작한 5월 한 달을 전후로 수 차례의 서버 폭발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때에 개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5월 말 리플코인이 처음 빗썸에 상장될 당시, 300원 초입의 가격을 형성했으나 다음날 순간적으로 600원까지 가격이 치솟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그때 서버가 폭발하며 뒤늦게 추세를 따라 높은 가격에 무작정 코인을 산 투자자들이 속수무책이 되어버린 데 있다. 서버가 원상복구 되었을 때 리플은 다시 급락을 거듭, 본래 가격으로 돌아와 있었다.

각 거래소간 코인의 이동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코인이 분실되었을 경우 일반 군소 투자자들이 문제의 해결을 가능케 할 수단이 없다는 점, 그리고 크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받기가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서비스 대응도 미약한 현실 등도 문제점들이다. 여기에 더해 이처럼 많은 비판들에 직면한 거래소들임에도 '신용 거래'가 가능한, 그것도 큰 보증금 없이 누구나 여기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우려를 부풀린다.

그렇다고 개인들이 사설 거래소가 아닌 곳에서 코인을 관리하기란 매우 힘들다. 또 이런 사실들을 잘 모른채 거래소라는 직함과 유명도에만 이끌려 문제의식 없이 사이트를 사용하는 이들도 많다. 그 결과 거래소들은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대형 거래소 빗썸의 경우 일 2억 원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내 맘대로 이슈'에 흔들리는 코인가격

코인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데에는 말 그대로 '이유가 없다.' 물론 여러 이슈들은 분명 존재한다. 주요 거래소에의 상장이나 새로운 EEA 발표 등이다. 하지만 그런 이슈들이 실제로 시장에 반영될지, 또 어느 정도의 규모로 영향을 끼칠지 등은 순전히 운의 영역에 달려있다. 그만큼 코인시장은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가상화폐의 기본적인 속성 때문에 기인한다. 누가 어느 정도의 수량을 확보하고 있는지가 철저하게 익명인 상황이기에, 가격의 추세가 특정 세력에 기인한 것인지 실제로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인지 빠르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화폐의 한국 내 거래량이 10~30%에 육박하고 아시아권으로 확대할 경우 경제규모 대비 가상화폐 보유 비중이 훨씬 더 커지는 것에도 유의해야 한다. 그만큼 특정 지역이나 사람들에 코인이 집중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 아직 아무런 이슈가 없을 때 코인 가격이 훌쩍 오르는 일이 있는가 하면, 모두가 예상하는 이벤트날 전후로는 유의미한 가격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흐름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저마다 뒤늦게 왜 그랬는지 이유를 찾아 붙이지만 궁색한 경우가 많다. 지난달의, 그리고 당일의 급락 사태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인시장에 일반인들의 유입이 크게 늘어난다는 언론보도들이 근 한 달간 꾸준히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커져가는 코인 시장에 금융 당국 등이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당장의 '운'에 서민들이 소중한 자산을 베팅하는 준 도박판을 방치하는 꼴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실질적인 규제가 불가능한 영역인만큼 거래소 환경의 개선을 권고 및 지원해야 한다. 또한 코인 시장 및 가상화폐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높이는 캠페인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가 미래에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될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그 시장에서 많은 서민들이 무분별한 투기성 베팅으로 돈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급한 관심이 필요하다.


태그:#경제, #가상화폐, #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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