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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미8군 사령부 신청사 개관식에서 토머스 밴달 미8군사령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미8군 사령부 신청사 개관식에서 토머스 밴달 미8군사령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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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미8군사령부는 평택 험프리스 미군기지 내 신청사의 개관식을 개최함으로써 주한미군 평택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토머스 밴달 미8군사령관은 환영사를 통해 평택미군기지가 미군이 주둔하는 해외 군사기지 중에서 최대 규모로 거듭나게 되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 평택미군기지는 그 면적이 여의도의 5.5배가 넘는 1467만제곱미터(444만 평)에 달하며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사령부 및 지하 수십미터 깊이의 작전지휘소 벙커 등 군사시설 외 각급 학교와 교회, 극장, 병원, 18홀 규모의 골프장까지 갖춰 미8군 공보장교의 말처럼 '새로운 하나의 (거대한 군사)도시'가 건설된 것이다.

그러나 이 군사기지가 건설되며 있었던 일들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여러 문제에 대해 기억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한국 내 군사기지와 훈련장 등의 재조정과 관련해 한미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2002년 이후 본격화된 평택미군기지의 확장사업은 그 대상지였던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과정은 일방적이었으며 또한 폭력적이었다. 2006년 5월 4일, 당시 미군기지 확장사업에 반대하던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저항의 상징이었던 대추분교가 무너지던 날, 몰려들었던 수천여명의 경찰과 군인들이 자행한 폭력은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에겐 잊혀질 수 없는 기억이다.

축포 쏘아올리는 미군 보며 드는 생각들

미8군사령부가 주둔지를 서울 용산에서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지난 11일 새 청사 개관식을 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미8군사령부가 주둔지를 서울 용산에서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지난 11일 새 청사 개관식을 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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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원래 7조 원 정도로 예상되었던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의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16조 원이 넘었다. 문제는, 이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이 부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한미간에 합의한 바에 따르면 용산기지이전과 관련한 비용은 한국정부가 부담하고 경기북북에 있는 미2사단의 이전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한국이 매년 지불하는 방위비 분담금의 불법적인 축적을 통해 확보했고 이를 기지이전비용으로 전용했다.

그 결과 2015년 미 태평양사령부의 보고대로 사실상 전체 이전비용의 94%를 한국이 부담하게 되었다. 이전되지 않고 용산과 경기북부에 잔류하는 미군기지도 문제다. 반환 후 국가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인 용산미군기지의 경우, 전체먼적 265만 제곱미터의 부지 중 22만제곱미터의 부지에 대해 미군은 미대사관, 호텔, 헬기장 등의 목적으로 계속해서 사용할 예정이다. 2014년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이후에는 한미연합사령부까지 추가로 잔류할 예정인데 이 경우 용산미군기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며 계획된 용산공원은 누더기가 될 것이 뻔하다.

환경오염의 문제는 또 어떤가. 최근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가 미국 정보자유법(FOIA)을 통해 입수한 용산미군기지 내부 유류유출 사고기록(1990~2015)에 따르면 용산미군기지 전역에서 84건의 유류사고가 있었으며 그 중에는 주한미군 자체 기준으로도 최악의 유출량으로 평가되는 3,780리터 이상의 사고만 7건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염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이 당연히 치유하고 반환해야 하지만 미국은 한미소파 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이를 거부하고 있다.

경기북부의 경우, 소음과 오발사고로 문제가 많았던 영평의 로드리게스 미군훈련장도 남을 예정이며 210 미군 화력여단도 여전히 계속 동두천에 주둔한다. 이같은 상황은 미군기지의 이전을 계기로 지역사회 발전을 희망하던 주민들을 다시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세계 최대의 이 거대한 군사기지가 가져올 반평화적 상황이다. 2006년 당시 미군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라 추진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을 더 이상 한반도에서 북한에 대한 방어만을 목적으로 하는 군대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미국이 전개하는 전쟁에 수시로 동원되는 '유사시 기동군'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평택미군기지의 활용이 본격화됨에 따라 그 기동성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평택은 기본적으로 항을 안고 있고 이는 해군을 중심으로 운용되는 미 군사력의 입출에 최적의 조건을 형성해준다. 또 평택미군기지는 완공 이후 인근에 자리한 오산 미공군기지(K-55)와 연계해 통합기지(Joint Base)로 운용될 예정이다. 또한 평택미군기지와 평택역을 직접 연결하는 군사적 목적의 철도공사 역시 진행 중이다. 이는 유사시 미군이 신속하게 한반도로 집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로 빠르게 투사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평택미군기지를 중심으로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대한 군사기지와 이를 거점으로 한 미군의 항상적인 집결과 투입, 한국의 한 복판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은 우리에게 더 많은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주한미군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예민해진 중국은 바로 자신의 턱 밑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모른척 할 수 있을까.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의 피눈물을 짓밟고 건설된 거대한 군사기지가 우리에게 더 많은 불안과 공포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가. 평택 캠프험프리스에 건설된 미8군사령부 청사를 둘러싸고 축포를 쏘아올리는 미군들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석진 시민기자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태그:#주한미군, #평택미군기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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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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