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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시가 동(洞)지역 중·고교에 급식 식품비를 기존보다 1인 한 끼당 500원을 더 주기로 하면서 '대폭 지원'이라고 밝히자, 학부모들은 '생색내기 찔끔 예산'이라며 '통 큰 지원'을 요구했다.

양산시는 지난 20일 "동지역 중·고교 식품비를 인상하여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산시는 자체 재원으로 현재 1인당 하루 300원의 식품비(총 7억 7000만원)를 지원해 오고 있는데, 앞으로 500원을 인상해 800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경남은 경남도교육청의 예산에다 경남도청과 18개 시군청이 일부 부담해 읍·면지역 초·중·고교, 동지역 초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 되고 있다. 그런데 양산시는 자체 재원으로 동지역 중·고교에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양산 동지역 8개 중학교와 8개 고등학교가 양산시로부터 식품비 일부를 지원 받아오고 있다. 동지역 1인당(1식) 급식비는 중학교 2450원, 고등학교 3020원이다. 이 급식비 가운데 지금까지는 양산시에서 300원을 지원했는데, 앞으로는 800원으로 늘어난다. 나머지는 학부모 부담이다.

양산시는 "8월 하반기 추경을 통해 식품비 예산을 확보하고, 오는 9월 2학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라며 "인상 혜택을 받는 대상은 8개 동지역 중·고교생 1만 700여 명이다"고 했다.

양산시는 "양산은 다른 시의 경우와 달리 읍면(물금읍, 동면)지역의 신도시 개발로 동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동 소재 학교가 위축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고, 학교 소재지가 동지역이라는 이유로 지원이 제외되는 것은 지역간 형평성 문제"라며 "이에 따라 시는 식품비 지원 단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고 했다.

양산학부모행동은 24일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무상급식 예산 대폭 지원을 요청했다.
 양산학부모행동은 24일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무상급식 예산 대폭 지원을 요청했다.
ⓒ 양산학부모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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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무상급식 중단 동조, 사과부터"

양산지역 63개 초중고교 학부모들의 모임인 '양산학부모행동'은 24일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좀 더 통 큰 예산으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무상급식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양산시가 동지역 학생들의 우수 식품비 지원을 인상하기로 한 것에 대해, 학부모들은 일단 환영했다.

이들은 "양산시가 경남의 18개 시·군 중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동지역 식품비 인상을 선언적으로 발표하여 읍면동 지역 간의 무상급식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선도적으로 대응한 것은 아주 칭찬할 만하고 고무적인 일"이라 했다.

그러나 과거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거론했다. 홍준표 전 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했을 때, 나동연 양산시장이 동조했던 것이다.

양산학부모행동은 "우리는 기억한다. 2014년 11월 홍준표 전 도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자 제일 먼저 그 선언에 동참한 사람이 양산시장이다"고 했다. 또 이들은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의원들의 책임도 거론했다.

학부모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1년이 넘게 거리로 나와 무상급식 회복 운동을 한 양산 엄마들의 고충을 안다면 최소한의 반성과 사과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날의 잘못에 침묵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같은 과오를 또 다시 저지르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며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했더라도 이렇게 서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했다.

"만족할 만한 '대폭 인상' 금액이 전혀 아니다"

양산시의 지원비 인상에 대해, 이들은 "양산시의 자료를 보며 여간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우수 식품비는 경남도의 눈치 보지 않고 양산시 자체 예산 편성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아는데, 겨우 500원 인상하며 '대폭 인상'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

이들은 "중학교 한 끼 2450원, 고등학교 한 끼 3020원에 비교한다면 800원 지원은 학부모들이 만족할 만한 '대폭 인상' 금액이 전혀 아니다"며 "정말로 동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로 숙고하여 결정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양산시에 살면서 행정구역이 동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열악한 환경인데도 무상급식에 있어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행정구역의 문제는 구역 정비를 면밀하게 하지 않은 지자체의 책임이고, 양산시장이 언급했듯 제도적 모순"이라 했다.

이어 "이는 동 지역 학생들이 양산시의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재단된 복지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고통받는 것"이라며 "그러기에 동지역 중·고등학생들의 무상급식은 복지의 차원에서 양산시 자체 재원으로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겨우 한 끼당 500원 인상한 돈으로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것은 참으로 민망한 '생색내기 찔끔 예산'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양산학부모행동은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반성의 목소리를 내어서 그간 상처 받은 학부모들을 위로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이들은 "양산시의 우수 식품비 인상은 타 지역의 모범이 될 만한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 칭찬할 만하다"며 "그러나 그 금액 부분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추경은 아직 남아있으니 그간에 좀 더 혁신적인 예산을 재조정하여 다른 지역에 모범이 될 만한 좋은 전례를 남기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들은 "동 지역의 중·고등학생 무상급식 불균형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팽창에 따라가지 못하는 행정구역 정비의 치밀하지 못함으로 생겨난 몇몇 도시지역의 문제들이다"며 "그러기에 복지의 차원에서 동 지역 무상급식 문제는 양산시 자체 재원으로 해소하는 것이 지자체의 책무"라 했다.


태그:#양산시, #양산학부모행동,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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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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