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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들고나는 것을 보면 참 신비스럽습니다. 하루에 두 번 쑤욱 빠지고, 또 찰랑찰랑 밀려들어 옵니다. 달이 차고 기우는 이치에 따라 이뤄지는 현상입니다.

썰물 때는 갯고랑이 드러나고, 물속에 잠긴 바위도 아주 작은 섬이 되어 고개를 내밉니다. 그러다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차면 갯고랑이며 갯바위, 낮은 바위섬은 물속에 자취를 감춥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바다는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아침바다의 고요함. 바닷물은 들고 나며 얼굴을 달리합니다.
 아침바다의 고요함. 바닷물은 들고 나며 얼굴을 달리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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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다 아내와 낯선 분이 만나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오랜 친구처럼 다정해졌습니다.
 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다 아내와 낯선 분이 만나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오랜 친구처럼 다정해졌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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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내와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바닷가로 나왔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며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봅니다.

물안개 낀 아침 바다는 고요합니다.

"여보, 저기 보이는 새, 재두루미 아냐?"
"재두리미? 어디?"
"내 손 가리키는 저쪽!"
"그래. 새 한 마리가 보이네."

물새는 하얀 목과 몸에 잿빛을 둘렀습니다. 몸짓이 크고 다리가 길어 아내는 얼른 재두루미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재두루미는 아닙니다. 겨울 철새 재두루미가 여름 바다에 나타날 리가 없으니까요. 왜가리 종류가 아닌가 싶습니다.

새가 물 위에 서 있다?

아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다시 묻습니다.

바닷물 위에 아스라히 보이는 물새 한 마리
 바닷물 위에 아스라히 보이는 물새 한 마리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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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서있는 물새 한마리. 고요한 바다에 목격한 풍경입니다.
 물 위에 서있는 물새 한마리. 고요한 바다에 목격한 풍경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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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새가 어떻게 물 위에 저렇게 서 있지!"
"그렇네! 정말!"
"새가 서 있는 곳은 바위가 있던 덴가?"
"글쎄. 잘 생각이 나지 않네."

그렇고 보니 새 한 마리가 물 위에 서 있습니다. 출렁이는 바닷물 위에서 꼼짝하지 않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아마 새가 서 있는 곳은 갯바위가 있던 곳 같습니다.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 긴 다리를 가진 새는 갯바위에 놀다 바닷물이 들어오자 발목이 잠기는 것을 잊은 모양입니다. 그러기를 한참! 좀처럼 쉽지 않은 연출이 사람 눈에 비춰진 것입니다. 마치 새가 물위에 서 있는 것처럼...

'녀석은 얼마 동안이나 물 위에 서 있을까?' 우리가 자리를 뜰 때까지 새는 바다 위에 그대로 서 있습니다. 참 신기한 풍경을 목격합니다.

해무가 껴있는 아침 바닷가, 발목을 적시고 홀로 물 위에 서 있는 새 한 마리가 무척 외로워 보입니다.

친구를 데리고 온 물새 다시 만나다

다음 날 늦은 아침. 날은 맑습니다. 설레는 미풍이 살랑살랑 붑니다. 아내와 나는 자전거에 몸을 싣습니다.

"여보, 오늘 코스는?"
"어제 물새가 있던 바닷가 어때?"
"그 녀석, 오늘 또 볼 수 있을까?"
"기대를 가지고 또 가보자고!"

우리는 어제 본 색다른 광경을 기대하며 아침 운동을 시작합니다.

들판에는 어느새 훌쩍 자란 녹색의 벼 이삭들이 바닷물처럼 출렁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들길을 달리는 기분이 상쾌합니다.

다음날 물이 나가자 드러났던 갯바위입니다.
 다음날 물이 나가자 드러났던 갯바위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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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착한 바닷가. 오늘은 어제의 바다와 딴판입니다. 썰물로 바닷물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물에 잠겼던 갯벌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혹시나 어제 그 자리에 물새가 찾아왔나 궁금합니다. 

"와! 오늘은 그 녀석 친구들이 많이 모였어! 어제 녀석이 물 위에 서 있던 곳은 갯바위가 분명하네!"

다음날 물이 빠진 갯바위. 이곳에서 새들은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음날 물이 빠진 갯바위. 이곳에서 새들은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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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다에서 즐겁게 노는 새들.
 아침바다에서 즐겁게 노는 새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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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마리 새들이 물속에 잠겼던 갯바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새떼를 보니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어제는 한 마리의 새가 외롭게 서 있었는데, 꽤 많은 친구들이 아침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여럿이 모여 있으니까. 훨씬 보기 좋네!"
"뭐든 혼자 보다 함께해야 힘이 되고 아름답다고 하잖아!"

넓은 바다에 생명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정답습니다. 여럿이 함께 하니 외롭지 않아 더 좋습니다.

아내가 발길을 돌리며 말합니다.

"녀석들, 바닷물이 또 밀려와도 발목 잠기는 줄도 모르고 갯바위에서 놀겠지? 물 위에 서 있는 마술을 부리면서... 이번에는 함께하거라!"


태그:#아침바다, #물새, #갯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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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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