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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충남 홍성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지난 15일 충남 홍성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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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평화와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함께 고민하며 소녀상을 건립하고 싶었다."

홍성 주민 신인섭(50)씨의 말이다. 소녀상은 일제의 만행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상징물인 동시에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조형물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녀상 건립을 마치 납기일에 맞춰 물건을 납품하듯이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홍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 과정도 초기에 그렇게 진행됐다.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던 한 특정 여성단체의 대표 임기 만료에 맞춰 소녀상 건립 절차를 강행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해당 대표는 소녀상 건립을 급하게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홍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쳤다. 부지가 문화재 보호구역이란 이유로 문화재청이 소녀상 건립을 불허 하는가 하면, 유흥업소 앞에 소녀상을 건립할 것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매끄럽지 못한 일련의 과정 탓일까. 홍성 소녀상의 건립은 제막식조차도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 15일 열린 홍성 소녀상 제막식에서 홍문표(예산홍성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사드배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입장이든, 반대하는 입장이든 간에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소녀상 제막식에서 언급할 만한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홍성 소녀상의 건립 과정을 살펴보면 '홍문표 의원의 사드 발언 사태'가 발생한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닐 수 있다. 

평화의 소녀상이 전국 각지에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빠르게 건립되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역사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성찰 없이 세워지는 평화의 소녀상은 단순한 '동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타 지자체들이 소녀상을 건립하고 있으니, 우리 지자체도 하루 빨리 소녀상을 건립해야겠다'는 경쟁심리가 아니라면, 소녀상 건립은 결코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홍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취재하면서 늘 아쉬웠던 점도 바로 그것이다. 마치 납기일을 정하고, 물건을 납품하는 사람들처럼 소녀상의 건립 취지보다는 건립 날짜에 더 민감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 여부를 떠나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 다수가 함께 모여 평화의소녀상 건립문제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이는 것도 보지 못했다. 물론 소녀상 건립 의사를 묻는 설문지를 돌리고, 소녀상 건립 위치를 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평화와 인권, 그리고 소녀상이 지닌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민하는 과정이다. 물론 홍성평화의소녀상 건립에서 이런 과정은 상당부분 생략 됐다. 그 때문인지 소녀상 제막식은 사실상 주민이 아닌 홍성군이 주도한 것 같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소녀상 제막식의 마이크는 군민 대표가 아닌 정치인(홍문표)이 먼저 잡았다. 이날 홍문표 의원의 '사드 돌발 발언' 덕분에 소녀상 제막식 행사는 적잖이 퇴색됐다. 

하지만 평화의소녀상 건립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평화와 인권은 진보와 보수를 뛰어 넘는 개념이다. 향후 평화의소녀상은 평화와 인권을 염원하는 지역 주민들의 뜻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민성기 홍성문화연대 대표는 "앞으로 홍성평화의소녀상 앞에서 문화공연도 많이 하고, 각종 인권 관련 행사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평화의소녀상 , #홍성평화의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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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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