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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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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가 생각하는 그런 가치, 보수정당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왜 지지선언 안 합니까. 편향되지 않게 양쪽 다 지지했으면 좋을 텐데."

판사 출신 3선 중진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보수정당 역시 후보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발언에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던 이 후보자가 이후 잠시 답변을 잇지 못했다.

여 의원은 이날 "후보 그만두고 정치할 생각 없느냐"고 이 후보자를 질책했다. 이 후보자가 과거 변호사 시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대한 지지선언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에도 참여한 이력을 두고 한 말이다. 여 의원은 판사 출신답게, "재판관은 양쪽 귀로 들어야 한다. 법대 가면 법철학 첫날 강의에서 듣지 않나. 후보자를 보면 좌측 귀만 있는 것 같다"고도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왼쪽), 여상규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왼쪽), 여상규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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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이 아니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은 "이 후보자는 일반적인 시민이 아니다. 변호사로서, 대학교수로서, 사회지도층 인사로서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할 위치에 있는 분"이라며 "저런 것(과거 후보자의 지지선언 행위)은 선거판이고, 정치판이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주장을 정리하면 '사회 지도층 인사로서 지지선언 등으로 사사로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한 것은 옳지 못하다'는 얘기였다. "(야당의 주장은) 마치 헌법 재판관이 되기 위해서는, (공직자가 되기) 이전에 특정 정치인이나 선거에 후보로 나선 사람에 대해서 지지의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란 비판이 나왔다.

무엇보다 "이 후보자의 지지선언 경력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헌법재판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한 직접적 반박도 이어졌다. 요약하자면, 야당이 '과거'도 모르고 '해외사례'도 모른 채 이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4선 국회의원도 헌법재판관이었고, 미 연방대법원장은 공화당 출신 주지사?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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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한병채·조승형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예로 들면서 이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은 야당을 비판했다.

그는 우선,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후보자의 과거 이력이 헌법재판의 정치적 중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과거에는 직업 정치인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선례도 있다"면서 "1988년부터 1994년까지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병채 전 재판관은 대구에서만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 1985년 민정당 후보로 제12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지 불과 3년 뒤인 1988년 민정당 추천으로 재판관에 임명됐다"고 지적했다.

또 "조승형 전 재판관 역시 신민당 소속으로 13대~14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대중 총재 비서실장까지 역임한 뒤 1994년 민주당 추천으로 재판관에 임명됐다"라며 "그러나 헌법학계에서 이들이 헌법재판의 중립성을 해쳤다는 평가는 거의 없다. 오히려 헌법재판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데에 기여했다는 평이 다수"라고 꼬집었다.

즉, 일반 시민으로서 당연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지지선언이라는 소극적 방식으로 표현한 이 후보자와 달리, 직업 정치인으로 특정 정당에 속했던 이조차 헌법재판관으로 스스로 국회가 추천한 '과거'를 잊었느냐는 일갈이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일침을 가했다.

가장 첫 사례는 미국 연방대법원이었다. 박 의원은 "미국 14대 연방대법원장 얼 워렌은 10년간 공화당 소속이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까지 지냈다. 같은 당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대법원장으로 임명했지만 그의 뜻과 달리 진보적 판결을 많이 내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내가 한 실수 중 가장 어리석인 일이었다'고 한 후일담도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도 클린턴 정부 당시 법무차관을 지냈고 민주당 당원이었다. 정치적 경력이 있고 특정 정권의 차관까지 복무했지만 미국 역사상 4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돼 현재까지 업무를 잘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프랑스 헌법위원회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같은 예로 들었다. 그는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경우, 전임 대통령이 당연직 헌법위원으로 임명된다는 것을 알고 있나"라며 "헌법위원회가 선거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는데 전직 대통령들이 역할하면서 여러 정치적 고려와 배려를 조화롭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에른스트 볼프강 뵈켄푀르데 전 재판관은 사회민주당의 법정책 이론가로 활동하다가 (대법관으로) 임명됐다"라면서 "외국의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기능을 갖고 있는 대법원들은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들도 대법관으로 임명한다"고 꼬집었다.


태그:#이유정, #헌법재판관, #박주민, #노회찬, #지지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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