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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7일부터 10일까지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2017 전국생활문화축제'. 준비의 가장 특별한 점은 축제추진단이 구성되어 '실질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사가 아니라 지역 문화동호회의 실무 담당자들이 기획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충북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며 지역동호회와 생활문화축제를 매개하고 있는 최영갑님을 지난 8월 31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났다. 그는 올해 축제추진단에 합류했다. 서울의 축제와 지역의 풀뿌리 생활문화 이야기는 생생했다.

그는 2017 전국생활문화축제 추진단에 합류해 있다. 충북에서 참여하는 생활문화 동호회와 함께 실질적으로 행사를 준비해온 현장의 주체다.
▲ 문화예술 생태계 만들어 왔다. 충북문화재단 최영갑 님. 그는 2017 전국생활문화축제 추진단에 합류해 있다. 충북에서 참여하는 생활문화 동호회와 함께 실질적으로 행사를 준비해온 현장의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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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축제는 '생활문화' 진면목 볼 기회

- 우선 자신과 단체를 소개해 달라.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에서 '생활문화예술플랫폼'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지역 동호회 인솔을 계기로 2014년 첫해부터 지금까지 쭉 전국생활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 개인의 경험을 통해 보았을 때, 생활문화축제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변화가 있다면?
"첫해에는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보여주기 식의 행사라는 느낌이 강했다. 참여하는 동호회도 한정적이었고, 홍보부족으로 지역에선 참여도 드물었다. 두 번째 세 번째 행사는 전문기획사의 프로그램 중심의 축제로 보였다. 주인이 객이 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게 화가 났다. 축제가 끝나고 A4 용지 두장에 빽빽이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조목조목 비판했었다. 아예 세종시에서 축제를 하자고도 제안했다. 하지만 올해는 축제 주최자인 진흥원과 지역 매개자가 원활하게 소통하는 축제추진단을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축제는 매우 기대된다."

- 축제의 산증인으로서, 그간 최영갑 님이 본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2014년에 우리 충북에선 꽃잎차 시음회를 열었다. 예도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과정을 나눴다. 전시중이던 꽃잎까지 다 동원해야 할 만큼 호응이 컸다. 그게 이후 여러 곳에 퍼졌다. 축제를 통해 서로 배우고 확산되는 문화가 기억에 남는다."

- 올해 축제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 것 같은가.
"말씀드렸듯이 올해 축제는 소통과 협의라는 과정을 두루 거쳐 준비하고 있다. 내가 비판하고 제안한 내용의 80% 이상이 반영되었다. 동호회의 입장에서 축제를 기획 진행하는 거다. 그러니 축제에 오신다면 동호회의 진면목을 보시게 될 거다."

충북문화재단은 전국생활문화축제에 올해로 4년 연속 참여하고 있다. 축제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선보이는 장이기도 하다.
▲ 생활문화제에서 공연하고 있는 충북 나누리무용단. 충북문화재단은 전국생활문화축제에 올해로 4년 연속 참여하고 있다. 축제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선보이는 장이기도 하다.
ⓒ 충북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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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선 생활문화 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올해 충북문화재단에선 스물 여섯 개 동호회가 축제에 참가신청을 했다. (일곱 개만 이중 뽑혔다) 충북 지역을 전부 따지면 총 29개 기관 91개 동호회가 참여한다. 여타 다른 지역보다 그 숫자가 많고, 내용 또한 독특하다. 가온소리, 가이아난타, 팔괘가야금소리단 등은 모두 충북에서 참여하는 전통예술문화 팀이다. 무용과 합창의 콜라보도 있다. 그간 어떤 일이 충북에서 있었을까? 

- 참가 단체의 면면을 살펴보니 충북의 생활문화 주체들 참여가 도드라지게 많더라.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충북은 2012년 가을부터 '생활문화예술플랫폼' 지원사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2,454개의 동호회, 2000여 명의 강사, 203명의 문화코디네이터와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동호회 활동에 강사(전문예술인)를 더해 동호회가 질적 도약을 이루도록 돕는다. 동호회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전체적으로 질이 업그레이드되었다."

- 그 사업이 시작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2년에 충북문화재단 강형기 전대표이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김희식 팀장과 함께 "10년 뒤 예술가가 살아남을 길을 찾자!"고 시작했다. 8억이란 큰 예산으로 '강사 투입'을 시작했다."

- 그 사업이 그렇게 특별한 것인가?
"다른 곳의 지원은 행사등 활동을 지원하고 공간을 마련해 주는 데서 그친다. 우리는 정통 예술가들이 동호회를 맡아 책임지게 한다. 이론과 현장 영역에서 검증받은 정예를 골라 투입했다. 내년엔 문화관광부에서 시범으로 플랫폼사업을 기반 한 예산 15억원이 책정된 사업으로 성장했다. 3~4년쯤 지나면 반주기 대신 악보를 보며 색소폰을 부는 실력이 된다." 

- 일반인들이 전문가 그룹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니, 그 구조가 궁금하다
"우리는 피라미드 구조다. 하부 저변에는 동호회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생활문화플랫폼이 있다. 성장을 하면 '찾아가는 문화활동'이 있다. 축제, 기관과 시설 등을 찾아갈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지원한다. 그 위로 문화예술육성지원 준전문가 집단이 있고, 그 위로 전문단체로 성장시킨다. 다음엔 기획지원사업도 한다. 단재 신채호 연극, 신경림 선생의 '풀과 갈대' 무용극이 여기서 나왔다. 최상위엔 공연 상주단체와 전시 중심 레지던스가 있다. 우린 같은 수준에서 반복하지 않고, 비전을 따라 성장해 가도록 시스템을 갖추었다."

생활문화 자원의 발굴과 지원, 지역사회 곳곳에서 공연할 기회의 부여, 그리고 준전문가 및 전문가 단체로의 육성을 거쳐 기획지원사업 및 상주단체/레지던스까지 체계적인 성장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 충북문화재단은 생활문화예술플랫폼 사업을 통해 문화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생활문화 자원의 발굴과 지원, 지역사회 곳곳에서 공연할 기회의 부여, 그리고 준전문가 및 전문가 단체로의 육성을 거쳐 기획지원사업 및 상주단체/레지던스까지 체계적인 성장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 충북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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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댄스 중고생부터 크로마하프 동호회까지

충북문화재단의 2012년 자원조사에서 생활문화 동호회는 약 1500(대학과 기업의 동호회는 뺀 수치)개였다. 2017년 상반기 조사엔 약 3천 여개 가까이 보고되었다. 5년여만에 두 배로 늘어난 수치.

- 충북지역 전체의 생활문화 동호회 현황을 알고 싶다.
"청주에 충북 전체 주민의 60%, 문화예술인은 80%가 산다. 충주와 제천 등 작은 시와 단양 같은 작은 군의 양상이 다르다. 청주엔 크로마하프, 펜플룻, 아코디언, 우쿠렐레 같은 걸 하는데, 군 지역에선 기타와 풍물이 많다. 음성 같은 곳엔 다문화 댄스가, 청소년들은 방송댄스를 한다."

- 생활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분들은 어떤 이들인가?
"당연히 주부들, 노인들 그리고 직장인들이 참여한다. 20대가 가장 적다. 도서관에 머물거나, 동아리는 창업 취업 등에 몰린다고 한다. 참 중고생들도 있다. 괴산엔 5개 학교 중고생들이 모여 비빔밥이라는 기타동호회를 한다. 단양엔 4개 학교가 방송댄스를, 진천은 윈드송오케스트라와 노래를 부른다. 작은 곳이라 모일 수밖에 없다."

- 생활문화가 활성화되면 이분들껜 어떤 변화가 생기나?
"어르신들은 이제 두세 개씩 동호회를 갖는다. 서예만 하던 분이 저기서 합창도 하고, 춤도 배운다. 40~50대 분들은 더 높이 오르겠다는 열의를 불태운다. 축제 참여가 결정되면 새로운 레파토리를 연습하고, 의상을 고민한다. 합창단 같은 건 여러 영역에서 늘어나고 있다."

이건 예술가와 시민을 위한 보이지 않는 복지

- 동호회 바깥 지역 사회에도 변화가 전달될 것 같다.
"복지관에 시설에 요양원에, 문화예술을 필요로 하는 곳에 동호회가 간다. 검증된 분들이라 강사들을 평생교육원, 문화센터에도 부른다. 예술가들의 생계에도 도움이 된다. 우린 강습이 아니라 동호회를 적극적으로 후원한다. 스스로 다양한 욕구를 발현하고, 스스로 해결해 간다. 나는 이것이 보이지 않는 복지라고 생각한다." 

- 생활문화 활동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참여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그저 안에서 스스로 즐기는 분들이다. 또 하나는 더 성장하고 확장하려는 분들이다. 저변이 확대되고 향유 인구가 늘어날수록 고급예술의 동력도 커진다. 여기 축제추진단 같은 활동이 앞으로 지역의 생활문화 정보를 공유하고 논의하는 장이었으면 한다. 지역에선 자기 지역에 특화된 생활문화 발굴과 성장에 더 노력하고…."

- 당신은 생활문화의 촉매자이자 매개자다. 한 문장으로 생활문화란 무엇인가?
"생활문화는 '감성과 창조성을 키워 모든 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활동'이다."

생활문화의 기본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동호회다. 안에서 친목을 이루고 성장해 지역에 봉사한다.  예술적인 발전을 이루면 축제에도 참여한다. 최영갑은 이를 "보이지 않는 복지"라고 표현한다.
▲ 충북 생활문화 동호회의 다양한 활동. 생활문화의 기본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동호회다. 안에서 친목을 이루고 성장해 지역에 봉사한다. 예술적인 발전을 이루면 축제에도 참여한다. 최영갑은 이를 "보이지 않는 복지"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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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생활문화 활동 이야기를 들으면서 종자은행과 땅위의 식물이 대비되어 생각났다. 어느 것이 씨앗을 보존하는 더 좋은 방법일까? 당연히 직접 땅을 일구어 심고 가꾸는 것이다. 그래야 씨앗은 천 배로 열매를 맺는다. 더 다양한 생물학적 번성 기회도 생겨난다. 당연히 그게 다른 생명들, 당연히 우리 인간에게도 좋다. 9월의 2017 전국생활문화축제는 아마도 생활문화라는 씨앗들에서 무엇이 피고 맺었는지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다.


태그:#전국생활문화제, #충북문화재단, #생활문화플랫폼, #대학로마로니에,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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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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